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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라이브러리, 사람을 빌려 드립니다
박민지 기자  |  smppmj90@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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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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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지혜 기자>

영국의 학자 존 러벅은 “누구든 유익하고 재미있는 책을 한 시간 동안 읽는다면 반드시 더 나은 존재가 되고, 더 행복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사람에게 좋은 에너지를 준다. 이런 유익한 책을 실제로 만나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종이로 만들어진 책 대신 사람이 책이 돼 독자와 만날 수 있는 휴먼라이브러리다.

◆ 사람을 중심으로 소통하는 휴먼라이브러리
노원 정보도서관 지하 1층에 위치한 노원 휴먼라이브러리는 책 대신 사람을 빌리는 도서관이다. 휴먼라이브러리는 덴마크 출신의 사회운동가 로니 에버겔이 2000년 덴마크에서 열린 한 뮤직 페스티벌(Roskilde Festivel)에서 창안한 것으로, 유럽에서 시작돼 전 세계에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신개념 ‘소통 도서관’이다.

책을 빌리는 것이 목적인 일반 도서관과는 달리 휴먼브러리는 나와 이웃과의 벽, 나와 세상과의 벽, 나와 나 자신과의 벽을 허물기 위한 도서관으로 ‘소통’을 중시한다. 허정숙 관장은 “휴먼라이브러리는 경험과 지혜를 전수하는 책의 역할을 사람이 해내는 공간인 동시에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전하는 도서관이다”고 이곳을 소개했다.

노원 휴먼라이브러리는 이웃과 함께 재능, 경험을 나누고 가족과 주민간의 소통을 통해 화목한 가정과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또한 자라나는 세대에게 앞선 경험을 전수하고,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 목표다. 이처럼 휴먼라이브러리는 일반 도서관처럼 정적인 공간이 아닌 좀 더 동적인 공간으로서, 살아 움직이는 도서관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 올바르게 휴먼북 열람하기
휴먼라이브러리에서 이뤄지는 주요한 활동은 휴먼북과 독자가 1:1로 직접 만나는 휴먼북 열람이다. 사람이 책이 돼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는 휴먼북은 이웃/커뮤니티, 경제/경영, 금융/재테크 등 21개로 구성된 카테고리로 나뉘어 등재된다. 현재 등록돼 있는 휴먼북은 총 672명으로,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 혹은 전문가가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는 금전적 대가가 없는 완전한 자원봉사로, 다른 사람에게 들려줄만한 자신의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휴먼북이 될 수 있다. 휴먼북을 열람하기 위해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열람하고 싶은 휴먼북을 골라 신청해야 한다. 신청한 후에는 도서관을 통해 휴먼북과 독자가 서로 맞는 날짜와 시간을 정해 만나게 된다. 휴먼북 열람 중에는 휴먼북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과 답변을 하는 방식의 소통이 이뤄진다. 만남이 끝난 후 다시 한 번 휴먼북을 만나고 싶다면 재열람이 가능하다.

자유로운 소통 방식으로 진행되는 휴먼북 열람이지만 지켜야 할 예절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총 50분의 열람시간을 준수하는 것이다. 휴먼북들도 각자의 생활이 있기에 정해진 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열람시간 중에 토론은 금지된다. 휴먼북이 자신의 인생관과 가치관을 이야기하는 도중, 말을 자르고 휴먼북의 개인적 의견에 반박하게 되면 휴먼북이 불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독자가 휴먼북과 개인적으로 전화번호 등의 신상정보를 교환하지 않는 것이다. 만남이 끝난 후 독자가 계속되는 개인적 질문으로 휴먼북을 곤란하게 만드는 일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네 번째는 휴먼북의 말에 집중해서 듣는 것이다. 이는 휴먼북과의 만남을 좀 더 즐거운 시간으로 보내기 위해 갖춰야 할 자세다.

◆ 독서심리상담사 박연식 휴먼북을 만나다
본지는 672명의 휴먼북 중 ‘전방향 북레시피 닥터’라는 제목의 박연식 휴먼북을 만나봤다. 현재 교육청, 교도소, 군부대에서 독서 소그룹 강사로 활동하는 박 휴먼북의 열람 분야는 독서와 독서치료다. 박 휴먼북은 평소 ‘사람도 책이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휴먼라이브러리에 매력을 느꼈다. 자신이 지금까지 지역 커뮤니티, 지역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무엇을 해왔는가에 대해 생각하던 중 지역사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휴먼북에 등록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독서란 거울, 나침반, 시계, 소파 네 개의 물건과 같다”고 말했다. 거울은 자기를 돌아보며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나침반은 꿈과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을, 시계는 인생을 준비하고 펼쳐 나가는 과정을, 소파는 안식을 취하고 피로를 회복하는 과정을 의미하는 것이다. 박 휴먼북은 ‘책을 뽑아주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책을 뽑아주는 일은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알맞은 때에 알맞은 사람에게 알맞은 책을 골라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숲 속에 도서관을 만들어 낮에는 책을 보고 밤에는 별을 보는 것이 꿈이라는 박 휴먼북은 “스스로 책이 돼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한 분야의 전문가와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휴먼북과의 만남, 이에 대해 허 관장은 “독자도 휴먼북을 통해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고 휴먼북 또한 독자와의 만남을 통해 진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뿌듯함과 만족감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내 인생을 모르는 누군가가 진지하게 들어주는 모습을 보며 휴먼북들도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더 나은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휴먼라이브러리
휴먼북 열람을 비롯해 인문학 여행토크, 공감 북토크까지 1년에 6,000건 정도의 활동이 이뤄지는 휴먼라이브러리에는 다양한 사람이 찾아온다. 특히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들이나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중장년층이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을 직접 만나고자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책이 아닌 사람을 빌려주는 도서관이다 보니 운영이 쉽지만은 않다. 허 관장은 “휴먼북과 독자가 만날 시간을 정하는 데 한 달이 넘게 소요되는 경우도 많다”며 “종이책처럼 여러 권을 찍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정을 조정하는 것이 가장 힘든 부분이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또한 허 관장은 “약속을 잡아놓고 오지 않는 독자들이 종종 있어 시간을 내서 온 휴먼북에게 미안할 때가 있다”며 “휴먼북을 열람할 때는 약속을 지키는 등 서로 배려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에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휴먼라이브러리를 생소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허 관장은 “한 해에 독자 스스로 열람을 신청하는 수가 180건 정도다”며 “앞으로 열람 횟수가 늘어나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분야의 휴먼북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휴먼라이브러리의 활성화와 보편화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1. 허정숙 노원 휴먼라이브러리 관장이 휴먼북 분류표를 보며
등재된 휴먼북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2. 휴먼북 열람을 마친 후 박연식 휴먼북이 뿌듯한 미소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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