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나’를 자랑하는 것이 겸손한 것보다 더 현명해 보이는 요즘이다. 사회는 ‘내가 누구인지’ 알기를 요구하고, 표현하기를 종용한다. 자신을 잘 드러내면 인정받고, 그에 능숙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그야말로 자기 PR의 시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놓친 것들이 있다. ‘진짜 나’와 ‘타인의 가치’를 잊은 것이다. 우리는 타인을 의식한 ‘나’를 보여주기에 급급하다. 베스트셀러 칸에 가득 쌓인 자기계발서는 마치 ‘나’를 위한 것인 척 하지만, 사회가 요구하는 틀에 맞춰 자신을 바꾸거나 발전시키는 방법을 소개한다. 또한, 행복의 기준은 사회에 획일화돼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는 ‘돈’이 그 예다. 사회가 제시한 행복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이들은 실패했다고 느낀다. ‘진짜 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타인의 기준에 맞춰 뜯어 고친 ‘껍데기인 나’만 남은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기 과잉’ 경쟁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한정적인 행복재(財)를 갖기 위해 사람들은 더 치열하게 경쟁했다. 이때 고려되지 못한 게 한 가지 더 있다. 타인의 가치다. 경쟁에서 많은 사람들은 ‘나’를 돋보이게 하고자 타인을 폄하한다. 오로지 ‘나’를 강조하는 데 혈안이 돼 미처 타인의 ‘나’를 보지 못한다. 하지만 타인을 깎아내려 드높인 ‘나’는 결코 자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경쟁만이 살 길인 듯 유도하는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타인의 시선 속에 갇힌 ‘나’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자아(自我)’를 찾으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데, 자아와 자아중심주의를 헷갈려서는 안 된다. ‘나’를 나로서 존재하게 하는 것은 타인과의 유대관계 속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남과는 다른 ‘자기다움’은 타인을 인정하고 타인과 교류할 때 찾을 수 있다.

『살아야 하는 이유』의 저자 강상중 교수는 “‘베스트 원(Best One)’이 아니라도 좋으니 ‘온리 원(Only one)’이고 싶다”고 했다. 두드러지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은 사회지만, 베스트 원이 아니라 온리 원이 되는 것은 어떨까. ‘나’는 유일하며, 삶은 한 번뿐이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특별하다. 타인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자신을 깎아내지도, 자신을 강조하기 위해 타인을 깎아내리지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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