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프라임 사업에 선정되면서 우리 대학은 매우 도전적인 변혁의 길로 들어섰다. 국가 경제 불안이 지속되면서 우리 대학은 재정적 어려움을 겪어 왔다. 등록금 동결로 수입이 고정된 상태에서 물가 인상은 지속되므로 실제 수입은 줄어드는 셈이었다. 경제가 나쁜 만큼 기부금 등 외부 자금의 유입도 어렵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해 우리 대학은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B등급을 받아 내년도 입시에서 총 정원의 4%를 강제로 줄여야 한다. 기업들의 고용축소로 여성들은 취업에서 더욱 불리해졌다. 교수들도 오랫동안 급여가 동결돼 물가 인상을 고려했을 때 실제로는 급여가 삭감되는 현실을 감내하고 있다.

프라임사업 선정으로 우리 대학은 올해부터 3년간 매해 150억 원 내외의 정부 재정지원을 받는다. 그런데 이렇게 이례적으로 큰 규모의 지원은 그만큼의 이례적 변화를 요구한다. 서울의 주요대학들이 이것을 신청하지 않은 것은 이러한 변화를 맞출 수 없거나 맞추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은 그 대신 평균 32억 원씩 지원을 받는 ‘소탐소실’(小貪小失)을 선택,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코어사업)에 선정됐다. 프라임사업을 선택한 우리 대학은 사업 신청서에 약속한 바대로 올해 신설한 공과대학을 더 확장해 바로 내년부터 입학정원 423명의 대규모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가장 컸던 문과대학을 제치고 그간 없었던 공과대학을 우리 대학 내 가장 큰 교육단위로 등장시켜야 한다. 인문학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우리 대학이 전체 학생수의 20%에 육박하는 공과대학을 갑작스레 만들어 내는 것이다.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해 정체성 변화를 선택한 셈이다.

변혁의 길로 들어선 초입에서 잠시 멈춰 숙명 공동체는 우리의 정체성, 즉 대학의 목표와 목표 수행 방식을 재점검하고 공유하는 일이 시급하다. 1,600여명의 재학생 수를 지닐 교육기관을 신설하고 초기에 정착시키는 일은 결코 쉽사리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정부가 지출을 관리하고 관여하는 자금을 쓰는 일은 각종 제약과 조건이 따른다. 자칫 대학의 리더십이 이 큰 역사(役事)에만 집중하기에도 모자랄 수 있다. 공과대학 신설에만 몰입하다 전체 목표와 역사적 자산을 잃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구성원 모두가 우리 대학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변혁의 뜻과 방향을 공유해야 한다. 더 적극적으로는 자체에 모든 분야의 교육 방향과 방식을 재검점할 필요가 있다. 취업이 잘되고 수입에 도움이 되기에 이 길을 선택했다고만 이야기하기에는 민족사학 숙명여자대학교의 110년 역사가 너무 엄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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