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의 거미줄이 한국 영화시장을 꽁꽁 묶었다. 헐리우드 영화 <스파이더맨3>이 지난 1일에 617개 상영관에서 개봉한 뒤, 첫 주에만 200개의 상영관이 더 늘었다. 이는 전국에 있는 상영관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한국 영화상 최다 스크린 상영 기록이다.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는 11개 상영관 중 무려 7개의 상영관에서 <스파이더맨3>을 상영 중이라고 하니, 이쯤 되면 관객이 영화를 고르는지 영화가 관객을 고르는지 헷갈릴 지경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의 스크린 확보가 어려워진 것은 물론이고 현재 상영 중인 영화도 상영관을 축소하기에 이르렀다. 더구나 개봉을 앞둔 영화는 <9월의 어느 날> <경의선> <살결> 등 주로 저예산 예술 영화이기에 그 고충이 더하다. 피해를 본 것은 영화의 스크린 축소 뿐만이 아니다. 관객은 선택의 기회를 박탈당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작년 여름에도 한국영화 <괴물>이 600개가 넘는 스크린을 독점, 같은 시기에 개봉한 영화들이 고전을 면치 못한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스크린 독점을 막을 법적 조치는 여전히 전무한 상태이다. 정부의 규제가 없는 이상 극장주는 보다 높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거대 자본 영화를 상영할 것이고, 관객의 선택권은 물론 문화의 다양성마저 위기에 처할 것이다. 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반복돼 거대 자본이 뒷받침된 영화만이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이는 곧 영화 제작자들의 의욕을 저하시켜 한국 영화 시장의 성장을 퇴보시킬 것이다.

다행히 지난 6일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이 한국 영화제작가협회, 영화인노조와 함께 스크린 독과점 규제법이 포함된 영화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현 상황에서는 독과점 규제법만이 ‘영화적 다양성’을 지킬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기에 이 움직임이 반갑다. 영화진흥법 개정안을 통한 정당한 규제가 마구잡이로 스크린을 집어삼키는 제2의 괴물, 제3의 스파이더맨을 막아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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