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우리는 살기 위해 먹는 것일까 아니면 먹기 위해 사는 것일까. 나는 그 답을 네덜란드 교환학생 시절에 즐겨 가던 푸드마켓에서 찾을 수 있었다. 스페인, 영국, 벨기에 등 총 13개의 나라를 여행하면서 나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던 것은 유서 깊은 궁전도, 아름다운 성당이나 멋진 사람들도 아니었다. 그 대신 각 나라를 대표하는 푸드마켓에 들어섰을 때 나는 행복했고 설렜다. 비단 맛있는 음식 냄새 때문만은 아니었다. 인위적이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건강하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 그 때문이었다.

나에게 가장 추억에 남는 곳은 네덜란드와 스페인의 푸드마켓이다. ‘건강한 음식’을 가족들과 ‘함께’ 먹는 것. 그것은 다른 유럽인들보다도 네덜란드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다. 그래서 토요일마다 각 지역에서 열리는 푸드마켓은 그 규모와 방문하는 사람들의 수가 거의 축제와 맞먹는다. 다양한 식재료부터 달콤한 스트롭와플, 맛있는 생선튀김인 키블링을 손에 들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나는 교환학생으로서 느꼈던 약간의 외로움을 덜어낼 수 있었다.

스페인은 식사시간이 우리나라와 매우 다르다. 오후 2, 3시경 점심을 먹고 밤 9시가 넘어 저녁을 먹기 때문에 중간에 간식을 먹어야 한다. 이 때 타파스라는 일종의 에피타이저를 즐겨 먹는다. 나는 ‘시에스타’라 불리는 낮잠 시간에 바르셀로나 보케리아 시장에 간 적이 있다. 거기서 스페인 사람들은 타파스와 상그리아 한잔을 먹으며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달콤한 휴식이 그들의 삶을 더욱 행복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 것 같아 나는 그들을 보며 부러움과 질투심을 동시에 느꼈다.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한 끼조차 챙겨먹을 수 없을 만큼 바쁜 사람들이 많다. 그런 이들에게 먹는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음식에는 삶의 진리가 담겨 있다. 나는 그것을 유럽 여행길에 들렸던 푸드마켓에서 깨달았다. 첫 문장에서 던졌던 질문에 내가 찾은 답은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은 멀리 있지도,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다. 하루만이라도 조금 일찍 집에 들어가 가족들과 맛있는 저녁식사를 해보는 건 어떨까. 여러분은 가족들의 얼굴에서, 그 미소에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남수연(홍보광고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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