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분위기상 술자리를 피할 수가 없었어요. 결국 술을 진탕 마시고 다음날 속을 다 게워내야 했죠” 친구들과 함께 모여 종종 술자리를 갖는 A(여·22세) 씨. 얼마 전, 원치 않았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술을 마신 기억이 있다. 그날따라 감기몸살에 생리 기간까지 겹쳐 몸이 좋지 않았던 A 씨는 대학 동기들과의 술자리에서 더 이상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A 씨의 말에 친구들은 “여기선 그런 말 안 통한다”며 술을 마시길 권유했다. 결국 A씨는 다음날 오후 깨질듯 한 머리를 부여잡고 침대에서 일어나야 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 속에는 선배, 직장 상사 등에 의해 일어나는 강압적인 음주 문화 또한 존재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선후배 간에 딱딱하게 격식을 차리는 학과가 많은데, 경직된 선후배간의 관계가 술자리에까지 이어져 불편한 음주 문화를 만드는 것 같아요”

본교에서 ‘여성과 리더십’ 수업을 가르치는 이화영 리더십교양학부 교수는 이러한 한국 사회의 음주 문화에 대해 “남성중심적인 조직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며 “음주라는 매개를 통해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조직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 조직 문화에서 음주 문화란 ‘사적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수단이다. 사적 네트워크에서는 사적인 정보들이 구성원들 간에 공유되기 때문에 이 네트워크에 속하는 것은 구성원 모두에게 필수적이다. 이 교수는 “2000년대 들어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늘어나면서 여성들은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남성중심적 조직의 음주 문화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러나 남성보다 음주에 약한 여성들에게 이것은 굉장히 불합리하고 낯선 방식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음주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선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이 교수는 “사회와 조직에서 여성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난 만큼 여성의 문화에 대한 이해도 필요한 시점이다”며 “기존의 조직 문화를 깨고, 여성과 남성이 각자에게 차이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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