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학기 출석부가 안정되었다. 어지럽게 신청과 변경을 반복하며 변하던 출석부들이 이제 최종버전으로 확정되었다. 이제야 지난 2월 학교측이 마련한 강의의 재정비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지난 겨울, 우리학교는 49%에 그치고 있던 ‘전임교원 강의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는 목적에서, 기본적으로 두 가지 방향의 강의 구조 개편을 시행했다. 하나는 불요불급한 강의의 폐지, 다른 하나는 전임 교수의 담당 강의 확대였다. 전임교원 강의비율이란 교육부가 대학교 평가의 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전임교원이 맡은 강의/학교 전체 개설 강의’의 수식 결과인데, 학교는 이를 높이기 위해서 ‘분모를 줄이고 분자를 늘리고자’ 했던 것이다. 학과 교수들의 전향적인 동참과, 학생들의 묵묵한 감내로 이 조정은 신속히 시행되었고, 아마 이번 학기의 전임교원 강의비율은 10%에 가까운 비약적인 상승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이런 비약적 변화와는 별개로 우리는 ‘전임교원 강의비율이 낮은 학교’가 과연 ‘질 낮은 교육 여건을 지닌 학교’의 지표로 쓰이는 것이 합당한가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전임 강의 비율이 낮은 학교가 오히려 ‘질 높은 교육 여건을 갖춘 학교’의 지표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단순한 수사적 발언이 아니다. 실제로 전임 강의 비율은 학교의 교육여건을 대표하기에는 치명적 약점을 지니고 있다. 전임 강의 비율 지표가 가진 맹점은 바로, 분자(즉 전임이 맡은 강의 수)가 작은 경우에도 낮게 나타나지만, 이와 동시에 분모(즉, 학교전체 개설강의)가 큰 경우에도 낮게 나타난다는 데에 있다. 즉, 아무리 전임교원이 맡은 강의가 많다고 하더라도, 전체 개설강의가 많으면 그 비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우리학교가 마크하였던 49%의 실체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학교의 49%는 분자가 작아서 생긴 값일까, 아니면 분모가 커서 생긴 값일까? 확인해 보면 명백히 후자의 경우이다. 즉 우리 학교는 그간 한정된 자원을 활용하여 유사 규모의 학교에 비해 가급적 많은 강의를 개설하였던 것인데 그 정당한 교육 활동이 결과적으로는 이런 불합리한 평가를 받게 된 결정적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이제 학교는 1차적 강의 개편을 마쳤고, 이 결과는 2년 정도 더 축적된 후에 교육부에 제출될 것이다. 결과를 받아 든 교육부는 아마 “숙명여대의 교육여건이 상당히 좋아졌군!”이라며 긍정적 평가를 내릴 것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의 강의 현황은 어떠한가? 갈수록 그 평가에서 괴리되지 않겠는가!

*우리 학교와 규모가 비슷한 신촌 S대의 경우 전체개설강의 시수가 우리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교육여건이지만 지표상으로는 우리보다 10% 가량 높고, 우리의 약 2배에 해당하는 재학생이 우리와 같은 시수의 전체강좌를 나눠 들어야 하는 신촌 E여대 또한 수치상으로 우리보다 8% 가량 높게 나타남을 볼 수 있다. 즉, 전임강의비율은 교육 여건의 좋고 나쁨을 시사하는 지표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이 수치는 2015년 2학기 대학알리미[http://www.academyinfo.go.kr]에서 가져온 것임.)

* 숙명여대(재학생 13152명) : 2858학점(전임담당)/5810학점(전체강의) = 49%
신촌 S대(재학생 13175명) : 1685학점(전임담당)/2881학점(전체강의) = 59%
신촌 E대(재학생 24230명) : 3315학점(전임담당)/5824학점(전체강의) =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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