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찬란한 달이다. “아름다운 달 오월, 모든 꽃봉오리가 다 피어날 때, 내 가슴엔 사랑이 피어났네.”라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젊은이의 사랑, 그리고 희망을 동일시하며 노래했던 사람은 비단 독일의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뿐이 아니리라. 연초록빛 나뭇잎들이 날로 푸르러지고 봉오리를 맺던 갖가지 봄꽃들이 다 만개하는 화려한 계절. 요즘 우리 교정은 참으로 싱그러운 젊음 그 자체이다. 그런데 요즘 순헌관 계단과 연못 주변에선 멋진 차림의 아가씨들이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는, 평소에 잘 보지 못했던 광경이 연일 연출된다. 바야흐로 졸업앨범 촬영기간인 것이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사실 매번 당황스럽다.

일정에 따라 전공 학생들과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모임 장소에 가면 ‘저 학생은 누구지?’ 싶을 정도로 달라 보이는 학생들도 여럿 있다. 앨범촬영을 하는 학생은 화장을 하고 머리모양을 예쁘게 치장하느라, 또 사진을 찍느라 한나절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업에 참석치 못하겠다고 사전에 양해를 구한다. 대학 졸업 전 단 한 번의 기회이기에 결석은 대부분 용인한다. 몇 년 전부터는 졸업준비위원회에서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메이크업 회사를 주선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새 옷과 전문 메이크업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대학 졸업은 일생에 단 한 번이다. 많은 졸업생들에게 대학졸업은 학창시절의 끝을 의미하기 때문에 아쉬움이 클 것이다. 그런데 그 아쉬움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하지만 어쩐지 모두 비슷한 차림에 같은 톤의 화장을 하고 평소와 다른 ‘눈에 띄는’ 자태로 사진을 찍는 것으로 해소되는 것일까? 졸업앨범에는 나의 대학시절의 추억들이 형상화돼야 하는 것이 아닐까? 정든 강의실과 도서관, 캠퍼스 곳곳에 있는 나만의 공간, 그 시ㆍ공간 속에서 내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회상의 정서가 듬뿍 담긴 기록장이 돼야 마땅하지 않을까?

패션은 자기표현이기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의 삶을 계획하고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 대학인은 건전한 자기정체성에 기초한 자신감으로 개성을 당당히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상업주의가 여성에 대한 정형화된 이미지를 부추기고 이를 이용해 부를 창출하는 일에 말려들고 있지는 않은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일생에 단 한번’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그래서 때로는 필요 이상의 정성을 쏟고 일을 오히려 그르치기도 한다. 더군다나 자연이 젊음이고, 젊음이 바로 자연인 이 아름다운 계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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