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에서 교양교육은 어려운 처지에 처해있다. 대학 본부와 학생들은 교양교육의 효용성을 의심하고, 빠르게 배워 응용이 가능한 ‘전공교육’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본지는 ‘교양’보다는 ‘전공’을 외치고 있는 세태 속에서 교양교육이 가지는 가치에 대해 알아보고자 했다. 한국기초교양교육원 손동현 원장으로부터 대학에서 교양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대학에서 교양교육 본질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사물을 바라보는 안목을 기르고 인간과 세계의 바람직한 모습이 무엇인지 생각하도록 돕는 것이 대학에서의 교양교육의 본질이다. 교양교육은 특정한 기술을 공부해서 직업적인 능력을 갖는 것과는 무관하다. 교양교육은 학생들이 균형 잡힌 가치관을 추구하도록 하는 것이 교양교육의 역할이다. 더 나아가 교양교육은 지적인 성숙뿐 아니라 정서적, 도덕적 성숙도 추구해야 한다.

◆ 요즘 대학가에서 교양교육을 소홀히 하는 세태가 나타나는 이유는
취업만을 바라보는 근시안적인 시각 때문이다. 학교와 학생들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드러나는 것을 원하고 사회에 나가 바로 응용할 수 있는 지식을 추구한다. 그러나 교양교육은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나 단편적인 지식이 아닌 ‘전인적인 능력’을 기르는 교육이다. ‘전인적인 능력’이란 쉽게 말해 스포츠에서의 기초체력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능력을 습득하기 위한 발판이 되는 능력인 것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멀리보고 ‘기능’과 같은 전공교육과 함께 더 나아가 ‘능력’이 되는 교양교육에 집중해야한다.

◆ 좋은 교양교육이란
좋은 교양교육을 배후는 기초학문에 뿌리를 두고 있어야한다. 대학의 교양과목 중에는 학문보다는 취미를 대상으로 하는 과목이 있을 것이다. 그런 과목은 인격을 함양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대학보다는 구청이나 문화센터에 어울리는 강의다. 대학에서의 교양교육은 ▲철학 ▲문학 ▲역사학 같은 ‘인문학’과 ▲정치학 ▲경제학 ▲심리학 같은 ‘사회과학’, 그리고 ▲수학 ▲물리학 ▲생물학 같은 ‘자연과학’ 등 기초학문으로 구성돼야 한다. 기초학문은 행정학, 경영학, 신문방송학처럼 직업과 직결되는 응용학문과 달리 공부한다고 취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학문의 기초이기에 전인적 능력을 기른다는 교양교육의 목표에 가장 부합하는 학문이다.

◆ 앞으로 대학에서 교양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우선,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벗어나도록 인도해야 한다. 교수들은 장기적인 시각을 갖춰 직업 기능이나 단편적 지식이 아닌 오래 지속되는 전인적인 능력을 기르도록 학생들을 지도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이 교양교육을 ‘학점 따기 쉬운 과목’이 아닌 전공보다 심층적인 학습이 필요한 과목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수들은 기초학문을 연구하고 교수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물론 학생들도 기초학문을 소화하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것이다.

◆ 한국기초교양교육원장으로서 본교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균형 있는 교양공부를 하기 바란다. 인문계 학생은 자연과학, 자연계 학생은 인문학 수업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야 한다. 대학시절만큼은 편법에 현혹되지 않고 기초학문 공부를 했으면 한다. 심층적인 학습이 어렵다면 인문, 사회, 과학 등 분야별 한 과목이라도 수강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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