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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현금은 받지 않습니다"
김의정, 이채연 기자  |  smpguj89@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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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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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 프리, 현금이 사라지다

   
<그래픽=윤나영 기자>

소비자들은 더 이상 계산대 앞에서 지폐를 세느라 시간을 허비하길 원하지 않는다. 현금이 아니더라도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수단은 존재한다. 정부도 현금이 아닌 카드 및 모바일 결제 등을 권하는 상황이다. 현금 발행 비용을 줄이는 것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소비자, 자영업자, 정부 등 이해관계자들이 이익과 편의를 위해 현금이 아닌 다른 결제 수단을 선호하는 추세. 이와 같은 현상을 ‘캐시 프리(Cash Free)’라고 한다.

우리는 평소 현금을 얼마나 사용하고 있을까. 숙명인들의 현금 사용량과 결제 형태를 알아보고자 본지는 지난 2일(수)부터 4일(금)까지 숙명인 43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신뢰도95%, 오차범위±1.8%p).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결제 수단’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88.7%(384명)가 ‘카드’라 답했다. 현금을 사용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9.7%(42명)로, 카드 사용자의 약 9분의 1에 불과했다.

현금을 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학우는 10%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학우들은 현금을 지갑 속에 지니고 있었다. ‘현재 지갑 속에 얼마의 현금을 지니고 있냐’는 물음에 27.3%(118명)의 학우가 ‘10,000원 이상 20,000원 미만’을 꼽았다. 25.9%(112명)의 학우는 ‘현금이 아예 없거나 10,000원 미만’, 23.6%(102명)의 학우는 ‘20,000원 이상 30,000원 미만’이라 답했다. 학우들은 현금을 주로 ‘더치페이(Dutch Pay)’ 상황에서 사용했다. ‘주로 어떤 상황에서 현금을 사용하냐’고 묻는 질문에 59.4%(257명)의 학우가 ‘친구 혹은 연인과의 더치페이’ 상황을 꼽아 가장 많았다.

현금을 가지고 다님에도 불구하고 카드를 사용하는 이유는 ‘편리함’ 때문이었다. 장소영(홍보광고 14) 학우는 “계산을 편리하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결제 기록이 남아 용돈 관리가 쉽다”며 카드를 사용하는 이유를 밝혔다. 양누리(교육 16) 학우는 “카드를 사용하면 거스름돈을 받을 필요가 없어 잔돈이 생기지 않아 편하다”고 말했다.

반면 평소 현금을 자주 사용한다고 답한 김민지(피아노 13) 학우는 “카드보다 현금을 사용하는 편이 돈을 아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과소비를 하지 않기 위해 현금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박송연(영어영문 15) 학우는 “현금으로 결제할 경우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현금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편리함을 이유로 카드 사용을 선호하면서 학우들의 현금 사용량은 줄어들었다. ‘현금 사용량의 변화’를 묻는 질문에 66.3%(287명)의 학우가 ‘몇년 전과 비교해 현금 사용량이 줄었다’고 답했다. 서상민(중어중문 15) 학우는 “간편하게 결제하려고 카드를 사용한다”며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수단이 다양해져 현금 사용량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숙명인들이 현금보다 카드 사용을 선호하고 있었지만, 현금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에는 우려의 시선을 표했다. 정이슬(한국어문 14) 학우는 “카드가 유일한 결제 수단이 된다면 수수료를 무리하게 올리는 등의 횡포를 일삼는 카드 회사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학우는 “현금이 사라지면 돈의 가치를 잘 인식하지 못해 과소비를 할까 걱정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금이 사라져도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학우도 있었다. 임윤지(문화관광 15) 학우는 “현재도 카드를 많이 사용하고 있어 현금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벨기에, 네덜란드, 미국, 덴마크 등은 우리보다 한 발 먼저 ‘현금 없는 나라’를 꿈꾸고 있었다. 이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캐시 프리는 어느 단계일까. ‘캐시 프리 선진국’을 통해 한국의 상황을 진단해보고, 현금 없는 사회로 격변할 미래를 예상해보자.

네덜란드, 주요 결제 수단은 ‘핀카드’
네덜란드에서는 종종 ‘핀카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붙은 가게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가게에서는 현금을 사용할 수 없다. ‘핀카드(PIN Card)’란 네자리 비밀번호(PIN 번호)를 입력해 사용하는 직불카드다. 신용카드 가맹점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체크카드와 달리, 직불카드는 직불카드 가맹점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네덜란드 국민 대다수는 핀카드, *‘NFC(Near Field Communication)’ 등 현금을 대체할 수 있는 결제 수단을 이용한다.

네덜란드에는 카드 단말기를 소유한 전통시장 상인이나 노점상인들도 많다. 집집마다 방문해 기부금을 모으는 사람들도 무선 핀카드 단말기를 가지고 다닌다. 소액일 경우 카드 결제를 거부하거나, 카드 단말기조차 없는 가게도 많은 우리나라와는 다른 풍경이다.

네덜란드에서 현금보다 카드가 환영받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유럽 전역에서 신용카드 사용에는 1%의 수수료를, 체크카드 사용에는 0.2%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과 달리, 네덜란드는 핀카드 사용에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자영업자의 입장에서는 수수료를 전혀 부담하지 않으면서 현금 관리 비용까지 절약할 수 있는 핀카드 사용을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체크카드 수수료는 1.92%로 유럽 국가들에 비해 9.6배 비싸다.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카드 사용에 따른 영세·중소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네덜란드에서는 오히려 현금 결제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현금 결제에 대해 ‘구식이다’ ‘불법 행위를 할 때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사용한다’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도 ‘현금 없는 사회’가 되기까지 시행착오를 겪었다. 1989년 네덜란드에 핀카드가 처음 도입되던 시기에는 핀카드 사용을 망설이며 현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자 2007년 네덜란드 결제수단협회는 ‘소액 결제, 핀도 괜찮아요!’ 캠페인을 벌였다. 이는 꽃 한 송이, 음료수 한 병과 같이 소액을 결제하더라도 현금 결제보다 편리하고 수수료도 부과되지 않는 핀카드를 이용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캠페인이 성공을 거두자 핀카드 사용자가 급격히 늘어 이젠 핀카드 사용량이 현금 사용량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만약 네덜란드처럼 국내에서의 주 결제수단이 현금에서 핀카드로 바뀐다면 어떻게 될까. 카드 수수료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국내 자영업자들의 불만은 다른 나라의 자영업자들보다 심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캐시 프리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네덜란드의 사례를 참고해 소비자, 자영업자, 정부 등 사회 구성원의 합의를 통한 캐시 프리 제도를 만드는 것도 사회 갈등을 줄이는 하나의 방법이다.

벨기에, 보편화된 전자 결제 사회
글로벌 카드회사 ‘마스터카드(Master Card)’가 국가별로 전체 소비에서 현금 사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조사한 결과, 현금 사용 비율이 가장 낮은 국가는 벨기에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금을 사용하는 벨기에 국민은 전체 국민 중 7%에 불과했다. 벨기에의 현금 사용 비율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현금으로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 법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5,000유로(한화 약 680만 원) 이상은 카드나 계좌 이체 등 현금 외에 다른 결제 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현금 사용 비율은 30%로, 7%인 벨기에에 비해 23% 높았다. 만약 우리나라가 벨기에처럼 현금 결제의 상한 금액을 정한다면 지하경제 규모가 줄어드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자금이 어디로 유통되는지 알 수 없는 현금 결제와는 달리 카드나 모바일 결제는 자금의 유통 경로를 비교적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벨기에는 국가가 전자 결제 환경을 조성해 국민의 식사도 살펴준다. 벨기에의 기업은 근무 일당 중 6-7유로를 적립해 근로자에게 식당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식권’을 제공해야만 한다. 식권 제도는 1965년 식생활 비용에 대한 조세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근로자는 식권에 대한 사회보장세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초기 식권의 형태는 종이였다. 그러나 벨기에는 2011년 이후부터는 IC칩이 내장된 직불카드 형태의 ‘전자 식권’을 도입했다. 종이 식권은 현금처럼 인쇄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분실 및 도난의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종이 식권 사용 시 거스름돈을 주지 않던 상인들의 만행도 전자 식권을 사용함으로써 해결됐다.

벨기에가 종이 식권을 전자 식권으로 바꾼 것처럼 우리나라도 점차적으로 바우처를 카드 형태로 바꾸고 있다. 바우처란 특정 수혜자에게 교육, 주택, 의료 등의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정부가 그 비용을 지불할 것을 보증하는 전표를 말한다. 정부에서 발급하는 ‘국민행복카드’가 그 예다. 정부는 2015년 5월부터 *고운맘 카드, *맘편한 카드와 같은 바우처를 통합한 국민행복카드를 출시하는 등 기존 사회 서비스 바우처를 국민행복카드로 점차 통합할 예정이다.

미국, 모바일 결제 서비스의 중심
모바일 결제 열풍이 미국을 휩쓸었다. 시장조사기업 ‘포레스터 리서치(Forrester Research)’는 2014년 520억 달러(한화 약 62조 원) 규모였던 미국의 모바일 결제 시장이 향후 5년간 빠르게 성장해 2019년에는 1,420억 달러(한화 약 171조 원)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어플(Application)이나 모바일 웹사이트를 통해 결제하는 ‘원거리 모바일 결제’다. 이에 SNS(Social Network Service)나 웹사이트를 활용한 마케팅은 기업들의 필수적인 마케팅 수단이 됐다.

친구들과의 식사 후 돈을 나눠낼 때 잔돈이 없어 난감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개인 간의 송금을 도와주는 어플을 이용하면 더이상 그런 상황을 겪지 않아도 된다. 미국 모바일 뱅킹 시장의 선두주자 ‘벤모(Venmo)’는 지인 간 소액 거래를 효율적으로 돕는 대표적인 어플로, 더치페이 상황에서 용이하게 쓰인다.

벤모는 미국 내에서 ‘벤모해!’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자들은 벤모를 사용해 여행 후 자신의 결제 내역과 함께 글을 작성하는 방식 등으로 추억을 지인과 공유할 수 있다. 모바일 결제 시스템과 더불어 SNS 기능까지 하나의 앱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구글 월렛(Google Wallet)’ ‘페이팔(PayPal)’ ‘스퀘어캐시(Squarecash)’ 등 개인 간 결제 서비스를 지원하는 모바일 어플의 홍수 속에서 벤모가 인기를 끌게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국내에도 벤모와 비슷한 개인 간 송금 서비스 어플인 ‘토스(Toss)’가 있다. 토스를 사용하면 스마트폰에 공인인증서가 없거나 예금주의 계좌번호를 몰라도 계좌이체가 가능하다. 받는 사람의 전화번호만 알고 있다면 문제 없다. 유지수(여·21) 씨는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 온 후 여행 경비를 정산하는 과정에서 토스를 사용했다. 유 씨는 “일반 모바일 뱅킹 어플은 공인인증서가 필요한데 비해 토스는 공인인증서 없이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어 편리하다”며 “주로 친구에게 적은 금액을 송금할 때 사용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벤모와 같은 단순 무료 송금 서비스가 한국에서는 크게 흥행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에서 벤모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미국 은행의 송금 수수료가 비싸기 때문이다. 미국의 씨티은행에서 타 은행으로 송금하려면 수수료 35달러(한화 약 42,000원)를 내야한다. 국내에서의 타 은행 간 송금 수수료가 400원에서 1,200원인 것을 감안했을 때, 최대 105배나 비싼 셈이다. 상대적으로 송금 수수료가 저렴한 한국의 경우에는 무료 송금 서비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어렵다.

현금 역할을 대신하는 간편 결제, 모바일 결제 등 새로운 결제 수단은 이미 대세가 됐다. 이에 세계 각국은 ‘캐시 프리’ 될 미래에 대비해 기술, 제도 등을 마련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소비자의 변화된 소비 패턴을 반영해 SNS를 활용한 간편 결제, 모바일 결제, 근거리 통신기술을 활용한 비접촉 결제 등 ‘현금 없는 경제’를 위해 힘쓰고 있다.

한국은행은 2020년까지 ‘동전 없는 사회’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줄어드는 동전 사용량 때문이다. 게다가 액면가보다 제조 비용이 더 비싼 동전을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
덴마크에서는 지난해 5월, 상점 주인이 결제 수단을 카드 및 스마트폰 결제로 제한할 수 있다는 법안을 발의했다. 따라서 2016년 1월부터 가게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상점 주인의 재량에 따라 현금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 덴마크는 이미 ‘세계 최초의 현금 없는 나라’가 된 것이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머지 않은 미래, 현금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NFC : 근거리 통신 기술. 네덜란드에서는 NFC 단말기를 상점에 설치된 NFC 인식 단말기에 접촉하면 결제가 되는 방식을 사용한다.
*고운맘 카드 : 임산부의 임신·출산 비용을 지원하는 카드.
*맘편한 카드 : 청소년 산모의 임신·출산 비용을 지원하는 카드.

<참고문헌>
「2016 한국이 열광할 12가지 트렌드」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저, 알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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