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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공감의 SNS 시인
고지현 기자  |  smpkjh89@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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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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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쉬어갈 틈 없이 바쁘지만/인생은 쉬어가도 괜찮은 거란다”

SNS 상에서 유명한 시인 ‘글배우(본명 김동혁)’의 시집 「걱정하지 말라」에 수록된 시 중 한 편이다. ‘SNS 시’는 기발한 표현과 일상적인 소재로 주목받으며 SNS 상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짧은 시를 의미한다. SNS 시는 SNS를 통해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고,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시와는 다른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 SNS 시의 흐름과 의미를 조망하며 ‘SNS 시인시대전(展)’이 오는 13일(일)까지 국립중앙도서관의 디지털도서관에서 열린다. 지친 일상을 떠나 편하게 웃고 싶은 날, 강의실을 잠시 벗어나 ‘SNS 시인시대전’을 찾아가보자.

시인시대전의 입구에 도착하자 입간판과 함께 SNS 시인시대전의 로고가 장식된 벽이 관람의 시작을 알린다. ‘SNS 시의 흐름과 그 의미’는 안으로 발걸음을 옮겨 만나는 첫 섹션이다. 이때 눈에 띄는 것은 시인 김상혁이 쓴 짧은 글로, SNS 시가 등장하게 된 배경을 간단히 소개하고 있다. 시인 김상혁 등 여러 전문가가 작성한 해설은 전시를 통해 일반인들도 SNS를 통해 시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SNS 시인시대전’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 SNS 시의 흐름과 그 의미 ▲ 전문가 추천 SNS 시 ▲ 21C SUPERSTAR 김삿갓 ▲ SNS 시의 다양성 ▲ 소셜詩어터 VIEW벽정 ▲ SNS 시 작가의 노트 ▲ 포토존 ▲ SNS 시 열람공간 ▲ 나도 SNS 작가로 총 9개의 주제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잔잔한 음악과 함께 SNS 시인 ‘손씨(본명 손동현)’의 시 네 편이 전시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중 눈에 띈 시는「어른은 겁이 많다」였다.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거라 여겼던 어린 시절을 되새기는 씁쓸한 시의 감성이 현대인의 약한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전시를 보러온 이들은 무언가를 깊게 생각하는 듯 시 앞에 잠시 멈춰 있었다.

‘전문가 추천 SNS 시’에 들어가면 SNS 시인 김수안의 시 「심각한 청년실업」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023456789’가 내용의 전부인 이 시를 보고 그 난해함에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그 제목을 한 번 더 되짚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숫자가 0부터 9까지 순서대로 적힌 이 시에는 ‘1’이 없다. 소리를 내 보면 “일이 없다”고 읽힌다. 이처럼 SNS 시는 뛰어난 문장과 함축적인 표현이 아니라 가볍지만 허를 찌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빠르고 즉각적인 반응을 자아낸다. 시를 보던 한 여성이 몇 초 만에 웃음을 터뜨린 것처럼 말이다.

   
▲ 1. SNS 시인시대전에 들어가는 입구에 전시 로고가 붙어있다. 2. SNS 시인 ‘손씨’의 시가 일러스트와 함께 전시돼 있다.3. 관람객들의 창작시가 ‘나도 SNS 시 작가’ 코너에 게재돼 있다.4. 시를 단행본으로 읽을 수 있는 공간에 SNS 시인 하상욱의시집「서울시」가 펼쳐져 있다.<사진=고지현 기자>

이번 시인시대전에서 눈에 띄는 점은 타블렛PC 화면에 시가 전시돼 SNS 상에서 공유되는 SNS 시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타블렛PC의 특성을 이용해 음향효과와 영상으로 시를 감상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프로젝터를 이용해 아크릴판에 직접 그림과 글을 비춘 ‘그림에다’ 작가의 시 「천천히 크렴」이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관람 내내 전시장 내에서 들을 수 있었던 조용한 음악도 이곳에서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시와 영상은 피로한 삶이지만 어린 자녀와 지내는 순간의 행복을 노래하는 여성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어머니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영상은 음악과 함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남겼다.

전시회장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시들은 유독 웃음을 자아내는 내용이 많았다. 곳곳에 시를 바라보며 밝은 웃음을 터뜨리는 이들이 보였다. 타블렛 PC 전시 뒤편에는 SNS 시인 최대호의 시가 전시돼 있다. 그중 두 개의 시에는 명암 없이 펜으로만 간결하게 표현된 특유의 인물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었는데, 둘 다 그 표정이 백미다.

전시 공간의 중앙에는 시를 단행본으로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독특한 디자인의 조명 아래에는 SNS 시인 하상욱의 「서울시」를 비롯한 많은 시집이 표지 아래 재치를 숨기고 독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시에 온 관람객들은 마련된 자리에 앉아 시집을 읽거나 잠시 휴식을 취했다.
시인시대전에는 다채로운 이미지가 가득했다. 전시장 곳곳에 입체적으로 구현된 개성있는 일러스트가 전시된 작품들에 생동감을 더했다. 정헌재 작가의 ‘포엠툰’과 ‘그림에다’ 작가의 만화 작품 또한 관람객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물했다.

음악, 일러스트 등을 감상하며 전시를 둘러보다 보면, 벽면을 가득 채운 만화가 눈에 띈다. 바로 ‘21C SUPERSTAR 김삿갓’ 섹션이다. 금강산에서 전통문화 속의 시인 김삿갓과 공허스님이 시를 주고받는 일화를 그린 작품이 있었다. 작품 아래에는 두 사람이 짧은 시로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이 SNS에서 멘션을 주고받는 것과 유사하다는 해석이 적혀있다.

김삿갓을 소개한 섹션에서 ‘소셜詩어터 VIEW벽정’ 섹션으로 시선이 옮겨갔다. 그곳에서는 우리나라의 고전소설 ‘취유부벽정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연극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연극 영상까지 충분히 즐겼다면 SNS 시인시대전도 막바지에 다다른 셈이다. 출구 가까이로 발걸음을 옮기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시를 쓰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 SNS 시인 글배우의 글이 알록달록한 그림과 함께 전시돼 있다. 가까이에 SNS 시인 글배우가 작업하는 책상을 그대로 구현한 공간도 있는데, 책상 위에는 화면에 시를 띄운 컴퓨터가 놓여있고 창작의 고민을 보여주듯 벽 한켠에는 많은 종이가 붙어있었다. 의자는 비어있었지만 고심하는 시인의 뒷모습이 절로 떠올랐다.

시를 쓰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면 이제 직접 쓸 차례다. ‘나도 SNS 시인’이라는 코너의 제목 아래에 관람객들이 적고 간 많은 시들이 붙어 있었다. 각기 다른 필체만큼이나 다양한 내용이 가득했다. 찬찬히 관람객들이 지은 시를 읽고 있자면 흘려 쓴 글씨체 사이로 삶 속에서 고심했던 누군가의 세월이 스쳐지나갔다. SNS 시인시대전의 안내를 맡은 노소영(여·29) 씨는 “SNS 시인시대전을 찾는 관람객 중에는 노인분들도 많다”며 “SNS를 모르시는 분들도 시를 읽고 즐거워 한다”고 말했다.

관람을 끝내고 나오는 길에 마지막으로 시 한편을 만났다. “정해진 이별/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하는 하상욱 시인의 시 ‘2년 약정’이다. 아마 관람객 모두가 자신도 모르는 새에 작은 웃음과 함께 전시를 떠났으리라.

SNS 시인대전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시를 좋아했다. SNS 시인시대전에서는 뛰어난 기교가 없어도, 시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다. 전시회의 관람객인 허 씨는 반듯한 필체로 시 「지금」을 지어 전시회장 ‘나도 SNS 시인’ 코너에 남겨 두었다. 허 씨는 “여기 지금/나는 서있다”고 말하며 스스로 지은 시 속에서 진정한 자기 자신과 맞닿아 있었다.

짐짓 유쾌한 듯 농담을 건네는 SNS 시는 그 나름대로 지친 현대인을 위로하기에 충분히 따뜻했다. SNS 시인시대전을 거쳐 간 모두는, 돌아가는 길엔 시인이 돼 자신만의 시 한 편을 가져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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