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공과대학 기획 특집]

지난 1월 22(금)부터 1월 31일(일)까지 총 9박 10일 동안 본지(정서빈, 이혜민, 이지은, 안세희, 이채연, 한연지, 박민주, 문혜영 기자)는 본교 공과대학이 올바른 방향에 대한 조언을 얻기 위해 해외 취재를 다녀왔다.

기업과의 산학협력에 중점을 두고 있는 독일의 드레스덴 공과대학교, 공과대학의 글로벌화에 앞장서고 있는 체코 공과대학교, 여성들의 공학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VHTO, 연구 중심 교육과정을 강조하는 네덜란드의 델트프 공과대학교. 각자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는 그들에게서 본교 공과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을 들어봤다.

▲왼쪽부터 독일 드레스덴 공과대학교 한스 레만(Hannes Lehmann) 교수, 체코 공과대학교 자동차학과 가브리엘(Gabriel) 교수<사진=안세희 기자>


◆ “대학과 연구소, 기업의 협력이 핵심이죠”
드레스덴 공과대학(Technische Universitat Dresden 이하 드레스덴 공대)은 독일 드레스덴 지방에 위치한 186년의 역사를 지닌 대학이다. 드레스덴 공대에는 3700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드레스덴 공대는 2012년 독일 11개 ‘우수(Exellence)’대학 중 한 곳으로 선정될 만큼 독일 내에서 우수한 대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드레스덴 공대는 ‘드레스덴 콘셉트(Dresden concept)’라고 불리는 대학과 연구소, 기업이 함께하는 산학협력 형태를 운영 중이다. 교수는 연구소에서 연구를 하며 동시에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 드레스덴 공대의 Hannes Lehmann 연구촉진처장은 “이는 교수와 학생 모두에게 더 좋은 결과를 갖게 한다”며 “교수는 더 높은 수준의 연구를 할 수 있고, 학생들은 수준 높은 연구를 하는 교수로부터 학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드레스덴 콘셉트는 하나의 연구소나 조직과 협력하는 타대학들의 산학협력과는 다르다. 드레스덴 공대는 기초과학부터 응용까지 모든 분야를 드레스덴 라이프니츠과학협회(leibniz gemeinschaft), 프라운호퍼(Fraunhofer), 막스플랑크협회(Max-Planck-Gesellschaft) 등의 여러 연구소와 협력한다. 연구촉진처장은 “이는 드레스덴 공대가 ‘Exellence’ 대학에 선정되는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구동독 지역에 위치한 드레스덴 공대는 구서독 지역에 위치한 독일 내 대기업들과도 산학협력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독일 내 대기업들 대부분이 구서독 지역에 위치하는데 비해 드레스덴 공대는 구동독 지역에 있어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Hannes 연구촉진처장은 “그럼에도 드레스덴 내에 연구소와 기업 지부 등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며 “여러 단체로부터 높은 투자를 이끌어 내는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드레스덴의 지속적인 ‘협력’은 우수한 연구 성과로 나타났다. 매년 독인 내 엘리트 대학을 선정하는 독일의 학술진흥재단 DFG(Deutsche Forschungsgemeinschaft)가 측정하는 대학 연구 순위에 따르면, 드레스덴 공대는 1997년 35위에 그쳤으나 20여 년만에 20계단 이상 상승해 2015년 10위를 차지하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드레스덴 대학은 ‘스핀오프’를 통해 대학 재정의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스핀오프란 대학에서 한 연구로 특허를 발명하고, 회사를 통해 기업에게 판매하는 행위이다. 한국 기업인 삼성(Samsung)에서도 2013년에 드레스덴 공대의 특허를 약 300억 원에 구매했다. 이렇듯 스핀오프 사업을 통해 대학은 기업으로부터 재정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다. Hannes 연구촉진처장은 “드레스덴 공대는 근본적으로 교육을 목표로 하는 대학으로서 시장에서 사적인 이익을 취하지 않는다”며 “TUD라는 대학의 재정을 관리하는 대학 내 자체 주식회사를 활용해 스핀오프를 활성화하고 금전적 이익을 얻는다”고 밝혔다.

◆“이젠 공대에도 외국어 교육이 필요해요”
세계는 지금 글로벌 인재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인재 양성’을 교육 목표로 삼는 본교 공과대학(이하 공대) 역시 마찬가지다. 전 세계가 연결되는 글로벌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2외국어의 중요성은 자연스레 강조될 수밖에 없다. 프라하의 중심에 위치한 체코 공과대학교(이하 체코 공대)는 제2외국어 수업을 ‘필수화’ 함으로써 공대의 글로벌화에 앞장서고 있다. 체코 공대는 중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공대로 1707년에 설립돼 309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24,000여 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인 체코 공대는 공학에만 초점을 두지 않고 언어 교육에도 집중하고 있다. 자동차학과의 가브리엘라(Gabriela) 학과장은 “공대지만 졸업을 하기 위해선 2개의 외국어 능력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체코 공대에는 언어 교육을 위해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수업이 개설돼 있다. 다양한 언어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생물학 기술 관련 수업은 러시아어로, 독일의 전자전기 기업인 ‘지멘스(Siemens)’와 함께 한 수업에서는 독일어로 수업했다. 가브리엘라 학과장은 “외국어로 하는 수업이 현지 언어로 하는 수업에 비해 강의 내용의 전달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라며 “현지 언어로 하는 수업만큼 체계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한편,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에서 기업과 대학 간에 협력 관계를 맺고 있듯이 체코 공대 또한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체코 공대는 산학협력의 일반적인 형태인 ‘인턴십’을 졸업 요건으로 정했을 뿐 아니라 기업 연계 프로그램을 ‘강좌’로 개설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은 외부 기업과 연합해 특정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 가브리엘라 학과장은 “해당 강좌를 수강하기 위해서는 등록금 이외에 돈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지만 학생들의 3분의 2가 지원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다”며 “이번 학기에는 자동차 기업 ‘포르쉐(Porsche)’와 디자인 프로그램을 함께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 무드(Mude) 교수, 네덜란드 VHTO 커키 부이(Cocky Booy) CEO<사진=한연지 기자><사진제공=VHTO>


◆“여성 공학 진출, 여자 아이들의 과학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중요해요”

국내에 여자대학교(이하 여대) 중 공대가 있는 여대는 본교를 포함해 2곳에 불과하다. 여성의 공학 참여율이 남성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과학은 남자들의 분야’라는 인식이 만연한 사회 분위기도 문제다. 네덜란드도 우리나라와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국제표준교육분류에 따르면 STEM 분야(과학, 기술, 공학, 수학)에 종사하고 있는 여학생의 수가 30-50%에 달하는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네덜란드는 20%로 10%p 이상 낮다. 네덜란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VHTO’는 여성의 공학 참여를 위해 설립된 비영리 기관이다. VHTO의 총책임자 커키 부이(Cocky Booy) CEO는 “VHTO는 여성들이 STEM 분야에 활발히 참여할 수 있도록 참가자의 나이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며 “네덜란드 내 여성들의 과학 분야 참여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현재 VHTO에서는 ‘멘토링(Mentoring)’ ‘걸스데이(Girls Day)’ 등의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부이 CEO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여성의 공학 진출에 있어서 멘토링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어린이들을 위한 멘토링과 공학 관련 기업에 취업을 준비하는 여학생들을 위한 ‘멘토링 서클(Mentoring Circle)’이 그 예다. VHTO에 있는 25명의 여성 전문가들은 각각 다른 학교에 방문해 어린이들이 공학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강연한다. 여대생들을 위한 멘토링 써클에서는 1대 1로 ‘멘토’와 ‘멘티’가 정해진다. 그녀는 “STEM 분야의 직장에 취업한 후 적응하지 못하는 여성이 많다”며 “멘토는 현장에서 멘티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조언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인턴십을 멘토의 도움 하에 수행하는 셈이다. 독특한 점은 멘토가 되는 여성 전문가들, 멘티가 되는 여대생 모두 본인들이 자발적으로 지원해 참여한다는 점이다. 그녀는 “멘티로 참여했던 학생들이 나중에 다시 멘토가 되는 경우도 많다”며 “현재 VHTO에는 2,000명이 넘는 전문가들이 등록돼 있다”고 말했다.

VHTO에서는 일 년에 한 번 STEM 분야의 기업과 여학생들이 교류하는 걸스데이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독일, 룩셈부르크, 호주 등의 국가에서도 같은 날, 동시에 진행된다. 부이 CEO는 “기업과 학생들이 한 곳에 모이는 ‘컨퍼런스’ 형식의 행사가 걸스데이 프로그램 내용 중 하나다”라며 “과학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또한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사용되는 과학 기술들을 알아보는 행사도 열린다. 그녀는 “작년에는 놀이공원에 학생들이 찾아가 놀이기구가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 우리가 흔히 쓰는 와이파이(WIFI)는 어떻게 생성되는지 직접 보고 배웠다”고 말했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STEM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공학에 친숙해질 수 있다.

그녀는 “어린이들이 과학에 관한 고정관념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초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한국 여성 공학의 진출이 많아지기 위해서는 학교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며 “학생들의 부모를 설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그 범위를 넓혀가야 한다”고 말했다.

◆ “학생들은 연구과제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며 성장해요”
네덜란드 델프트 지방에 위치한 델프트 공과대학교(Delft University of Technology 이하 델프트 공대)는 네덜란드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공립 공과대학교이다. 델프트 공대는 유럽 5개 우수 명문 공과대학교(델프트 공과대학교,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 아헨 공과대학교, 파리 공과대학교)의 연합인 ‘IDEA 리그(League)’ 중 한 곳으로 손꼽힐 만큼 공학 분야에서 명성 있는 대학이다.

델프트 공대의 교육 과정은 3년의 학사 과정과 2년의 석사 과정을 거쳐 총 5년제로 이뤄져 있다. 델프트 공대의 화학공학과 무드(Mudde) 교수는 “학사 과정에서는 학생이 자신의 분야에 대한 탄탄한 기본 지식을 갖출 수 있도록 기본기에 대해 교육하고, 석사과정에서는 자신의 특성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고 설명했다.

델프트 공대는 ‘연구’ 중심 대학으로서 우수한 연구 성과를 보유하고 있다. 무드 교수는 “학생들 또한 ‘연구 프로젝트’라는 졸업 요건을 통해 ‘독립심’을 기를 수 있다”고 말한다. 연구 프로젝트는 학생들에게 학사 및 석과 과정 등 모든 단계에서 각각 독립된 연구 과제를 부여하고 해답을 찾아나가는 프로그램이다. 무드 교수는 “연구 과제에 대한 결과나 해답은 없다”며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질문을 학생들에게 연구과제로 부여함은 학생들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구 과제는 기존에 진행되는 연구에서의 의문점이나 기존에 밝혀내지 못한 것에 대한 주제들로 이루어진다. 물론 연구 과제의 수준은 어느 정도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배정된다. 학사 과정 학생들에게는 얕고 기본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연구 과제가 주어진다. 반면 석사 과정의 경우 수준이 굉장히 높아지고, 단순 연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논문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델프트 공대는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이 독립적으로 연구 방법을 찾아 연구하고, 스스로를 특성화하길 기대하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학사 과정은 3개월, 석사 과정은 9개월 과정의 연구 프로젝트가 주어진다. 무드 교수는 “만약 기간 안에 연구 프로젝트를 완성하지 못하더라도 계속해서 학생들은 해당 연구를 지속해 나갈 수 있다”고 답하며 “모든 프로젝트나 수업들은 졸업 전까지만 완료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한 무드 교수는 “매시간 학생들이 연구 프로젝트에 대해 생각하며, 그러한 과정 속에서 누구도 알지 못하는 물음을 생각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만약 그 연구 과제에 대한 답을 구하지 못한다면 감독은 해당 질문을 재구성할 수 있다. 무드 교수는 “연구 과제는 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에 대한 정확하고 명확한 답을 구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며 “학생들은 자신의 교수에게 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는지에 대해 설명하면 된다”고 말한다. 덧붙여 “학생들은 비록 문제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더라도, 자신이 연구하는 과정 속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된다. 수동적으로 문제를 따라가는 것과 독립적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것은 다르므로 결국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자신의 연구에 대한 주체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초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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