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영화]

<그래픽=윤나영 기자>

<스파이 브릿지>
국가: 미국
연령: 12세 관람가
개봉일: 2015. 11. 05
러닝타임: 141분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가 <터미널> 이후 다시 만났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에서의 밀러나 <터미널>(2004)에서의 나보스키 역에서 보여준 톰 행크스의 모습은 조금 어눌해 보이지만 진실함으로 승부하는 캐릭터다. 진정한 지혜는 약삭 빠른 자의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자에게 있다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배우다. <스파이 브릿지>는 냉전 시대라는 첨예한 이념 대립 시기에서도 추구되는 휴머니즘을 묵직하게 전해주는 영화다. 스필버그는 역할에 맞는 최적의 배우를 캐스팅하여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스필버그가 톰 행크스를 왜 선택했는지는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만큼 배우를 선택하는 안목은 탁월했고, 톰 행크스는 그에 부응했다.

영화는 화가로 위장하여 조심스레 스파이 활동을 하는 루돌프 아벨(마크 라일런스)의 모습을 긴장감 있게 보여준 다음, 체포된 후 만나게 되는 국선 변호사 제임스 도노반(톰 행크스)과의 인간적인 만남에 포착한다. 도노반은 스파이지만 쉬운 길인 전향을 선택하지 않고 자신의 조국과 이념을 지키는 아벨에 대해, 이념을 떠나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변호한다. 스파이를 변호한다는 이유로 언론의 비난은 물론 가족의 안전까지 위협받지만 그는 신념을 견지한다.

이 영화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유명한 코엔 형제가 시나리오를 썼다.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 관객을 부끄럽게 만들며, 세상의 부조리를 능청스럽게 드러내는 시니컬함 속에서도 희망을 판도라 상자에 남겨두는 감각 있는 작가 감독들이다. 코엔 형제는 이념이 휴머니즘보다 앞서서는 안 된다는 것을 양국을 유사한 입장에 놓고 제시한다. 메인플롯과 서브플롯을 교묘하게 직조하는 능력이 뛰어난 코엔 형제는 <스파이 브릿지>에서 미국과 소련의 대립만으로 주제를 드러내지 않는다. 미국 CIA 첩보기 조종사가 소련에 붙잡히게 된 상황과 미국 감옥에 있는 아벨의 상황을 병치시켜 놓고 이 둘의 포로 교환 문제에 베를린 장벽에서의 삼엄한 상황을 포함시킨다. 베를린 장벽이 점차 철옹성 같은 국경이 되어가는 바로 그 순간, 동독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던 미국 예일대 유학생이 동독경찰에 의해 감옥에 수감된다. 영화는 미국의 조종사와 소련 스파이 아벨의 교환을 동서대립이 첨예했던 독일 베를린으로 설정함으로써 이념 대립을 관객이 직접 몸으로 체험하게 만든다.

미국 정부는 소련 정부와 직접 대화하지 않은 채, 민간인 도노반을 통해 첩보기 조종사의 포로교환이 비밀리에 성사되기를 바란다. 만일 성사되지 못할 경우, 정부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서방세계에 독립된 정부로 인정받고 싶은 동독 정부는 독일에서 이루어지는 포로교환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득을 취하고자 한다. 각국의 교묘한 정치적 입장 속에서도 도노반은 아벨이 고국에 돌아가는 것을 돕기 위해 위험한 일을 기꺼이 맡는다. 영화는 유학생 하나 때문에 많은 국가 기밀을 알고 있는 조종사와의 포로교환 협상이 결렬될까 노심초사할 뿐인 미국 정부의 모습과 미국 유학생도 동독에서 구해내고자 애쓰는 도노반의 모습을 통해 국가이기주의와 휴머니즘을 극명하게 대립시킨다.

이 영화의 제목인 ‘스파이 브릿지’는 분단독일의 옛 국경지역이었던 곳이다. 엔딩 부분에 등장하는 이 다리에서 포로교환이 이루어지기까지 이 세 사람 모두 무사히 고국의 품에 안길 수 있을까 하는 긴장감이 관객을 몰입시킨다. 이 영화가 던지는 화두인 이념과 휴머니즘이 스필버그의 멋진 지휘로 감동적으로 다가옴으로써 할리우드 영화의 진정성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의사소통센터 황영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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