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중국인 친구에게 웨이신(중국에서 사용하는 메신저)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에 돌아와서 처음으로 보내는 메시지였다. 지난 1년간 중국 ‘소주’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면서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친구였다. 잘 지내고 있냐는 간단한 문장을 전송하는데 괜히 마음이 들떠 싱숭생숭했다. 메시지 하나에 소주의 아름다운 풍광이 눈앞에 그려졌다. 두 캠퍼스 사이를 이어주던 긴 다리와 그 아래로 유유히 흐르던 강물이 머릿속에 떠오르다 사라졌다.

기다리던 답장이 도착하고 몇 번의 안부 인사가 이어진 후, 기회가 되면 다음에 보자는 짤막한 문장과 함께 대화가 싱겁게 끝났다.

1년이라는, 끝이 정해져 있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얼마만큼 이해하고 받아들였을까. 주고받은 대화의 숫자만 놓고 보면 참 허무한 관계였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대화를 안부 인사 몇 마디로 압축하고, 그마저도 다음을 기약할 수 없다는 생각에 가슴 한 구석이 쓸쓸해졌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보냈던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대화의 바깥에는 메시지 몇 줄로 판단할 수 없는 일화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처음 소주에 도착해서 서툰 중국어로 대화를 시도했던 순간부터, 몰래 피아노실을 빌려주었다가 함께 혼이 났던 기억, 마지막으로 헤어질 때 버스정류장에 서서 내가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던 순간들이 차례로 머릿속을 스쳤다. 그러자 서운했던 마음이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듯 달콤하게 사라졌다.

어쩌면 이 모든 기억들이 나 혼자에게만 소중한 추억일 수도 있다. 친구에게는 지나가는 일상 속의 한 단면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내가 상대방에게 바라는 마음의 무게와 상대방이 나에게 전하는 마음의 무게는 분명 다를 것이다.

하지만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가짐이다. 마음먹기에 따라서 메시지 몇 줄에 불과한 관계가 될 수도 있고, 그 이면을 바라보는 관계가 될 수도 있다. 어떤 관계로 발전시켜나갈 것인가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내가 경험했던 모든 시간들을 소중히 여기는 한, 기억은 달큰한 냄새를 풍기는 추억이 될 것이다. 언젠가 다시 만났을 때 어색하지 않을 정도,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채지윤(한국어문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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