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폭력시위인가 과잉진압인가. 지난 14일 광화문에서 있은 대규모 시위와 경찰의 대응방법을 두고 갑론을박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시위 중 60대 남성 한명이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그 자리에 쓰러져 현재까지 생사를 헤매며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광화문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진출하려는 시위대와 그것을 막으려는 경찰 간에 물리적 충돌이 있었고 아수라장 같은 현장의 모습들이 생생히 동영상으로 공개되면서 우리 시위 문화와 진압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몽둥이 같은 기구를 이용 경찰 버스를  공격하는 사람들, 시위자대를 향해 매우 위험해 보이는 물대포를 직사하는 경찰, 쓰러진 시위자를 구출하려는 또 다른 시위대와 그들에게 최류액과 물대포를 연신 쏟아 붇는 경찰의 모습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도심에서 벌어지는 게릴라 전투의 장면들이었다. 하루 차이로 발생한 프랑스 파리 도심의 참혹한 테러 현장 사진과 동영상들을 보고 마음이 뒤숭숭하던 차에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폭력적 장면들을 마주하니 놀랍고 우려스러운 마음이 더하다.

폭력시위가 문제인가 과잉진압이 문제인가 하는 질문은 그 자체로 문제적이다. 달걀이 먼저나 닭이 먼저냐는 식의 순환논리의 오류도 문제일 것이고, 원인 제공의 폭력은 나쁘고 대응 폭력은 괜찮다는 내포된 전제도 문제적이다. 폭력은 폭력을 부른다. 원인과 결과에 관계없이 모든 폭력은 잘못이고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폭력이 거부되어야 한다는 것은 양쪽 모두 잘못이라는 식의 거친 양비론이나 시위대나 경찰 모두가 잘못이라는 식의 두리뭉실 일반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시위와 진압 과정에서 일부 폭력이 있었음은 분명하나 그것만으로 시위와 진압 전체를 설명하는 것은 위험하다. 폭력시위나 과잉진압이라는 프레임이 이번 시위가 순전히 폭력적이거나 경찰의 대응이 온전히 과잉이라는 식의 의미라면 그 자체가 또 다른 무분별한 선동일 수 있다.

경찰의 대응이나 시위대의 행위 중 구체적으로 누구의 어떤 행위가 과잉이고 폭력인지, 또 그것이 개인의 우발적 문제인지 아니면 조직적이고 의도된 행위였는지,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불편부당하고 엄밀하게 분별해 문제 삼지 않고 두리뭉실하게 자기 진영에 유리하게 선전적으로 이용하려해선 이번과 같은 불상사가 계속 되풀이 될 것이다. 국정교과서 반대 시위는 하루 이틀에 끝나지 않을 것이고 우리학교의 많은 학생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안이다. 얼마 전 학우 한명이 연행되었다가 풀려나기도 했다. 이번 사태를 남의 집 불구경할 일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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