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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인, ‘20대의 강박’에 지치다
한연지,이채연 기자  |  smphyj87@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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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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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지난 1306호부터 다음 1308호까지 ‘20대를 말하다’라는 기획기사를 연재 중입니다. 남들이 정해 놓은 기준에서 벗어나면 '틀리다'고 말하는 정답사회 속에서 지치지는 않으셨나요. ‘20대엔 여행을 가야해’ ‘20대엔 자격증을 따야해’ 끝없이 우리를 밀어내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지는 않나요. ‘20대를 말하다’ 두 번재 기사 ‘20대의 강박’, 지금 시작합니다.

사회에 만연한 ‘20대의 강박’
64.2%의 학우가 강박 느껴

51.7%의 학우, 사회 분위기에 떠밀려
필요치 않은 일까지 해

그러나 불만족한 것으로 드러나
실질적 필요성 떨어지는 게 이유

   
 

“늘 남이 정해놓은 답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나, 비정상인가요?” 지난 7월 27일(월) 방송된 한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된 사연이다. 사연 속 주인공은 늘 남들이 정해놓은 답대로 살아왔다며 남들처럼 해야만 안도감이 든다고 말한다. 

이는 결코 사연 속 남성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현재 ‘정답사회’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답사회란, 다수가 정해놓은 기준에서 벗어나면 ‘틀렸다’고 판단하는 사회다. 정답사회는 10대에게 ‘인(in) 서울’만이 정답이라 말한다. 20대에게는 ‘학점’ ‘해외 어학연수 경험’ ‘자격증’ ‘인턴 경험’ ‘대외활동’ 등을 요구한다. 30대에게는 ‘좋은 직장’과 ‘결혼’을, 40대에게는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안정된 ‘가정’과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부’를 갖춰야 함을 강요한다. 이에 부응하지 못한 이들은 사회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기 일쑤다. 다수와 다르게 행동하거나, 남들만큼 하지 못하면 손가락질 하는 사회. 정답사회는 수많은 이들을 강박에 빠지게 한다.

특히 20대들은 사회가 요구하는 많은 ‘정답’에 얽매여 ‘20대의 강박’을 겪는다. 20대의 강박이란, 정답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20대에는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고 느끼는 것을 말한다. ‘20대는 인생에서 가장 예쁠 나이이기 때문에 날씬한 몸매를 가져야 한다’ ‘20대는 가방 하나만 매고 여행을 떠날 줄 아는 대담함이 있어야 한다’ ‘방학 때는 학원에 다녀야 한다’ ‘스펙을 위해 대외활동, 공모전 입상 등의 경험이 필요하다’ 이처럼 20대에게 요구되는 정답들은 20대를 고통에 시달리게 한다.

◆ 사회 분위기, 20대의 강박 유발해
숙명인도 20대의 강박을 느끼고 있을까. 본지는 지난 11일(수)부터 13일(금)까지 3일간 본교 학우 572명을 대상으로 ‘20대가 느끼는 강박’에 대해 설문조사를 시행했다.(정확도 95%, 오차범위 ±1.8%p)

조사 결과, 과반수의 학우가 20대의 강박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의 강박을 느낀 적이 있냐’는 질문에 64.2%(336명)의 학우들이 ‘그렇다’고 답했다. 학우들이 강박을 느끼는 원인은 무엇일까. 강박을 느끼는 데에는 외부적 원인이 가장 큰 것으로 드러났다. 강박을 느낀다고 답한 336명의 학우 중 59.7%(215명)는 ‘사회 분위기’를, 11.1%(40명)는 ‘주변인의 간섭’을 강박의 원인으로 꼽았다. 70.8%(255명)에 달하는 학우들이 외부로부터 강박을 느낀 셈이다.

사회 분위기를 강박의 원인으로 꼽은 정예림(한국어문 14) 학우는 “취업을 필수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강박으로 다가온다”며 “취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학문을 연구하기 보단 스펙 쌓기 및 영어 자격증 공부에 더욱 열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주변인의 간섭을 강박의 원인으로 꼽은 라윤원(한국어문 11) 학우는 “친구, 선생님 등 주변 사람을 비롯해 가족들도 ‘졸업 후 어떤 일을 하면서 살거냐’는 질문을 자주 한다”며 “‘계속 그렇게 돈만 축낼 거냐는’는 말도 들어봤다”고 말했다. 라 학우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해져 미래에 대한 강박을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강박의 원인을 내부에서 찾은 학우들도 있다. 11.1%(40명)의 학우는 강박의 원인으로 ‘스스로의 만족감’을 꼽았다.

◆ 77.4%의 학우, 학점 관리에 강박 느껴
‘강박을 느끼는 항목(복수 응답 가능)’을 묻는 질문에 77.4%(291명)의 학우가 ‘학점 관리’를 꼽았다. 이유진(경영 14) 학우는 “학점은 취업할 때 필요한 대학 생활의 결과물 중 하나로 성실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것 같다”며 “역량이 부족해서인지 열심히 공부해도 학점을 받기 힘든 과목이 많아 학점 관리를 하는 데 강박을 느낀다”고 말했다.

‘언어 학원 등록’에 강박을 느끼는 학우는 58.5%(220명)로 학점 관리의 뒤를 이었다. 방학이 시작되면 유명 언어 학원이 집중돼 있는 종로, 강남 일대의 학원가는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몰려드는 대학생들로 포화 상태가 된다. 김지예(화학 13) 학우는 “최근에는 많은 기업들이 영어 이외의 외국어 능력까지 요구한다”며 “방학 때마다 외국어 학원을 다니는 친구들을 보며 학원에 다녀야한다는 강박을 느꼈다”고 말했다. 어학 성적을 쌓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가방을 짊어지고 학원으로 향하는 대학생들에게 방학은 결코 휴식을 위한 기간이 아니다.

각종 자격증 취득에 대한 강박도 배제할 순 없다. 자격증에 강박을 느끼는 학우는 53.5%(201명)로 나타났다. ‘대학생 취업 필수 자격증’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실제 많은 대학생들은  ‘MOS(Microsoft Office Specialist)’ ‘컴퓨터 활용능력’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등의 자격증을 취득하곤 한다.

‘20대엔 예뻐야 한다’는 말에 강박을 느끼는 학우도 적지 않았다. 49.2%(185명)의 학우는 강박을 느끼는 항목으로 다이어트, 성형 등 ‘외모 관리’를 꼽았다. 실제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해 고통 받는 20~24세 여성들이 많다. 무리한 다이어트는 각종 질병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결핵’은 20~24세 여성들에게 특히 자주 나타난다. 아름답다고 인식되는 몸매를 갖기 위해 시작한 다이어트가 영양 불균형과 스트레스를 초래해 결핵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외모 관리에 뒤를 이어 30.15%(113명)의 학우는 ‘여행’에, 10.45%(39명)의 학우는 ‘운전면허 취득’에 강박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 강박, 필요성 느끼지 못한 일도 행하게 해
강박감 때문에 필요하지 않다고 여기던 일을 실제 행한 학우도 있을까. ‘강박감 때문에 필요하지 않은 일을 한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과반에 달하는 51.7%(192명)의 학우가 ‘있다’고 답했다.

‘어떤 일을 했냐(복수 응답 가능)’는 질문에 45.7%(93명)의 학우는 ‘언어 학원 등록’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학우는 “전공 공부를 하는데 어려움이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지만,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친구들을 보며 부담을 많이 느껴 영어 학원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35.8%(73명)의 학우가 꼽은 ‘운전면허 등 자격증 취득’이 그 뒤를 이었다. 취업을 위해 1학년 때부터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고 대외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는 강수민(경제 14) 학우는 “3학년이 되면 취업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 때문에 1학년 때부터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학우는 “1학년 여름 방학엔 운전면허, 겨울방학엔 컴퓨터 활용능력시험 2급을 취득했다”며 “대학생활을 후회 없이 보내야 한다는 것에 강박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외모를 위한 성형(시술) 혹은 다이어트’를 한 적이 있다고 답한 학우는 30.4%(62명), ‘학점 관리’를 한다고 답한 학우는 23.5%(48명)로 나타났다. 이어 9.9%(20명)의 학우는 ‘여행’을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학우는 “20대엔 꼭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말을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며 “원하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다들 여행을 떠나는 것을 보며 어쩔 수 없이 여행을 간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 강박감 때문에 행한 활동에 만족하지 못해
강박감에 떠밀려 언어 학원에 다니거나,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학우는 많았다. 하지만 활동에 만족하는 학우들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강박감을 해소하고자 한 활동의 ‘만족 정도(10점 만점)’를 물은 결과, 학우들의 평균 만족 점수는 5점이었다. ‘6~10점’군에 해당하는 학우는 42.3%(99명)에 불과했다. 이 중 6점을 꼽은 학우가 36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매우 만족하는 편에 속하는 9점과 10점을 택한 학우는 각각 4명, 3명으로 소수에 그쳤다. 한편, ‘1~5점’을 택해 비교적 낮은 만족감을 표한 학우들은 57.7%(135명)로, ‘6~10’점군을 택한 학우들보다 36명 많았다.

학우들이 강박 때문에 한 활동에 만족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본지는 그 이유를 ‘실질적인 필요성’에서 찾았다. 필요치 않은 일을 강박감에 의해 하게 되니, 만족감이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족도에 1점을 매긴 오솔(경영 14) 학우는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미디어학부 복수전공 또는 비서학 연계전공을 할까 고민했었다”며 “해당 학과에 흥미가 전혀 없었으나 취업에 대한 강박 때문에 갈팡질팡하느라 시간을 낭비했다”고 말했다. 오 학우는 “강박감 때문에 타인에게 특별한 활동을 한 것처럼 꾸며 말한 적도 있었다”며 “이젠 그 거짓말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알게 돼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일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설문의 끝에서 학우들에게 ‘20대의 강박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이에 많은 학우들은 이렇게 말했다. “20대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마세요”

오늘도 20대들은 사회로부터의 압박, 가족 또는 지인들의 따가운 눈총에 떠밀려 자신이 향하는 목적지도 모른 채 무작정 달리고 있다. 고등학생 때는 좋은 대학에, 대학생 때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여기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사실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정답’이란 없다. 모두에겐 저마다의 삶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면서, 틀림이 아닌 다름에 조금만 더 자유로워질 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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