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가 지난 3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했다. 하지만 역사학계와 많은 시민들은 국정화에 지속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달 초 갤럽 조사에서도 국정화에 대한 반대 의견(53%)이 찬성(36%)보다 많았다. 이미 역사학 관련 학회 28개가 공동명의로 반대성명을 냈다. 우리 대학 역사문화학과 교수들도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에 이름을 올렸다.

정부는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겠다며 흔들림이 없는 모양새다. 여당 대표는 “대한민국 역사학자의 90%가 좌파”라고 선언한 바 있다. 편향된 학자들이 참여해 만드는 현 검인정 교과서는 “올바르지 않다”는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역사 기술에 “올바르다”라는 표현을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역사는 지나간 사실의 기록들 모아 후대들이 재구성한 사회적 구성물이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뺄지 어떤 것을 넣을지, 아니면 어떤 것을 크게 다룰지 여부는 ‘선택’에 달려있다. 그런데 이 선택을 5년 임기의, 아니 2년여 남은 현 정부가 독점적으로 행사하겠다고 한다.

만약 역사학자 90%가 어떠한 역사적 사안에 대한 해석에 한결같이 동의하고 있다면 이것이 정설이다. 나머지 10% 이하의 여러 주장들을 소수설이나 이설이다. 역사에는 정설과 이설이 있을 뿐 올바른 것과 올바르지 않은 것은 없다. 무수한 사례의 한 현상이 있고 이것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바들이 몇 개 안된다면 우리는 수리적 논리를 이용해 법칙 또는 법칙에 가까운 일반론, 즉 ‘옳은 설명’을 할 수 있다. 자연 현상에 대해 우리는 이러한 법칙 또는 법칙에 가까운 설명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회현상은 사례는 적고 이것을 추론할 원인은 많기 때문에 법칙을 만들어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프랑스 혁명의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수많은 혁명의 사례와 그 혁명의 원인으로 추론되는 현상들을 대조해 보아야 한다. 그러나 혁명의 사례는 많지 않다. 혁명의 원인을 통계학적 방법으로는 논증할 수 없다.

대부분의 사회 현상은 그것에 대한 어떤 연구자의 합리적 해석과 그에 대한 다른 학자들의 지속적인 입증을 통해 설명돼 간다. 하나의 주장 또는 ‘설’에 대해 입증이 지속적으로 더해진다면 이것은 다수설, 또는 정설의 지위에 오른다. 그러나 다른 연구자가 그 ‘설’에 대한 반증의 사례를 찾아내고 그 ‘설’의 주창자가 이것을 방어해 내지 못한다면, 그리고 그러한 반증 사례가 지속된다면 그것은 소수설 또는 이설이 되어 점차 사라지게 된다. 통계학적 방법도 아니고, 해석학적 방법도 아닌 권력의 방법으로 만들어낸 역사는 권력과 함께 사그라질 것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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