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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아르바이트 속 갑질과 대면하다
이지은, 김경주, 박민지 기자  |  smppmj90@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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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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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윤나영 기자>

대학생들, 성희롱뿐만 아니라 많은 정신적 피해 입어
근로기준법 준수하지 않는 고용주들 많아
부당한 대우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갑질' 때문

올해 1월, 아르바이트 구직 어플인 ‘알바몬’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아르바이트생의 92.4%가 근무 중 ‘갑질’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55.7%는 고용주로부터, 46.3%는 고객으로부터 당했다고 밝혔다. 갑질의 유형으로는 감정노동 착취가 가장 많았고 불합리한 요구, 이유 없는 화풀이, 인격적인 무시가 그 뒤를 이었다. 본래 갑을(甲乙)관계란 계약 당사자를 순서대로 지칭하는 법률 용어였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상하관계나 주종관계를 의미하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본교 학우도 갑을관계에서 자유롭진 못했다.

◆ 고용주의 성희롱, 이젠 참지 말자
김민정(경영 14) 학우는 커피전문점에서 한 달 전부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김 학우는 고용주로부터 인신공격과 성희롱을 당했다. 하루는 고용주가 몸을 쳐다보며 살 좀 빼야겠다는 말을 던졌다. 그는 “허벅지와 종아리가 왜 그렇게 두껍냐”며 “그래도 바스트 아니 바디는 좋잖아”라고 말했다. 그녀는 “직장인들이 왜 스트레스를 받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그 날 집에 가는 길에 눈물을 흘렸다”고 속상함을 토로했다.

이처럼 아르바이트를 하며 겪는 성희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권병진 변호사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학우에게 법적 대응책을 제시했다. 고용주가 아르바이트생에게 성적인 비유나 평가를 하는 행위는 언어적 성희롱에 해당된다. 이를 관할 노동청에 신고해 성희롱으로 인정받을 경우, 고용주는 남녀고용평등법 제39조 제1항에 의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 성추행 등에 해당할 경우에는 아르바이트생은 고용주에게 형사처분과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권 변호사는 성희롱, 성추행 등을 신고할 경우 “무엇보다도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돼야 한다”며 “성희롱 당시의 상황을 잘 메모해두고, 여성의 전화, 성폭력 상담소 등 전문기관에 상담기록을 남겨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 동료부터 고객까지, ‘갑’으로 둘러싸이다
20대 아르바이트생들은 성희롱 외에도 여러 심리적인 피해를 겪고 있다. 작년 여름 방학, 아르바이트를 구하던 임효정(경영 14) 학우는 키즈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첫 출근날, 임 학우는 함께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들로부터 갑질을 당했다. 기존 아르바이트생들은 단지 일한 경험이 더 많다는 이유로 임 학우를 ‘야’라 부르며 무시했다. 궂은일은 당연히 그녀의 몫이었다. 하루는 아기가 오전에 토해놓은 토사물을 혼자 치워야했다. 기존의 아르바이트생들이 치우기 싫다는 이유로 오후까지 방치해 놓은 것이다. 임 학우에게 뒷수습을 맡긴 채 그들은 스마트폰을 쳐다볼 뿐이었다.

키즈카페에서의 갑질은 아르바이트생 사이에서 그치지 않았다. 임 학우는 일을 그만 둔 지금까지도 키즈카페 내의 푸드코트에서 본 광경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부모들이 식탁 위에서 아이의 기저귀를 가는 것은 기본이고, 기저귀를 정리해달라며 임 학우 손에 쥐어 준 일도 있었다. 정수기 옆에 비치돼 있던 플라스틱 물컵에 아들의 소변을 받는 한 고객에게 화장실을 이용해달라 했다가 “어디서 손님에게 ‘명령질’이냐”고 도리어 한소리를 듣기도 했다. 결국 그 고객은 오줌이 들어있는 컵을 임 학우 손에 쥐어준 채 아들을 데리고 나갔다. 평소에도 이러한 고객들의 호통과 욕설이 지속돼 그녀를 힘들게 했다.

◆ 근로기준법을 무시하는 고용주, 알고 대처하자
경제적인 피해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임 학우도 다르지 않았다. 방학 동안 임 학우는 시급 6,000원을 받으며 외식업 아르바이트를 했다. 출근한 지 3일째 되는 날, 그녀는 2주간 수습기간이 있으며 그 동안엔 최저임금이 지급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갑작스러운 통보에 당황했지만 새로운 아르바이트를 구하기가 어려워 계속 일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첫 월급날, 은행에서 통장을 확인해보니 원래 받기로 했던 급여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알고 보니 고용주가 본인의 편의를 위해 최저임금의 천 원 이하 단위를 고려하지 않고 급여를 계산한 것이다. 임 학우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고용주는 “뭐 그 정도 갖고 그러냐”며 도리어 임 학우를 나무랐다.

김도연(경영 15) 학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간단한 면접 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족발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싶다는 김 학우의 요구에도 고용주는 묵묵부답이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으니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지켜질 리 없었다. 갑작스레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일이 반복됐으며, 퇴사 또한 예고 없이 찾아왔다. 평소처럼 가게에 출근한 김 학우에게 고용주가 “네가 맘에 안들어”라며 더 이상 일을 나오지 말라고 통보한 것이다.

커피전문점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했던 김 학우는 23시가 넘는 시간까지 가게 마감일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김 학우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단 한 번도 야간근로수당을 받아본 적이 없다. 이에 대해 커피전문점 고용주는 “평소에 퇴근시간보다 더 일찍 퇴근했던 날도 있으니 야간수당 없이 조금 더 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월급 또한 제 때 들어온 적이 없다. 커피전문점 고용주는 아무런 말이 없거나 까먹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심지어 월급 지급이 3주정도 늦춰질 때도 있었다. 이런 부당한 대우에도 두 학우는 아무런 대책을 세울 수 없었다. 근로기준법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하는 고용주는 법적 제재를 받게 된다. 기간제법 제24조에 따르면 해당 고용주에게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처분된다.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17조에는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서면으로 근로계약서를 체결하도록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 일을 하게 될 경우, 야간근로로 인정돼 기존 시급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고용주는 야간근로, 연장근로, 휴일근로 등에 대해서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해야 한다. 단, 사업장 근로자수(알바생 포함) 5명 이상일 경우 적용된다. 이에 대해 권 변호사는 “시급 6,000원을 받기로 했다면 야간근무, 연장근무, 휴일근로의 경우에는 시급 9,000원으로 계산하여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르바이트에서 월급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 또한 법적 조치가 가능하다.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고용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날로부터 14일 이후까지 월급이 지급되지 않을 경우 고용인은 연기된 날짜 수에 대한 이자를 청구할 수 있다. 만일 수습기간이라는 명목 하에 일한 것에 대한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고용주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노동청에 신고해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을’이 된 아르바이트생들, 그 뿌리는 ‘갑질’
최근 정신적, 금전적 피해로 고통받는 20대 아르바이트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본교 학우들의 사례처럼 아르바이트생을 부당하게 대우하는 이들은 주로 고용주와 고객이다. 하지만 고용주와 고객의 갑질은 용납될 수 없다. 고용주가 주는 급여에는 심리적 피해에 대한 비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고객이 돈을 지불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제품과 서비스에 관한 것이지, 종업원의 감정은 고객이 요구할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다.

그렇다면 갑질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감정노동연구소 김태흥 소장은 “남들보다 우위에 있고자 하는 본성과 신자유주의에 기인해 일어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신자유주의의 등장으로 고용시장의 유연화가 발생하면서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는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 직이 늘어났다. 그 결과 2,30대는 취업난에 시달리고 40대 이상은 일자리가 불안정해졌다. 이처럼 불안정한 사회구조 속에서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갑과 을의 위치는 고정돼 있지 않다. 갑질하는 사람들도 어딘가에선 누군가의 을이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을이었던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 갑의 행세를 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푼다”며 “이를 ‘감정전달의 폭탄 돌리기’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감정전달의 폭탄 돌리기’가 반복되면서 갑질이 심화되는 것이다.

김 소장은 아르바이트생들이 소비자들의 갑질에 맞서 정정당당하게 고발하고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갑질에 의한 희생은 개인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며 “커뮤니티를 형성해 아르바이트 노조에 힘을 실어주거나 SNS를 통해 갑의 횡포를 고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갑질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자 최근 고용노동부는 법을 개정했다. 감정노동으로 인해 적응장애나 우울병을 겪을 경우 그에 따른 정신적 피해를 산재보험으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회에서는 회사마다 감정노동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점차 갑질에 의해 피해 받는 ‘을’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계속해서 지속된다면 정신적으로, 금전적으로 피해 입는 ‘을’들은 머지않아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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