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우리나라의 여성들은 유교사상으로 인해 배움으로부터 배제되고 차별 받았다. 근대 이후, 교육의 중요성이 커지고 남녀평등 사상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여자대학교(이하 여대)는 여성 교육을 책임지는 특수한 집단으로서 중요하게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면서 유일한 여성 교육기관이었던 여대는 그 의미를 상실했다. 남성이 점유했던 일반 대학에 여성의 출입이 가능해짐에 따라 여대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본지는 지난달 27일(화)부터 29일(목)까지 3일간 숙명인 573명을 대상으로 ‘여대의 위기’에 대해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신뢰도 95%, 오차범위 ±1.8%p) 동시에 시간표, 커뮤니티 사이트인 ‘에브리타임’을 통해 타 대학 학생 20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신뢰도 95%, 오차범위 ±4.7%p)

 

◆ 숙명인 71.5% “본교의 위상 하락을 절감해”
대학생들은 숙명여자대학교, 본교의 이미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숙명인과 타 대학 학생들은 본교의 위상이 떨어지고 있다고 여겼다. 설문에 참여한 573명의 본교 학우들 중 ‘과거에 비해 본교의 대외적 평판과 명성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매우 하락’이 13.7%(78명), ‘하락’이 57.8%(329명)로 총 71.5%(407명)의 학우들이 본교의 사회적인 인식이 하락세라고 답했다. 반면 상승했다고 느낀 학우는 0.7%(4명)에 불과했다.

대다수의 학우들은 본교의 홍보 부족과 낮아진 입결을 원인으로 꼽았다. 박서진(역사문화 15) 학우는 “본교의 우수한 점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면서도 “홍보의 부족이 수험생들의 본교에 대한 선호도와 입결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타 대학 학생들 역시 ‘매우 하락’이 9.1%(18명), ‘하락’이 37.1%(73명)로 응답해 본교의 사회적 인식이 낮아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매년 발표되는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의 본교 순위 또한 하락하는 추세다. 최근 5년간 중앙일보 대학평가 종합순위에서 본교는 2010년 19위, 2011년 18위, 2012년 21위, 2013년 31위, 2014년 34위 2015년 33위를 기록했다.

◆ 대학생들 “여대는 위기다”
좁아진 여대의 입지와 함께 여대의 위기론은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다. 숙명인과 타 대학 학생들 모두 여대가 위기라는 것에 동의했다. 설문에 응답한 573명의 본교 학우들 중 ‘과거에 비해 여대의 사회 전반적인 평가가 하락했다고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에 71.6%(410명)의 학우들이 하락했다고 답했다. 반면 상승했다고 느낀 학우는 1.9%(11명)에 그쳤다. 학우들은 평가가 낮아진 이유로 49.1%(223명)가 ‘각종 대학평가지표에서의 하락’을, 35.5%(161명)가 ‘수험생의 낮은 선호도’를, 11.9%(54명)가 ‘여대 존립 이유의 상실’을 꼽았다. 박소연(의류 14) 학우는 “사회 구성원이 남녀로 구성돼 있고 대학은 사회의 첫걸음”이라며 “사회에 적응하는 데 공학이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타 대학 학생들의 경우 ‘과거에 비해 여대의 사회 전반적인 평가가 하락했다고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에 79.2%(160명)가 여대의 평판이 낮아졌다고 생각했다. 그 원인으로는 ‘수험생의 낮은 선호도’가 34%(55명), ‘여대 존립 이유의 상실’이 25.9%(42명), ‘각종 대학평가지표에서의 하락’이 25.3%(41명)로 본교 학우들의 의견과 비슷했다. 박영운(21·남) 씨는 “사회에 형성돼있는 여성 혐오 분위기로 인해 여대가 평가절하 되고 있다”며 “여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여대를 역차별의 상징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 공학화를 고려하는 여대들
최근 여대 사회에 남녀공학 대학으로의 전환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몇몇 여대들은 남녀공학 대학으로의 전환이나 타 대학과의 합병까지 감행했다. 1990년대 상명여대가 상명대로, 부산여대는 신라대로 이름을 바꾸며 남녀공학 대학이 되기를 선택했고, 성심여대는 가톨릭대와, 효성여대는 대구가톨릭대와 통합하면서 남녀공학 대학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현재 남아있는 4년제 여대는 본교를 포함한 광주여대, 동덕여대, 덕성여대, 서울여대, 성신여대, 이화여대로 총 7곳이다.

본교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9월 ‘일반대학원 남학생 입학허용안’으로 한차례 몸살을 앓았다. 덕성여대 홍승용 전 총장은 지난해 9월 1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된 이후 모든 것을 다시 논의할 생각이며 남녀공학으로의 전환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원복 현 총장도 “성을 뛰어넘는 경쟁이 불가피한 현실을 직시해 남녀공학으로의 변화를 덕성 구성원과의 충분한 논의와 의견수렴을 통해 검토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처럼 여대의 위기는 갈수록 심해지고 ‘여대’라는 정체성을 포기하면서까지 공학전환을 고려하게 했다.

그러나 여대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여대의 공학화를 반기지 않고 있다. 설문에 응답한 본교 학우들 중, ‘여대의 공학화가 필요한가’는 질문에 ‘필요없다’라고 답한 학우가 94.6%(539명)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한 ‘여대가 꼭 필요한가’라는 질문에는 73.4%(417명)가 아직까지 남녀차별이 남아있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나은(프랑스언어·문화 15) 학우는 “남성 중심적인 공학사회에서 여성은 주도권을 갖기 힘들다”고 말하며 “많은 여성 리더 배출을 위해서는 여대가 존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신주희(경제 14) 학우는 “학교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단순히 공학화를 해결 방안으로서 여기는 것은 옳지 않다”며 “여대 자체적인 발전이 필요하다”고 공학화에 대해 반대했다.

타 대학의 경우, 여대 공학화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과반수인 60%(117명)이 ‘필요 없다’라고 응답해 본교 학우들과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반면, 여대가 ‘꼭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에는 의견이 갈렸다. 설문에 참여한 타 대학 학생들 60.9%(120명)는 여대가 ‘꼭 필요한가’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여대의 공학화는 반대하지만 여대가 꼭 필요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여대의 설립목적 상실과 관련이 있다. 과거의 여대는 여성 교육을 책임지는 유일한 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했지만, 현재는 여대가 아니라도 여성이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여대의 위기는 오늘내일 일이 아니다. 더욱이 올해 초 교육부가 발표한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중 여대가 일부 포함돼 여대의 위기를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다. 본지가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여대의 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본교 학우들 중 71.6%(410명)이 ‘여대의 사회 전반적인 평가가 하락했다’고 답했고, 타 대학 학생들도 79.2%(160명)가 여대의 사회적 지위가 예전만 하지 못하다고 느꼈다.
그렇다면 앞으로 여대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단순히 남녀공학 대학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유로 공학화를 선택해서는 안 된다. 본교 학우 중 94.6%(539명)가, 타 대학 학생들 중 60%(117명)가 ‘공학화는 필요없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60.9%(120명)의 타 대학 학생들은 여대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들에게 여대가 왜 필요한 건지 말해줘야 한다.

우리 스스로 여대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견고히 해야 할 때다. 이제부터 여대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여대의 당위성을 함께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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