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무엇에 쫓기듯 살아가는 이들도/ 힘을 다하여 비칠거리는 발걸음들도/ 무엇 하나씩 저마다 다져 놓고 사라진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나는 배웠다/ 그것이 부질없는 되풀이라 하더라도/ 그 부질없음 쌓이고 쌓여져서 마침내 길을 만들고/ 길 따라 그이들을 따라 오르는 길/ 이리 힘들고 어려워도/ 왜 내가 지금 주저앉아서는 안 되는지를 나는 안다”

이성부의 시 ‘산길에서’의 일부분이다. 이 시에서 ‘길’은 역사를 의미한다. 시의 화자는 자신이 걷는 길이 누군가가 다져놓은 것임을 깨닫는다. 그와 동시에 자신 역시 길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느끼고, 미래에 더 다져질 길을 생각하게 된다.

‘숙대신보가 담은 필름 속 숙명의 순간’ 기사(본지 제1304호 4면 참고)에는 1900년대 숙명의 모습이 실렸다. 필자는 흑백사진 속에 담긴 당시 학우들의 모습을 보며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다. 학생운동에 참여한 학우들은 무장한 군인들과 대치하면서도 겁먹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IMF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는 십시일반 금을 모아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도 했다. 그들의 노력은 오늘날 숙명을 만들었다. 과거 숙명인이 다져놓은 길을 오늘날 숙명인이 뒤따라 걷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행동도 똑같다. 아마 우리의 행동들이 10년, 20년 뒤의 숙명을, 더 나아가서는 사회를 만들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문제에서 볼 수 있듯 지금 숙명의 학우들은 앞으로의 숙명인을 위해 행동하고 있다. 물론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반대시위를 하는 등의 노력이 지금은 사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노력들이 쌓이고 쌓여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다. 과거 숙명인에게 받았던 만큼, 미래 숙명인에게 되돌려주기 위해 오늘날의 우리도 미래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