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용안 기획, 낮은 대학원 입학 충원율 때문

공식적인 의사 수렴 과정
거치치 않아 논란 일어

소통의 중요성 대두돼

지난달 22일(화) 오후 5시, 제2창학캠퍼스 임마누엘홀에서 ‘일반대학원 남학생 입학 허용안’에 대한 학생 설명회가 개최됐다. 재학생과 동문 500여 명이 참석한 설명회에서는 해당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이뤄지지 못했다. 일반대학원 남학생 입학 허용안의 전면 중단을 요구하는 참석자들의 반대 여론이 거셌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달 23일(수), 오중산 기획처장은 본교 커뮤니티 숙명인게시판을 통해 일반대학원 남학생 입학을 허용하기 위한 ‘일반대학원 학칙 1조 규정개정안’이 최종적으로 폐기됐음을 전했다.
 
◆ 결정적 원인은 낮은 입학 충원율
대학 본부가 일반대학원 남학생 입학 허용안을 기획한 건 일반대학원 석사과정의 입학 충원율이 낮기 때문이다. 정보공시사이트 ‘대학알리미(http://www.academyinfo.go.kr)’에 따르면, 본교 일반대학원의 2015학년도 석사과정 입학 충원율은 76.9%로 입학정원 미달이다. 이는 본교를 포함한 서울 소재 6개 여자대학교 중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충원율이 73.9%인 서울여자대학교를 제외한 덕성여자대학교(116.9%), 성신여자대학교(98.7%), 이화여자대학교(93.8%), 동덕여자대학교(83.1%)의 일반대학원 석사과정 입학 충원율은 본교보다 높았다. 작년의 경우 본교 일반 대학원 석사과정 입학 충원율은 67.8%로, 위 6개 대학 중 가장 낮았다. (이화여자대학교 95.1%, 성신여자대학교 92.9%, 동덕여자대학교 87.7%, 덕성여자대학교 87%, 서울여자대학교 78.4%)

김부용 대학원장은 “이화여자대학교와 본교를 제외한 나머지 4개 여자대학교는 일반대학원에서 남학생의 입학을 허용하고 있다”며 “이 방안이 본교 일반대학원의 입학 충원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반대학원의 입학 충원율 부족은 ▲재정 손실 ▲연구 실적 ▲교육부 대학원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낮은 입학 충원율은 등록금 납부액과 직결돼, 본교의 재정 손실을 야기한다. 박은아 대학원 교학팀장은 “일반대학원의 입학생 미달로 등록금 부분에서 매년 20억 원 이상의 재정 손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한, 입학생 수가 적은 대학원 학과는 연구 진행이나 실험에 난항을 겪고 있다. 김 대학원장은 “실제 자연계열 학과에서는 대학원생이 없어 연구나 실험을 진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라며 “이는 교수들의 연구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2015년 시범 운영을 앞두고 있는 교육부의 대학원 평가도 문제다. 지난 5월 교육부는 대학 학부 평가 및 구조개혁에 이어 대학원도 평가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교육부가 예로 제시한 5개의 지표 중 ‘교육여건’에는 학생 충원율이 포함돼 있다. 김 대학원장은 “일반대학원 입학 충원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에는 장학금 지급, 기숙사 제공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와 같은 방안들은 이미 타 대학에서 큰 규모로 시행하고 있어 본교가 시행한다 해도 큰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며 “일반대학원의 남학생의 입학을 허용해 위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고 말했다.
 
◆ 공식적인 의사 수렴 과정 부족해
총동문회와 재학생들은 일반대학원의 남학생 입학을 허용할 경우 여성 교육기관으로써 본교의 정체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했다. 이에 김 대학원장은 “대학원의 남학생 입학 허용이 학부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교내 어느 누구도 학부의 남녀공학화를 전제로 해당 사안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재학생들은 제47대 총학생회 ‘리플라잉’(이하 총학)이 공식적인 전체 재학생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며, 총학의 찬성 의견을 전체 재학생의 의견으로 학교 본부에 전달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일반대학원의 남학생 입학 허용안이 처음으로 총학 측에 전달된 시기는 지난 학기 초다. 대학원장과 대학원 교학팀 직원들이 모인 식사를 겸한 회의 자리에서 대학 본부 측은 총학에게 해당 사안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의견을 구했다. 이후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 구성원들은 개인적인 의견으로서 해당 사안에 찬성함을 학교 본부 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대학 본부는 이를 전체 재학생의 의견이라 간주하고 정책을 진행했다. 김 대학원장은 “총학생회에게 학부생들의 의견을 모아 전달해 달라고 사전에 요청했다”며 “총학생회가 전달한 찬성 의견이 전체 재학생의 의견일 것이라 믿고 정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교 총학생회장 김신제(사회심리 11) 학우는 “당시에는 해당 사안을 비롯해 본부 측에 전달한 중운위의 찬성 의견이 정책 추진에 반영될 것이라는 내용에 대한 사전 설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총학은 지난달 18일(금) 대학원장, 교무처장, 대학원 교학팀장 등이 참석한 면담에서 전체 재학생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설명회를 유치하고, 학칙과 관련된 주요 사항을 심의하는 대학평의원회를 연기할 것을 요청했다. 김 학우는 “본부의 정책 진행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에 면담 참석자 모두가 동의했고, 절차를 바로잡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기에 설명회 개최와 대학평의원회 개최 연기라는 합의가 도출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정된 회의를 연기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대학평의원회 의장의 설명에 따라 대학평의원회는 예정대로 21일(월)에 개최됐다. 김 학우는 대학평의원회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재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입장 표명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총동문회의 경우도 대학 본부 측이 동문들의 의견을 수렴할 공식적인 자리를 갖지 않았음에 문제를 제기했다. 동문 전체의 의견을 수렴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 없이 정책을 진행한 점도 문제다. 실제 대학 본부 측이 총동문회를 대상으로 해당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 건 지난달 3일(목) 열린 임원회의가 처음이었다. 임원회의는 8일(화)에 열린 총동문회의 가을 정기 이사회를 준비하는 중간 회의였다. 박미경 총동문회 총무이사는 “대학원장과 대학원 교학팀장이 임원회의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설명했으나, 참석했던 임원들은 반대 의견을 표했다”고 말했다. 이후 총동문회의 요청으로 지난달 14일(월), 황선혜 총장과 대학원장을 비롯한 대학 각 부처장들이 모인 면담이 진행되기도 했다.

정순옥 총동문회장은 “총동문회의 공식적인 의견을 표할 수 있는 곳은 180여 명의 이사들이 참석하는 총동문회 정기 이사회다. 학교 본부 측이 총동문회 전체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는 임원회의가 아닌 정기 이사회에서 설명을 진행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설명회가 개최된 시기 역시 논란이 됐다. 학교의 일반적인 정책은 규정위원회, 교무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시행된다. 단, 이번 일반대학원 남학생 입학 허용안과 같은 학칙 개정은 이후 대학평의원회와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 총동문회장은 “9월 초 대학 본부가 총동문회에 해당 사안을 설명했을 때는 이미 해당 사안이 여러 의결 기구를 통과한 상태였다”며 “해당 사안이 시행되기까지 한 달 남짓한 시간은 전체 동문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에 부족했다. 만약 대학 본부 측이 전체 동문의 의견을 수렴하려 했다면, 시간적 여유를 두고 구체적인 설명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대학원장은 6월 개최 예정이었던 총동문회 임시 이사회에서 해당 사안을 설명하고자 했으나, 메르스로 인해 이사회가 취소돼 부득이하게 전달 시기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이후 8월 18일(화)에 열린 총동문회 확대써클장회의에서 해당 사안을 설명하는 자리를 갖고자 했으나 이미 일정과 회의 안건이 정해져 있으니 9월 3일에 진행되는 임원회의에서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는 총동문회 측의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총동문회 측은 대학 본부가 9월 이전에 공문을 통해 해당 사안을 알리는 등의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 설명회 이후 본교와 재학생 간 소통
학내 구성원과 대학 본부 간의 소통 부족은 이번 일반대학원 남학생 입학 허용안을 둘러싼 주요 쟁점 중 하나였다. 이번 사태를 통해 학내 구성원과 대학 본부 간의 소통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현재 본교 안건 상정에 재학생 대표가 참여해 의견을 표할 수 있는 자리는 ‘등록금심의위원회’와 독립기구 ‘대학평의원회’다. 중운위는 지난 24일(목) 숙명인게시판에 성명문을 게재해 학교의 중요한 사안에 대해 학생들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의결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했다.

이에 지난 26일(토), 대학 본부는 재학생의 의결기구 참여 보장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존재하는 두 기구에서도 재학생 대표가 충분히 의견을 표출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또한, 대학 본부는 재학생들의 요구 사항을 고려해 향후 대학평의원회에 재학생 대표와 대학원생 대표의 참여를 확대하거나 보장하는 방안을 추가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획처는 지난달 23일(수), 일반대학원 남학생 입학 허용안의 추진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 과정이 부족했다는 재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추가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처에 따르면, 독립적인 비상대책기구로서 ‘일반대학원 남학생 입학관련 특별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재학생들의 여론 수렴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중운위는 반대 입장을 표했다. 23일 일반대학원 학칙 1조 규정개정안이 최종적으로 폐기되면서 철회된 사안에 대해 비대위를 구성하는 것은 실익이 없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비대위 구성으로 인한 일반 대학원 남자 입학생 허용안의 재점화를 우려한 것도 이유다.

대학 본부 측은 “앞으로는 학칙 개정과 같은 중요 사항이나,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간담회 혹은 설명회 개최를 공지할 때는 보다 많은 학생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 문자로 알리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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