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 3사는 자사의 TV프로그램을 비평하는 시청자평가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KBS의 <TV비평 시청자데스크>, MBC의 <TV속의 TV>, SBS의 <열린 TV 시청자 세상>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 시청자들이 TV를 잘 찾지 않는 토요일 점심시간에 방영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위의 프로그램들은 토요일 오전 11시(KBS)와 오후 12시 10분(MBC, SBS)에 방영된다. MBC와 SBS의 시청자평가 프로그램 방송시간이 겹치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시청자들이 이 중 하나의 프로그램만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시청자가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만 보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지 않은 편성으로 문제가 있다. 세 프로그램의 내용도 시청자의 지적, 프로그램 분석, 평가원 시간 등으로 구성돼 있어 코너명만 다를 뿐 비슷하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방송사가 자성의 시간을 이용해 자사 프로그램을 홍보한다는 점이다. <TV비평 시청자데스크>의 ‘클로즈업 TV’와 <TV속의 TV>의 ‘TV 돋보기’가 그 예이다. 이 코너들은 인기 프로그램이나 신규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를 재방영해주는 반면 비평은 옥에 티만 지적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시청자평가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게 된 이유는 1993년 당시에 TV 프로그램의 형식과 내용의 모방, 폭력성, 선정성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각 방송사들은 ‘시청자와의 의사소통 도구로서 시청자들의 비판을 수용하고 보다 나은 방송을 위한 대안을 모색한다.’는 취지로 시청자평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후 2000년에 제정된 방송법 제89조는 ‘각 방송사는 주당 60분 이상의 시청자 프로그램을 편성해야 하고 시청자 평가원의 의견 진술을 방송내용에 포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송법은 시청자평가 프로그램을 의무ㆍ형식화 해 내실없는 겉치레로 만든 부분도 있다.


잘 만들어진 시청자평가 프로그램은 방송의 공익성과 중립성을 지키며 동시에 시청자들의 주권을 보장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제작자들은 식상해진 이 프로그램들의 내용과 형식을 탈피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청자들이 시청하기 쉬운 시간으로 방영 시간을 옮기거나 시청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참신한 코너를 구성하는 것도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시청자들 역시 TV속 정보를 받아들이는 수동적 역할에서 벗어나 TV비평에 참여하고 개선의 목소리를 내는 능동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비평 없는 수용은 시청자로서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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