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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가는 빚더미 속 잃어버린 빛
이채연·문혜영·심선후 기자  |  smplcy87@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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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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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윤나영 기자>

학자금 대출부터 취업, 결혼 위한 자금까지
매년 증가하는 20대 신용대출액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빚은 어쩔 수 없어 

부모의 보호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으로 첫걸음을 내딛는 20대. 대학 생활, 연애, 취업, 결혼 등 부푼 꿈을 안고 집 밖으로 나선 그들에게 닥친 현실은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의 ‘금융업권별 신용대출 연령별 이용 비중’ 조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20대의 평균 신용대출액은 총 6조 2천억 원에 이른다. 20대의 부채율은 작년 대비 11.2%p 증가했다. 이처럼 20대들이계속해서 빚을 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  '돈 쓸 일 '많은 20대
꿈을 이루기 위해 준비하는 20대 청춘들은 ‘돈 벌 일’보다 ‘돈 쓸 일’이 많다. 대학에 입학해 처음으로 마주하게 될 비싼 등록금은 시작에 불과하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일 경우 매달 하숙비, 월세, 생활비 등 부담해야 할 것들이 더 많다. 졸업 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취업을 위한 자격증 취득, 외국어 공부 등 사교육비로 지출되는 비용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생활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한 스펙까지 고려해야 하는 20대들에게 빚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갓 20살이 된 대학 입학생은 대부분 ‘학자금 대출’을 통해 처음 대출을 받는다. 경제적 부담감이 큰 등록금을 감당하기 위해서다. 학자금 대출률은 7년간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금융연구원의 ‘학자금대출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조사 자료에 의하면 2014년 학자금 대출 잔액은 10조 7천억 원으로 2010년 대비 약 3배 증가했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20대 채무자 수 또한 70만 명에서 152만 명으로 늘어났다. 

학자금 대출 제도의 종류에는 ‘든든(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일반상환 학자금 대출’ 등이 있다. 신청자는 자신의 소득분위와 출신 환경에 맞게 학자금 대출 제도를 선택해 신청할 수 있다. 든든 학자금 대출은 소득이 8분위 내에 속하는 대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대출 제도로, 취업 후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겼을 때 남은 대출 금액을 상환하면 된다. 일반상환 학자금 대출은 일정 기간 내에 대출 금액과 이자를 모두 상환해야 하는 제도다. 이외에도 교육비, 식비 등을 대출받을 수 있는 ‘생활비 대출’, 일반상환 학자금 대출을 든든 학자금 대출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 대출’ 등이 있다.

◆ “졸업 후에 남는 건 빚뿐 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울 때도 있어요” 
본교 1학년에 재학 중인 A 학우는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등록금 전액을 대출받았다. 형편이 여유롭지 않아 직접 학비를 마련하고자 든든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는 그녀는 생활비 역시 대출을 받아 해결하고 있다.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빚을 지게 된 상황에 대해 애써 웃음을 지어보이며 A 학우는 “부담스럽지만 등록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빚을 갚기에는 턱없이 모자라죠”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돈이 부족해서 끼니를 거를 정도는 아니지만, 여유롭게 돈을 쓸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에 매일 가계부를 쓰고 있다는 A 학우. 그녀는 특별한 날이 아니면 친구들과의 만남도 자제하는 편이다. 돈을 아껴 쓰기 위해 식사를 혼자 간단하게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졸업 전까지 6학기의 등록금을 더 대출받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항상 마음 한 편에 자리하고 있어요”라며 빚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A 학우는 빚을 갚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A 학우가 받은 든든 학자금 대출의 경우 졸업 후 3년이 이내에 상환내역이 없거나, 상환 시작 후 3년 이내에 대출금과 이자의 100분의 5 이상을 상환하지 않으면 장기미상환자가 된다. 장기미상환자로 선정되면 국세청에서 소득과 재산 검사를 받게 된다. “사회로 나가 꿈을 펼치기 위해 대학에 입학했는데 졸업 후에 남는 건 빚뿐 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울 때도 있어요” 그녀는 매년 낮아지는 취업률을 보며, “졸업 후에도 취업이 되지 않아 빚을 갚지 못할까 봐 걱정돼요”라며 한탄했다.

A 학우는 대학생의 빚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 실업이 우선으로 해소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업률이 증가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학생들은 계속해서 빚을 갚지 못하게 될 거예요. 제때 졸업하고 취업해 대출금을 갚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실현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안정적인 수입원이 생겨도 학자금 대출 잔액을 갚기에 급급할 것 같다는 그녀는 “새로운 빚이 생기지 않으면 다행이죠”라며 씁쓸한 감정을 내비쳤다. 
A 학우는 중년의 나이가 됐을 때 갖고 있는 빚이 없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저도 성실하게 살다 보면 빚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라며 작은 소망을 이야기했다.

◆ “대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빚 때문에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동생이 있어요. 대학교에 입학할 동생을 생각하니 제 등록금이 가족에게 부담될 것 같았죠” 익명을 요청한 B 학우는 현재 본교 1학년에 재학 중이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반상환 학자금 대출과 생활비 대출을 받은 그녀는 현재 500만 원 상당의 빚을 지고 있다. 부모님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그녀에게 등록금 해결을 위한 빚은 불가피한 존재다. 학업에만 열중하기도 모자란 시기에 빚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B 학우는 “성인이 됐으니 학비와 생활비는 스스로 해결하고 싶어요”라며 책임감을 드러냈다.

그녀에게 빚이란 ‘족쇄’와 같은 존재이기보다는 삶을 더 열심히 살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녀는 “영원히 빚을 갚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미 빚을 지고 있는 만큼 더 열심히 살 거예요”라고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B 학우는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아 학비에 보태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B 학우는 학자금 대출 제도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최선이자 유일한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일반 금융권 대출보다 접근이 쉽고 이자율이 낮기 때문이다. 그녀는 학생 개개인의 경제 상황이 소득분위선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점을 학자금 대출 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그녀는 “학자금 대출을 받는 데 필요한 요건인 소득분위를 조사할 때 부모의 경제력 외의 다른 사항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며 대학생의 경제 상황을 더욱 정확히 파악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 학우는 많은 대학생이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사회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디기도 전에 대학생을 빚쟁이로 만드는 이 사회가 야속하다”며 불만을 표했다.

졸업 후에도 취업 준비, 주택 마련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할 일’은 많다. 이는 또 다른 빚을 낳기도 한다. B 학우는 자신이 졸업 후 취직을 하더라도 짧은 시간 안에 빚을 모두 갚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그녀는 현실에 굴복하지 않는다.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학자금 대출을 받았지만, 대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빚 때문에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영어 통역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학업이나 대인관계를 유지하는데도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 B 학우에게선 빚이 있더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젊음을 최대한 즐기려는 열정이 느껴졌다.

◆ 취업 후에도 벗어날 수 없는 빚의 늪
졸업 후 일자리를 얻는다 해도 빚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다. 상환해야 할 학자금 대출 잔액이 남아있거나, 새로 빚을 지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2015년 학자금 대출 금액이 7조 7천억 원에 달했지만, 대출 상환 금액은 1조 8천억 원으로 전체 대출 금액의 약 14%에 불과했다. 

익명을 요구한 김 씨(남·29세)는 취업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1천만 원 상당의 갚아야 할 빚이 남아있다. 그는 “취업 후 1년간은 연봉이 적은 편이기 때문에 빚을 갚기에는 부족해요”라고 말했다. 대학 시절 스스로 등록금을 해결해야만 했던 김 씨는 든든 학자금 대출로 등록금을 충당했다. 취업 후 소득이 생겼을 때 대출액을 상환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취업 전까지 큰 부담은 없었다. 그러나 취업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 최근 결혼 준비를 하면서 부담해야 할 비용이 더 늘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결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새로운 대출을 고려하고 있다. 

“막연히 취업에만 성공하면 금방 대출 금액을 갚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취업하니 돈 쓸 일이 더 많아졌어요” 그는 빚을 갚아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생활비를 최대한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김 씨는 외식비가 부담돼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를 피하게 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남은 대출 금액을 모두 상환하는데 족히 4년 이상 걸릴 것이라 예상한다. “이렇게밖에 살 수 없는 현실이 원망스럽지만, 최대한 빨리 빚을 갚을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빚을 갚지 못해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20대 또한 증가하는 추세다. 개인회생이란, 채무 상환 능력이 없는 개인 채무자에게 금액 감면 등의 혜택을 주는 제도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2분기 20대 개인회생 신청자는 1,996명으로, 1,841명이었던 1분기에 비해 8.4%p 증가했다. 개인회생 제도는 20대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최선의 수단이다. 증가하는 개인회생 신청자의 수는 취업 후에도 여전히 빚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20대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대학 등록금, 사교육비, 생활비 등 20대가 감당해야 할 비용은 많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20대는 젊은 나이에도 빚을 지게 된다. 그러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감당해야 했던 빚이 오히려 그들의 삶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런 ‘아이러니’한 현실에 놓인 20대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본지는 2주간의 연재를 통해 ‘잘 먹고 잘살기’ 위해 노력하는 현대인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들의 하루는 오늘도 정신없이 지나간다. 때로는 바쁘게 돌아가는 시간 속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놓쳐버리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의도치 않게 빚을 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잘 먹고 잘살기’위해 오늘도 집을 나선다.

*상환기준소득 : 2015년 공시된 상환기준소득은 4인 가구 최저생계비인 1,856만 원에서 연말 정산을 통한 세금을 차감하고 남은 1,053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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