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숙케치]

 

이번 여름방학에 친언니와 함께 38박 40일의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8개국 18개 도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도시는  영국 런던이다. 런던에서는 근 일주일을 있었다. 런던은 이번 여행 중 가장 짧은 기간 동안 가장 파란만장하게 여행했던 도시다.

런던에서의 첫 날 저녁, 우연히 값이 비싼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가격을 보고 놀란 나머지 간단하게 샐러드 하나와 메인 메뉴 하나를 시키려 했다. 하지만 1인 당 1메인 메뉴를 주문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당황해서 그냥 레스토랑에서 나가려고 했지만 작은 동양인이라 무시당할까 걱정됐다. 그 곳에 동양인은 우리뿐이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결국 내 생의 마지막 사치라는 생각과 함께 레스토랑에서 20만 원짜리 저녁을 먹었다. 20만 원이 아깝지 않은 맛이었고 그곳에서 바라본 런던의 경치가 멋있었다. 그 날 저녁 부모님께 전화해 ‘레스토랑 사건’에 대해 말하니 부모님께서 큰 호통을 치셨던 게 아직까지 기억이 난다.

런던에서의 두 번째 날, 타워브릿지의 야경을 본 후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대중교통을 알아봤다. 하지만 모든 대중교통이 끊겨 있었다. 그 다음날 있을 대중교통 파업 때문에 대부분 운행을 중단하고 일부 버스만이 운행 중이었다. 그래서 30분이면 도착할 숙소에 거의 2시간이 걸려 도착했다. 심지어 중간에 길을 잃어 국제미아가 될까 무서운 마음도 들었다. 다행히 친절한 영국인의 도움으로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날 나는 핸드폰을 분실했다.

물론 안 좋은 추억만 있는 건 아니다. 핸드폰을 분실한 덕에 영국에서 경찰서를 가봤다. 영국의 경찰들은 친절했다. 그 뿐만 아니라 한적한 공원에서 모히또 한 잔을 하는 여유를 가져 보고, 마음껏 쇼핑도 해보고, 좋아하는 뮤지컬도 볼 수 있었다. 여름임에도 덥지 않은 날씨가 좋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깨끗하고 평화롭고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아 좋았다. 한국에서는 매일 공부에, 스펙에, 알바에 치여서 한 번도 누려보지 못한 여유를 누릴 수 있었다. 그래서 런던이 다사다난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고 좋았던 도시다.

프랑스언어·문화 14 양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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