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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도둑, 가까이에 있었다
김경주·김의정·안세희 기자  |  smpkkj87@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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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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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나영 기자>

최근 ‘자존감 도둑’이라는 단어가 주목받고 있다. 자존감이란 자아존중감의 줄임말로 자신이 가치가 있는 존재고 성과를 이뤄낼 수 있는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이다. 자존감과 도둑의 합성어인 자존감 도둑은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단점을 부각시켜 타인의 자존감에 상처를 입히는 사람을 뜻한다. 본교 학우들 주위에는 어떤 자존감 도둑들이 있을까. 이에 본지는 학우들의 자존감과 자존감 도둑에 대해 알아봤다.

◆ 학우들의 자존감 도둑은 누굴까
본지는 지난 16일(수)부터 18일(금)까지 본교 학우  547명을 대상으로 ‘자존감 도둑’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다. (신뢰도 95%, 오차범위 ±1.8%p) 본교 학우들의 자존감 평균은 40점 만점에 27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전 세계 평균인 31점(「행복의 신화」의 설문 기준)보다 4점 낮았다. ‘본인의 자존감을 뺏겨본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있다’고 답한 학우가 91%(497명)였다.

학우들은 본인과 친밀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자존감 도둑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응답했다. ‘본인과의 친밀도를 비교했을 때, 자존감을 앗아갈 것 같은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각각 ‘친한 사람’에 58.2%(318명), ‘안면만 있는 사람’에 29.9%(163명), ‘모르는 사람’에는 11.9%(65명)의 학우들이 답했다. 이에 대해 김하늘(경제 11) 학우는 “부모님이나 친구처럼 서로에 대해 많이 아는 사이라면,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나의 단점을 찾아 공격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안면만 있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친하지 않으므로 서로 더 조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위의 김 학우처럼 본교 학우들은 지인이 장난삼아 한 언행에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상황에서 자존감이 많이 깎였냐’는 질문에 ‘친구가 지나가면서 하는 말에 상처를 받았다’고 답한 학우가 29.7%(146명)로 가장 많았고, ‘부모님의 잔소리’가 20.4%(100명)로 그 뒤를 이었다. 지인의 지나친 언행에 상처를 받는 이유는 ‘무례한 말을 들으면 내가 가까운 사람에게도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농담처럼 말해도 진담이 섞인 것을 알기 때문에’‘오랜 친구들은 본인 나름의 충고를 한 거지만 내가 충고로 받아드리지 못하기 때문에’ 등이 있었다.

‘가장 자존감을 많이 깎는 사람’은 39.6%(205명)의 응답을 받아 ‘친구’가 1위를 했다. 연보라(중어중문 12) 학우는 “오랫동안 관계를 지속해 온 친구일수록 내게 해주는 말에 상처를 받게 된다”며 “친구들은 허심탄회하게 얘기해주기 때문에 그 말들이 옳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자존감이 빼앗긴다”고 말했다. ‘친구’의 뒤를 이어 ‘나 자신’‘아르바이트 손님 혹은 사장’ 등이 포함된 ‘기타’가 25.9%(134명)로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23.7%(123명)의 학우들이 선택한 ‘엄마’였다. 박신영(정치외교 13) 학우는 “내 단점을 충격요법으로 고쳐보려고 더 심하게 말씀하시는 듯 하지만 그때마다 자존감만 떨어진다”고 답했다.

◆ 자존감 도둑, 얼룩진 친구 사이
응답자 547명 중 39.6%(205명)가 본인의 자존감을 깎는 사람을 ‘친구’라고 답했다. ‘기타’가 25.9%(134명), ‘어머니’가 23.7%(123명)로 그 뒤를 이었다.

이지유(LCB외식경영 11) 학우는 가장 친한 친구 옆에만 서면 자신이 보잘것없다고 느낀다. 이 학우의 친구는 대학교를 최연소 수석으로 졸업한 후 공기업에 최연소로 입사했다. 그러나 이 학우는 현재 학업, 아르바이트, 취업 준비 등으로 바쁘다. 이 학우도 똑똑하고 지혜롭다는 소리를 자주 듣지만 이 친구 옆에만 있으면 ‘열등생’이 되고 만다.

시험 준비로 힘들었던 어느 날 이 학우는 평소와 다르게 날이 서 있었다. 당일에 친구가 이 학우에게 “이번 시험 준비는 나한테 쉬웠다”고 말했다. 이 학우는 본인의 자존감을 깎는 친구의 말을 참지 못 하고 “너의 말이 하나도 와 닿지 않고 내가 뒤떨어진다는 느낌만 든다”며 친구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이 학우는 평소와 다른 본인의 태도에 친구가 상처받진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친구의 말을 참을 수 없는 건 변함이 없었다.

이 학우에게 그 친구는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다. 현명한 멘토가 돼 주기도 하지만 본인의 자존감 도둑이기 때문이다. 이 학우는 진정한 친구와 자존감 도둑이 한 끝 차이라는 생각에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 자존감 도둑과 생활해 불편한가(家)
‘본인의 자존감을 깎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엄마’를 선택한 123명이었다. 이를 비롯해 아빠는 75명, 형제는 59명, 친척은 85명 등으로 ‘가족’이라는 범주에서 선택지를 선택한 학우는 모두 342명으로 친구를 선택한 205명의 학우보다 많았다.

맹정현(경영 12) 학우에게는 ‘엄마’가 자존감 도둑이다. 맹 학우의 엄마가 맹 학우를 타인과 자주 비교하기 때문이다. ‘가족’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진 건 맹 학우뿐만이 아니다.

익명을 요청한 A 학우는 가족으로부터 자존감을 뺏기고 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자신과 사촌언니를 차별한 외할머니 때문에 ‘외갓집’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A 학우의 자존감 도둑은 바로 외할머니다.

어느 날 A 학우는 가족들과 함께 고깃집에 갔다. 고기를 굽다 사촌 언니 쪽으로 연기가 불자 외할머니는 A 학우에게 사촌 언니와 자리 바꿀 것을 요구했다. 자리를 바꾸면 A 학우가 연기를 맞지만 외할머니에게 그 사실은 중요치 않았다. 외할머니는 오로지 사촌 언니가 연기를 맞느냐, 맞지 않느냐만 중요했다. 사촌 언니와의 차별은 자주 반복되는 일이지만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A 학우의 자존감은 바닥을 친다. 평소엔 말도 많고 활발한 A 학우지만 외갓집에만 가면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다.

가족이 자존감 도둑이 되면 ‘피할 수 없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들과 함께하면 자존감이 낮음에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지속해서 교류해야만 한다. A 학우는 “사촌 언니보다 성공해 나의 떨어진 자존감을 회복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 내가 나의 자존감 도둑이었다
한편 스스로가 자존감 도둑이라고 생각하는 학우도 있었다. ‘본인의 자존감을 깎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4.4%(24명)의 학우들이 ‘나 자신’을 택했다. ‘자존감을 깎는 사람이 본인의 자존감 도둑이냐’는 질문에는 24명 중 14명의 학우가 ‘그렇다’고 답했다. 자신을 자존감 도둑이라고 칭한 학우들은 모두 같은 이유를 갖고 있었다. 타인과 본인을 비교하며 자신의 단점만 찾아 본인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것이다. 김윤정(한국어문 14) 학우는 “스스로를 타인과 비교하면서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다”며 본인이 자존감 도둑임을 자처했다.

반면 스스로 자신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지만, 자존감 도둑은 아니라고 하는 학우도 10명 있었다. 김도연(수학 11) 학우는 “결국 내 자존감의 상태는 내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두 학우는 본인이 자존감 도둑이냐는 질문에 상반된 답변을 내놨다. 이에 대해 본교 리더십교양학부 임상욱 교수는 김윤정 학우가 외부 시선에 신경을 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임 교수는 외부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방법’을 추천했다. 이 방법의 전제는 한 귀로 듣고 흘리거나 받아드리는 것을 판단할 수 있는 뚜렷한 자신만의 기준이 있냐는 것이다. 본인의 기준이 뚜렷하다면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않고 자존감을 지킬 수 있다.

◆ 찾아라, 자존감을 지킬 너만의 기준을
임 교수는 자존감 도둑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이유를 자존감에 대한 잘못된 개념 정의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존감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설령 본인이 벌레라 할지라도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자존감”이라고 임 교수는 설명했다. 타인에 의해 자존감이 영향을 받는 이유는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스스로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 학생들은 12년간 기본적인 교육만을 받아 왔다. 임 교수는 “학생들이 기본적인 교육을 따라가기 바빠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며 “자아성찰이 불가능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대학도 다를 바 없다. 취업만을 향해 달려가는 대학 생활 속에서 자아성찰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다.

청소년기까지는 부모나 선생이 자아를 형성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 줬다. 하지만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성인은 자아 형성의 기준을 제시해 줄 사람이 없다. 따라서 타인의 잣대에 기대 스스로의 가치를 논하는 것이다.

임 교수는 이런 사회 속에서 학우들에게 주체적으로 살라고 말한다. 그는 “주체적이지 못한 삶은 자신의 삶이 아니다”며 “그렇기에 자아 성찰과 자기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존감은 스스로가 소중한 사람이란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그 자존감을 빼앗거나, 부여할 수 없으며 오로지 본인만이 만들어 갈 수 있다. 임 교수는 그렇기에 주체적으로 자아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학우들의 자존감은 친구들이나 부모의 말 한 마디에 깎이고 있다. 이는 타인의 시선과 기준에 본인을 맞추기 급급해 ‘자신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놓치기 때문이다.

이제는 타인의 시선에 맞추기 위해 ‘자신의 소중함’을 잊지 말자.

<참고문헌>
『행복의 신화 - 쾌락적응, 생존에는 유리하지만 행복에는 불리한』
소냐 류보머스키 저, 이지연 옮, 지식 노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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