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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선 교수의 '그것이 알고 싶다'
박민지 기자  |  smppmj90@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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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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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윤나영 기자>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세 모자 사건, 이태원 살인사건, 인분교수 사건, 부탄가스 테러 학생 사건. 이 사건들의 전말을 추적하는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이야기 Y’, ‘리얼스토리 눈’에는 범죄자 심리 분석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본교 사회심리학과 박지선 교수다. 냉철한 분석력을 가진 범죄심리학자이자, 본교에서 ‘범죄행동의 심리학’,‘사회심리학’을 강의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자유로운 숙명의 분위기에 놀랐어요
지난 2013년 경찰대학교에서 교수로 근무했던 박 교수는 외래 강사로 ‘범죄행동의 심리학’을 강의하면서 본교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지난 3월, 본교 사회심리학과 교수로 임명돼 학생들에게 범죄 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다.

처음 본교에 왔을 때 박 교수는 두 학교의 상반된 분위기에 놀랐다고 한다. 그녀는 “열심히 수업을 들으며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는 우리 학생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경찰대학교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경찰이라는 직업이 결정된다. 직업의 특성상 엄격한 규율에 맞춰 생활하기 때문에 학생들 개인의 개성이 드러나기보다는 질서정연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본교의 학생들은 개개인마다 뚜렷한 개성이 있었고 밝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처음엔 ‘수업에 참여하는 여학생들의 태도가 소극적이면 어쩌나’하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수업이 진행될수록 자신의 걱정이 무의미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고, 궁금한 것을 질문하기도 했다. 또한, 본교의 경우 다양한 과의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듣기 때문에 창의적인 내용과 구성의 발표를 들을 수 있었다.

◆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았어요
박 교수는 심리학에 대한 열정으로 범죄심리학자의 길을 택했다. 대학시절 박 교수의 주전공은 영어교육이었지만 대학을 다니며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심리학을 복수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대학원 전공을 결정할 때에는 심리학을 택할 것인지 전공을 살려 통번역이나 동시통역으로 진학할 것인지 고민했다. 긴 고민 끝에 박 교수는 심리학을 선택했다. 심리학 분야로 진로를 결정한 그녀는 다양한 심리학의 분야 중에서도 범죄자의 심리를 분석하는 범죄심리학에 큰 흥미를 느꼈다. 이는 그 분야에 대해 깊이 연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그녀는 범죄심리학자로서의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2001년 당시 우리나라에서 범죄심리학을 깊이 배우기는 쉽지 않았다. 당시에는 전 세계적으로도 심리학의 관점에서 범죄를 다루는 교육 과정을 갖춘 대학이 거의 없었다. 범죄심리학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찾던 박 교수는 우연히 「범죄의 사회심리학(The social psychology of crime)」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지금까지도 박 교수의 연구실 책장에 자리하고 있는 이 책은 그녀에게 범죄심리학자의 길을 열어줬다. 책의 저자들이 교수로 있는 리버풀대학(University of Liverpool)에 범죄수사심리학과정이 있음을 알게 돼, 영국으로의 유학을 결심했다. 그렇게 박 교수는 리버풀대학에서 심리학 이론을 범죄 수사에 적용하는 수사심리학 과정을 이수했다.

영국 유학생활이 마냥 편하고 즐겁기만 한 건 아니었다. 박 교수는 “그 당시 대학 기숙사에 인터넷이 설치되지 않아 매우 불편했다”며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으려면 학교 도서관까지 가야했다”고 말했다. 영국 특유의 궂은 날씨 또한 그녀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기분 전환을 위해 한국 음식을 먹고 싶어도 기차를 타고 3시간을 나가야 했다. 하지만 힘든 유학생활에도 박 교수는 범죄심리학 공부를 포기하지 않았다. 한국에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박 교수는 살인의 심리학, 범죄와 이상심리 등 배우고 싶은 과목을 가르치는 대학을 알게 됐다. 이에 박 교수는 미국의 뉴욕시립대 시스템에 속해있는 ‘John Jay College Criminal Justice’로 떠났고, 2009년 2월에 박 교수는 세계 최초로 John Jay College Criminal Justice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졸업생이 돼 한국으로 돌아왔다.

◆ 저에게도 범죄 심리 분석은 쉽지 않았죠
한국으로 돌아온 지 몇 개월이 지난 그 해 12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측은 그녀에게 ‘이태원 살인사건’의 자문을 요청했다. 그 사건을 시작으로 박 교수는 현재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이야기 Y’, ‘리얼스토리 눈’ 프로그램에서 사건 자문을 맡고 있다.

박 교수는 가장 인상깊은 사건으로 전라남도 나주의 드들강에서 여고생이 알몸으로 떠오른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을 꼽았다. 여고생의 시신에서 한 남성의 정액이 발견됐는데 이미 그 남성은 다른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그 남성은 자신과 여고생이 합의 하에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다. 이 말에 대한 진위여부를 판단할 방법이 없어 검찰은 기소조차 하지 못했고 결국 재판은 열리지 않았다. 이 사건에 대해 박 교수는 “DNA라는 물리적인 증거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용의자가 법의 심판을 받지 못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한편, 수많은 분석 경험이 있는 박 교수에게도 ‘인분 교수 사건’은 많은 정신력을 필요로 했던 사건이다. 해당 사건의 경우 실제로 많은 학생들의 생활 범위인 대학에서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범죄자가 아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학의 교수가 학생에게 이런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쳤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그녀가 개인적으로 가장 감당하기 힘든 일은 친족 간에 성폭력이 일어난 사례를 분석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친족 성폭력 사건을 자세히 분석하다보면 속이 매우 거북해진다”고 말했다. 또, 얼마 전에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세 모자 사건’은 상황을 판단할 땐 언제나 양쪽의 진술을 듣고 중립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이라고 한다.

사건을 분석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박 교수는 사건을 분석할 때 범인 또는 용의자를 지정해놓고 증거를 맞춰가는 것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석할 때는 용의자의 행동을 관찰해 용의자의 특성과 심리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뒤에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그가 사건을 저지르게 된 경위를 유추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녀는 “때때로 범인들이 별 생각 없이 저지른 행동에 심리학자들이 의미를 부여해 사건이 복잡해지는 경우가 있다”며 “범죄자의 눈높이에서 범죄를 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범행이 범죄자의 의지로 일어난 행동인지, 상황이나 환경에 의해 일어난 행동인지 분리해 판단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아직 나에게도 그 두 가지를 구분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라고 말했다.

◆ 심리학은 저의 숙명이에요
박 교수는 현재 법원에서 전문심리위원을 맡아 사건에 대한 의견을 진술하며 재판 과정에 참여한다. 그녀는 여러 사건들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말을 분석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형사사법기관에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다. 박 교수는 “범죄심리학자로서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어 보람차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살인, 성범죄 등의 사건을 주로 분석해 온 박 교수는 앞으로 ‘이별범죄’와 ‘스토킹’을 분석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연구 자료가 많은 살인과 성범죄에 비해 이별범죄와 스토킹은 자료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박 교수는 “사귀던 여자를 갑자기 죽이는 범죄자들의 심리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요즘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이별범죄’를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박 교수는 곧 설립될 예정인 본교 대학원 과정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화, 응용된 ‘범죄자 프로파일링’을 강의하고 싶다고 한다.

박 교수가 꿈꾸는 먼 미래의 계획은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되는 것이다. 평소 스릴러 영화를 즐겨 본다는 박 교수는 범죄자의 열등감을 주제로 범죄자들의 나약함, 비뚤어진 영웅감 등의 심리를 구체적으로 그린 범죄 영화 시나리오를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모든 순간 열정적으로 공부에 매진했다. 사람이 배고프면 밥을 먹듯 그녀에게 심리학은 당연한 것이었다. 지금의 박 교수는 심리학을 공부하기로한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고 있다. 박 교수는 “공부할 때 앞으로의 취직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았다”며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를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하면 자연스럽게 미래의 길이 열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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