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 주 입학처가 올해 학업우수자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합격 성적을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을 두고 학교에서는 한바탕 큰 소동이 벌어졌다. 숙명인 게시판에는 학교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위상을 추락케 하는 경솔한 짓이라는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의 성토의 글들이 쏟아졌고, 급기야 주요 보직자들이 참석하는 학생 간담회가 긴급 소집되어야 할 정도로 비판과 분노의 목소리가 높아져갔다.
 
학생들의 분노하는 것은 학교 입시를 총괄하고 우수 고교생을 유치해야 할 책무를 가진 입학처가 어떻게 수험생들이 즐겨 찾는 입학처 홈페이지에 전년도 마지막 추가 합격자의 내신 등급 까지 공개함으로써 그것이 숙대의 커트라인인양 호도되는 상황을 초래하는가 하는 점이다. 공개된 최저 등급은 그야 말로 특별한 경우이고, 우리학생들의 절대 다수는 그 보다 훨씬 높은 내신 등급을 받고 입학한 것이 사실이다. 수능 한 두 문제로 당락이 결정되는 치열한 입시 경쟁에서 내신 몇 등급의 차이는 그야 말로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이나 크게 느껴질 수 있다. 그 차이를 만든 자신들의 노력과 성과가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학생들은 큰 좌절감을 느꼈을 것이다. 학교의 위상을 더 높이고 학생들의 자부심을 더 고양해야할 학교 당국이 이럴 수 있는가 하는 배신감도 들었을 만하다.
 
입학처는 입시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경쟁률을 높일 수 있고 그래서 더 우수한 학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엄밀하게 말한다면, 입학처의 판단이 전적으로 틀렸다고만 할 수 없다. 처장을 포함해 우리대학 입학처에는 입시정책과 관련해 어느 대학 못지않은 전문가 들이 포진해 있다. 그들이 아무 근거도 없이 그런 판단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학처가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느꼈을 당혹, 좌절, 배신감의 정도를 사전에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섣불리 점수를 공개한 것은 실수다.

그런 점에서 지난 금요일, 입학처가 숙명인 게시판에 잘못을 인정하는 사과문을 전격적으로 게시하고, 학생들의 비판을 전부 수용해 구체적인 시정 조치들을 약속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자신들이 옳았다고, 학생들의 오해라고 끝까지 주장하는 것 보다, 조금 억울한 것이 있더라도 자신들의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는 것이 백번 훌륭한 자세다. 누구나 실수하고 위기는 언제나 발생한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수습하는가 하는 점이다. 대응 여부에 따라, 위기는 일파만파로 번져갈 수도 있고, 전화위복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입학처와 학교 당국은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숙명의 위상과 구성원들의 자부심을 높일 수 있는 획기적 대책들을 강구해 제시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