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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의 비극을 가족사적 심리극으로 승화[황영미 교수의 읽는 영화]
숙대신보  |  shinbosa@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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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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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윤나영 기자>

<사도>
국가: 한국
연령: 12세 관람가
개봉일: 2015. 09. 16
러닝타임: 125분

세계적으로 가장 비극적이라고 손꼽히는 이야기는 아버지인 줄 모르고 아버지를 죽인 아들의 이야기인 오이디푸스 신화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아들을 죽인 사도세자의 이야기가 비극성으로는 한 수 위라고 볼 수 있다. <왕의 남자>로 우리의 마음을 훔쳤던 이준익 감독은 TV드라마로도 많이 알려진 사도세자와 영조의 갈등을 그리고자 했다. 사건 사체의 강렬함으로 인해 자칫 사건 중심으로 전개된다면 드라마를 넘어서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식상할 우려조차 있었다. 그러나 <사도>는 이러한 걱정을 보기 좋게 날려버린다. 감히 2015년 최고의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국사극영화에 한 획을 그었다고 말하는 것이 과장이 아닐 정도의 품격과 깊이를 갖춘 영화가 탄생한 것이다.

<사도>는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한국 영화 출품작으로 선정됐다. 그동안 한국영화는 단 한 번도 아카데미에서 수상하지 못했지만, <사도>라면 기대할 만하다. 그 이유로 먼저 왕가의 비극을 한 아버지와 아들의 심리에 집중하여 가족사적 심리극으로 연출하여 공감도를 높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가족에게 사랑보다 다른 요소가 더 크게 개입될 때, 가족은 곧바로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원수가 된다. 남이라면 잊어버릴 수 있는 일도 가깝기 때문에 더 분하고 용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영조와 사도세자의 관계는 두 사람의 성정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영화는 정확히 짚어낸다. 완벽주의 성격, 무술이 출신의 어머니한테서 태어났다는 출신 콤플렉스와 이복형 경종을 독살했다는 소문으로 인해 약해진 정치적 입지 등이 늘 영조를 따라다니며 불안하게 했다. 자유롭고 진취적인 예술가적 천재성을 지닌 세자는 엄격한 영조로부터 심한 꾸중을 들으며 불안한 심리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왕의 기질과는 거리가 있는 세자를 훈련하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시작한 영조의 대리청정은 두 사람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켰는가 하면, 변덕이 잦은 영조가 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준다고 선언하는 ‘양위’를 무려 5번이나 시행코자 하여 신하들의 충성도와 세자의 마음을 시험하면서 서로의 진심은 점점 멀어져갔다. 왕과 세자의 갈등이 어디 이뿐이겠는가. “내가 왕이 아니고, 네가 세자가 아니었다면 우리 사이가 이러하겠는가”라는 말을 내뱉는 영조의 대사에서도 그들의 갈등이 왕가이기에 빚어진 비극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사도>는 각 인물의 심리가 극한으로 치닫는 과정이 절묘하게 그려짐으로써 왕가의 이야기를 넘어선 보편성을 획득한다. 그 처절한 이야기가 놀랍게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으로 승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공감도를 획득하는 데는 연기자들의 힘이 컸다. 세자 앞에서는 엄하고 강팍하지만, 여인을 탐할 때나 세손 앞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인 영조의 역할을 천의 얼굴 송강호는 눈빛 하나, 표정 하나로 구현해 내어 관객을 영조의 심리 속에서 빠져들게 한다. 불안한 심경을 지닌 천재 세자를 표현하기에 유아인의 연기는 더할 나위가 없다. 다른 어떤 배우가 광분할 수밖에 없는 세자의 가슴답답한 심경을 이처럼 절실하게 나타낼 수 있겠는가. <베테랑>에서의 자신의 연기를 밟고 올라서는 매력을 보여주는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될 정도다. 또한 영조, 사도세자, 정조에 이르는 격동의 이야기를 사도세자가 뒤주에 들어가 죽기까지 8일간의 이야기로 구성한 플롯의 밀도도 돋보인다.

이준익 감독은 <사도>로 <왕의 남자>에서 자신이 성취한 수준을 보기 좋게 넘어섰다.

   
 

 

 

 

의사소통센터 황영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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