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사려고 하는데 누군가 “재미없다.”고 한다면 당신은 구입을 망설이지 않습니까? 관심 없던 영화를 누군가 “잘 만들었다.”고 한다면 문득 그 영화가 궁금해지지 않습니까?
선택적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던 경우가 종종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의견’은 얼마나 믿을 만 한 것일까요. 좋은 선택으로 이끄는 ‘비평’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비평(criticism, 批評)의 어원은 라틴어인 크리티쿠스(criticus: 재판관, 심사원)와 그리스어 크리네인(krinein: 식별, 권위 있는 의견을 말하다)이다. 한자어로는 ‘칠 비(批)’와 ‘품평할 평(評)’의 결합이다. 이를 바탕으로 볼 때 비평은 현상이나 작품의 존재에서 시작해 그것을 이해하고 공정히 평가한 후 의견을 제시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비평은 옳고 그름을 따지고, 좋고 나쁜 것을 가려내며 진실을 추구한다. 이는 보다 나은 가치를 판단할 수 있게 하므로 정치ㆍ경제ㆍ종교ㆍ교육ㆍ예술 등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것에 요구된다. 비평가 또한 온갖 가치의 혼란을 막기 위해 존재하고 있다. 그들은 사회 속에서 걸작이 냉대를 받고, 졸작이 우수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비평이 대중화돼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회도 문제이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대개 작품선택에 혼란을 겪고 그만큼 손실을 본다. 그리고 이것은 작가와 작품을 담고 있는 사회문화의 발전까지 저해한다. 베스트셀러에 의존해 책을 읽고 영화순위에 따라 그것을 감상하는 행위도 진정한 성찰이 없는 문화수용이라 볼 수 있다. 그것이 반드시 좋은 작품, 예술을 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여러 이해관계와 상업적 요소가 내재돼있다.

좋은 작가와 좋은 작품이 살아남을 터를 만들어 사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킬 비평. 그러나 분야와 종류가 다양해 이에 따른 방식과 성격도 천차만별인 비평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에 지면은 너무 부족하다. 그래서 우리 사회 속 비평을 알아보고자 각 분야의 비평ㆍ평론가와 1:1인터뷰를 시도했다. ▲문학 분야: 우리 학교 권성우(국어국문학 전공) 교수 ▲미술 분야: 안동대 서성록(미술학 전공) 교수 ▲영화 분야: 장석용 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 ▲음악 분야: 김영식 한국음악평론가협회장

다음은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정리한 것.

기자: 비평ㆍ평론의 역할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권: 좋은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을 가려내는 것이다. 합리적인 평가로 독자들이 깨닫지 못했던 작품의 성격을 해석하고 섬세히 표현하는 것도 비평이다. 곧 작품을 평가하고 해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서: 평론은 이론과 더불어 관객에게 길잡이가 돼줄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잠복된 작가를 발굴하는 것이다.(그는 비평을 학술ㆍ이론적인 것으로 보며 평론과 지향하는 것이 다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앞으로 작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이다. 단순히 잘했나 못했나를 가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장: 올바르게 행동하며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비평은 전문 문예지나 세미나를 통해 깊이 있게 다뤄지면 되는 것이지 이를 바탕으로 관객에게 취사를 요구할 수는 없다. 영화는 하나의 상업이기에 관객 개인의 기호에 따라 선택돼야 하기 때문이다.

기자: 현 사회에서 발생하는 비평의 문제점을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권: 아직 한국 사회는 비평과 논쟁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비평을 정당하게 수용하지 못하고 감정적이다. 또한 연고주의, 출판사의 상업주의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것이 가장 먼저 극복해야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비평가는 의례적인 주례사 비평에서 벗어나 소신 있는 문제제기를 할 줄 알아야 한다.
김: 요즘은 방향제시 없이 좋고 나쁨의 여부만 따지는 비평이 많다. 이는 올바른 비평이 아니다. 또한 개인적인 감정 표현과 윤리도덕에 지나치게 어긋나는 언어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비평가는 항상 객관적이어야 하고 공정성을 지녀야 한다.
장: 옛날에는 신문사에서 평론가들의 글을 받아 실었지만 이제는 저널리즘 비평 등 다양한 방법이 생기며 평론가들이 설 매체가 줄었다.
김: 각 분야에서 평론이 활발하지 못하고 평론가의 수가 적다는 것도 문제이다.

기자: 이러한 문제의 원인이 무엇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김: 대학에 평론관련과목이 부족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음악 분야의 경우 전국 대학 어디에서도 평론과목을 찾을 수 없다. 외국에는 전문 평론가 양성분야도 마련돼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부재하다.

기자: 비평과 대중이 가까워 질 수 있는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권: 기존 비평들은 추상적이고 현학적인 것이 많다.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써야 할 것이다.
장: 요즘은 인터넷, 잡지 등 비평을 접할 수 있는 매체가 천여 개에 달한다. 일반인들이 필요한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
서: 미술시장만 봐도 대중이 작품에의 관심보단 이를 투자종목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중들도 진정한 안목을 기르기 위해 스스로 비평을 찾아야 한다. 미술평론 등 다양한 연구 서적을 읽다보면 식견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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