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일 년 중 가족과 관련된 행사가 많은 달, 훈훈한 정을 느낄 수 있는 달이기도 하다. 시대가 바뀌어도 바뀌지 않을 것이 바로 어떠한 형태로든 존재할 가정일 것이다. 근대화, 산업화, 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지역ㆍ문화 공동체가 존재하기 어려운 요즘, 가장 근본적인 사회화 집단인 가정의 모습은 어떨까.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핵가족화로 분화되면서 점점 부각되는 가정 내 돌봄노동, 특히 공동육아를 살펴보고자 한다.    

# 공동육아로 시작된 가사분담


김은주(34ㆍ서울시 망원동) 씨는 결혼 전부터 공동육아를 생각해왔다. 아이가 4살이 된 작년부터 아이를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냈다. 아침 8시가 되면 아이를 직접 어린이집에 데려다준다. 그 후 아빠는 회사로 출근을, 엄마는 자신의 시간을 갖곤 한다. 아이를 낳고 일하던 직장을 그만둔 김씨는 여느 맞벌이 부부 못지않게 바쁜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루는 부모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도 하고, 또 다른 날에는 마을생활협동조합에서 일을 돕기도 한다. 평소에는 가사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매일같이 오후 6시에서 7시쯤 아이를 데리러 다시 어린이집을 찾는다.


일반적인 엄마의 모습과 다를 바 없는 김씨의 생활 속에는 아빠의 자리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 공동육아 시설에 아이를 보낸 뒤 엄마의 역할이었던 양육이 공동으로 이뤄지면서부터다. 뿐만 아니라 공동육아를 하게 되면서 아빠와 가사 일을 분담하기 시작했다. 한 달에 한두 번 있는 어린이집 아빠회의가 열리는 날이면 엄마가 아이를, 엄마회의가 열리는 날이면 아빠가 오후 8시 이후에 아이를 맡기도 한다. 김씨는 “학비가 일반 어린이집보다 비싸고 부모의 참여가 많아 물리적으로, 신체적으로 힘들지만 아이를 가족과 함께 일상 공간에서 자유롭게 키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1994년 서울 신촌에서 처음 시작돼 전국에 70곳 정도가 운영 중이다. 이 곳은 설립부터 운영까지 부모의 손으로 하나하나 관리되고 정부의 지원도 많지 않아 소수에 불과하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우리어린이집 김민정 대표교사는 공동육아 시설에 미비한 것에 대해 “부모의 출자금과 가입비, 보육비로 운영되기 때문에 영어유치원 못지않게 학비가 높지만, 아이들이 생활하는데 부모의 참여적 협동이 없으면 운영상의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 불평등한 기업 환경으로 육아 휴직 기피


공동육아는 돌봄노동의 하나로 사회 속에서 부모의 참여가 함께 이뤄지는 것을 의미한다. 2005년 10월 노동부 통계에서는 육아 휴직을 신청한 남성이 170여 명이었다. 이는 여성 육아 휴직자 8631명의 2%에 머무르는 수치지만 2002년 78명, 2003년 104명에 비해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들어 정부는 가족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지원에 대한 요구,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 요구 등 여성정책의 패러다임을 내세우고 있다. 돌봄노동의 사회화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지면서 돌봄노동을 지원하는 정책, 아버지의 참여를 높이는 방안 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그동안 배제됐던 남성의 참여를 도모하기 위해 아버지 육아휴직제도인 파파쿼터제, 1개월간 육아휴직 급여 100% 지급 등의 가족 정책을 거론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는 사회적인 여건이 뒷받침되지 못할 뿐 아니라 직장 내 불이익을 우려해 육아휴직을 기피하는 직장 문화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여성개발원이 2006년 7월부터 9월까지 취학 전 아동을 둔 여성 4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가족 내 돌봄노동 실태 조사’에 따르면 아내는 하루 평균 11시간 36분, 남편은 1시간 17분으로 나타났다. 아내와 남편의 양육 시간이 대조적으로 나타나며 양육이 여성의 몫으로 전가된 데에는 ‘남편은 생계부양자이며 아내는 가사노동 담당자’라는 전통적 분업 구조, 불평등한 사회 구조 및 편견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국 박민정 사무관은 “과거에 비해 남성들이 자녀 교육에 참여하려는 의지는 있으나 근로시간이 긴 우리나라의 기업 환경과 육아는 여성의 일이라는 의식으로 인해 남성들이 가정 내에서 양육을 비롯한 가사 노동을 몸소 실천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찾아가는 아버지 교실과 같은 의식 전환 프로그램과 정책을 모색 중이라고 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육아를 맡는 아버지들의 수가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소위 ‘미스터 맘’이라 불리는 아버지가 1996년 4만 9000명에 불과했다면 현재는 15만 9000명으로, 10년 동안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여성의 소득이 높아지면서 전업으로 가사를 담당하는 아버지가 늘었고 육아에 대한 남성의 관심이 증대한 사회상이 반영된 결과다.  


스웨덴의 경우, 450일의 휴직에 최초 1년은 기존 임금의 80%를 국민보험에서 지급하며 이중 30일은 반드시 부모의 다른 한편이 사용하게 함으로써 남성의 돌봄 노동 참여를 촉진했다. 프랑스는 36개월의 육아 휴직을 제공하며 첫째 아이에게는 무급이나 둘째 아이부터 육아 휴직 급여를 국민보험에서 지급함으로써 저출산 문제를 함께 극복하고 있다.   


이처럼 사회의 편견에서 벗어나 공동으로 육아를 담당하는 가정이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종종 접하게 된다. 미국 매사추세츠대 낸시 포브르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지만 이면에는 시장을 뒷받침하는 돌봄노동이 존재한다.”며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이 ‘보이지 않는 가슴’에 의해 운영된다.”고 밝힌 바 있다. 돌봄노동이 이제 모두의 가슴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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