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이번 여름방학은 개인적으로 무척 바빴다. 계절학기 수업을 끝마치고서 교육학부 학생들과 다녀온 글로벌탐방은 그 정점이었다. 싱가포르로 떠난 탐방 내내 나를 당황시킨 건 이국의 낯선 음식과 날씨 혹은 풍경이 아닌 함께 떠난 우리 학생들의 생존방식이었다. 여행 중 막막한 순간에는 어김없이 현지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구하는 나와 달리 그네들은 끊임없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길을 찾고 각종 정보를 수집해나갔다. 짜장 신 호모파베르의 출현이 분명했다. 모든 진리가 스마트폰 안에 있을지니 그 안에서 현실은 현실 이상의 현실로 그네들에게 생생한 듯했다.

우리 사회에는 필자를 비롯해 현실과 가상세계 간 분리장애를 심하게 겪는 아날로그 인간들이 적지 않다. 비극은 디지털 인간이 추동해온 신생(新生)이 결코 실제일 수 없다는 데 있다. 인류는 이제 가상을 현실인양 미혹하는 첨단 미디어의 간지(奸智) 탓에 오감을 잃은 채 현실을 부유하기에 이르렀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 언론이 서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숙대신보’에 그와 같은 자리 찾기를 요청하고 싶다. 유익함으로, 흥미로, 핫한 이슈로 거짓 욕망을 부풀리는 정보지이기를 스스로 포기하고 오늘날 한국대학들의 당면문제를 둘러싼 치열한 담론의 경연장이기를, 그것도 논란의 중심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간 꾸준히 그 저력을 키워온 기획기사 코너가 그 한 적임자 아닐까싶다. 한편 논쟁적인 주제 선택으로 다른 한편 시의적인 사안으로 잠든 대학지성을 깨우는 죽비가 되기를 촉구해본다.

독자위원 김병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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