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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서 더 빛나는 작은 결혼식
정서빈 기자  |  smpjsb87@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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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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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결혼식이라는 새로운 문화
지난 6월, 경상남도 양산에 위치한 어느 예식장에서 결혼식이 열렸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본교 특수대학원에 재학 중인 윤여진(음악치료학전공 14) 학우. 양가 부모님의 뒤를 따라 결혼식의 주인공들이 입장하고,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혼인서약서를 나눠 읽었다. 윤 학우가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담아 만든 동영상을 감상한 후 동생들의 축가와 신랑의 깜짝 이벤트가 이어졌다. 윤 학우의 결혼식에는 평소 잘 알고 지내며 도움을 주고받던 몇몇 지인들이 참석했다. “너무 예쁜 결혼식”이라는 그들의 진심어린 축하는 윤 학우의 결혼식을 더욱 빛나게 했다.

윤 학우는 자신의 결혼식을 ‘간소한 결혼식’이라고 소개한다. “부모님의 도움을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어요. ‘필요한 것만 하자’는 생각이 제게 꼭 맞는 결혼식을 만들어줬죠” 그렇게 윤 학우는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

작은 결혼식은 허례허식과 고비용의 결혼식 문화를 개선하자는 데서 출발했다. 스몰웨딩, 셀프웨딩 등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본적으로 소규모로 진행되는, 부부가 직접 만드는 결혼식을 뜻한다.

요즘 2-30대 젊은 연인들 사이에서 소박하지만 특색 있는 작은 결혼식에 대한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효리·이상순 부부를 필두로 이어진 연예인들의 소규모 결혼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작은 결혼식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정부와 지자체도 주도적으로 작은 결혼식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2012년부터 ‘작은결혼정보센터’ 홈페이지(http://www.weddinginc.org)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100쌍 작은결혼식’‘1000명의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 등의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전국의 공공시설을 예식장으로 대관해주는 사업도 시행 중이다. 서울시청 시민청과 서울연구원에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서울시의 ‘2016년 상반기 작은 결혼식’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정원 초과로 마감됐다.

◆ 작은 결혼식이 빛나는 이유
주말 오후 점심시간, 어느 호텔 예식장에서 진행되는 결혼식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정신없이 오가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예식장 한 켠은 흰 봉투를 상자에 넣으며 방명록에 이름을 쓰는 사람들로 붐빈다. 그러나 방명록에는 신랑, 신부도 처음 보는 이름이 대부분이다. 그 날의 주인공보단 그들의 부모님이나 친척에게 얼굴도장을 찍으러 온 사람이 더 많은 탓이다. 입장부터 주례까지 두 사람이 부부가 되는 예식은 15분이면 끝나고, 결혼식은 미리 예약된 식당에서 하객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뷔페를 즐기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평범한 결혼식을 떠올리면 위 상황이 머릿속에 환히 그려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 결혼식 문화의 현주소다. 우리의 결혼식은 ‘과다한 비용’과 ‘허례허식’에 시달리고 있다.

근대화 시기 전통 혼례문화와 서구 혼례문화가 섞이면서 전통 혼례의 긍정적인 면은 사라지고 서구의 화려함만 남은 결과가 지금의 한국식 결혼 문화다. 고위직 인사의 자녀들이나 유명인의 화려한 결혼식은 이러한 현상을 심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실제로 2013년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결혼비용 실태 및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1000명 중 85%(850명)가 ‘우리사회 내 결혼의 호화사치 풍조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응답자들은 ‘남들만큼 결혼식을 호화롭게 치러야 한다는 의식’(27.6%, 276명)과 ‘사회지도층의 과시적 혼례 모방’(21.5%, 215명)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유명인이 착용했던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드레스를 선망하는 것 외에도 예물, 예단, 혼수, 신혼집 마련까지 우리의 결혼은 너무 많은 조건과 형식에 얽매인다. 과다한 혼수비용은 여전히 대표적인 이혼 사유 중 하나다. 돌이켜 보면 결혼은 사랑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은 진실일지도 모른다. 본교 가족자원경영학과 김경미 교수는 “우리 사회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권위적인 특성 또한 허례허식에 빠진 결혼문화의 원인”이라며 “몇몇 부모들은 본인의 체면 때문에 무리한 비용을 들여 예물과 피로연을 치루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결혼 비용’도 문제다. 이미 우리나라 신혼부부들의 평균 결혼비용은 약 2억 5천만 원에 이르렀다. 그 중 1억 8천만 원에 해당하는 주택비용을 제하더라도 예식장부터 예물, 예단, 혼수용품까지 결혼이라는 두 단어에만 6천여 만 원이 드는 셈이다. 실제로 결혼 당사자들과 부모들은 과도한 결혼식 비용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고비용 결혼문화 개선을 위한 정책방안 연구」에서 조사 대상자 1200명에게 ‘가장 아깝다고 생각하는 결혼 비용’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에 전체 응답자의 30%(360명)가 ‘결혼식 비용’을 꼽았으며, 부모세대의 전체 응답자 800명 중 51.9%(416명)는 ‘결혼 비용 지원에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전부터 과다한 결혼 비용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였다”고 말했다.

사실 작은 결혼식의 개념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그럼에도 작은 결혼식이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각광받는 건 여러 가지 이유에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가장 큰 원인은 과도한 결혼 비용과 허례허식이다. 높은 결혼 비용으로 결혼과 동시에 빚을 지는 부부를 일컫는 ‘웨딩푸어’라는 신조어에서도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김 교수는 “최근 들어 결혼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결혼을 늦추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면서 과다한 결혼 비용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혼 비용 문제에 대한 개인적·사회적 자각이 사회 전반에 ‘검소한 결혼문화’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만든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진심으로 결혼을 축하받고자 하는 욕구’다. 지인들의 축하 속에서 진행되는 해외 결혼식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젊은 세대 사이에 기존 결혼식 문화를 거부반응이 생겨났다. 문가람(프랑스언어·문화 12) 학우는 “바쁜 일정에 쫓기듯 진행되는 형식적인 결혼식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결혼식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천편일률적으로 진행되는 기존의 결혼식보다는 나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받을 수 있는 결혼식을 원하는 젊은 세대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 작기만 해선 아무 소용없다
작은 결혼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지금, 다시 한 번 집고 넘어갈 것이 있다. 바로 작은 결혼식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다. 작은 결혼식에는 ‘100명 이하의 하객, 1000만 원 내외의 결혼식 비용’이라는 조건이 따른다. 하지만 이 조건을 충족시킨다고 해서 모두가 바람직한 작은 결혼식을 하는 건 아니다.

‘작은 결혼식’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허례허식을 버리고 나만의 개성을 담은 작지만 뜻 깊은 결혼식”이라고 답한다. 개성만 추구하다가는 오히려 규모만 작은 고비용의 결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결혼식의 핵심은 허례허식을 버리는 것이다.

부부가 결혼식에 대한 확고한 주관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작은 결혼식이 스몰웨딩, 하우스웨딩 등으로 상품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패키지형 작은 결혼식’이라는 맹점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김 교수는 “확실한 주관을 바탕으로 자신의 직업, 경제상황, 거주지 등을 고려해 최적의 결혼식을 만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기존의 결혼문화를 무조건 배척할 것이 아니라 가족들과 충분히 상의를 거쳐 자신에게 꼭 맞는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진정한 ‘작은 결혼식’의 의미를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지속돼 온 우리의 결혼 문화를 단기간에 뿌리 뽑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제 막 작은 결혼식이라는 날갯짓이 일기 시작했다. 작은 결혼식이 작지만 천천히 우리 사회에 스며든다면 우리의 결혼식이 보다 의미있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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