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영화]

<그래픽=윤나영 기자>

<트래쉬>
국가: 영국
연령: 15세 관람가
개봉일: 2015. 05. 14
러닝타임: 113분

감동적인 발레리노의 성장담 <빌리 엘리어트>로 데뷔한 스티븐 달드리 감독이 가난한 소년들의 모험담으로 우리 곁에 왔다. <디 아워스>,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등 소설 원작  영화화의 귀재 스티븐 달드리가 앤디 멀리건의 베스트셀러 『안녕, 베할라』를 선택했다. 베할라란 히브리어로 재앙을 뜻한다고 한다. 쓰레기가 산더미 같이 쌓인 마을에서 쓰레기를 주워서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로 브라질이라고 못 박은 바는 없지만, 스페인어를 쓰는 남미를 상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작가는 필리핀 소재 영국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던 중 가 보았던 마닐라 근교의 빈민촌 쓰레기마을을 보고 구상했다고 한다.

이야기는 간단하게 시작된다. 쓰레기를 뒤지며 살아가는 빈민촌 소년 라파엘이 쓰레기더미에서 가방을 주웠는데, 그 안에 문제의 지갑이 있다. 지갑에는 중년 남자의 신분증과 약간의 돈, 열쇠, 알 수 없는 숫자가 쓰인 종이 등이 들어 있다. 라파엘은 지갑의 돈만으로도 횡재를 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다음날 경찰들이 마을에 몰려와서 지갑의 행방에 현상금을 걸며 추적하자 뭔가 심상치 않는 것이 지갑과 관련돼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경찰에게는 거짓말을 하게 된다. 이 사건은 라파엘의 친구 가르도와 래트가 함께 하면서 사건을 풀어나갈 때 점점 밝혀지는 비리, 소년들이 빠지게 되는 위험 등으로 증폭되면서 엄청 큰 사건으로 전개된다.

비밀이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세 소년의 위험도 점점 커지게 되고, 알 수 없는 암호 같았던 사건의 퍼즐이 맞춰지는 것도 재미있지만, 이야기가 담고 있는 가치도 큰 의미가 있다. 우선  빈부격차가 가중되는 자본주의의 병폐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쓰레기를 뒤지며 살아가는 가난한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는 달리 국민의 고혈을 짜 비리로 재산을 불리는 상원의원과 그를 비호하는 경찰의 모습을 비판하고 있다. 다음으로 올곧게 제시되는 기독교적 코드에 주목할 수 있다. 위험에 처하면서도 기독교적 신앙심을 잃지 않고 올바른 일을 하려는 소년들의 순수한 면모, 어려운 가운데서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신부와 수녀의 모습뿐만 아니라, 암호화된 사건을 풀어가는 핵심 코드가 성경책에 담겨 있다는 점이다. 성경이 암호를 푸는 데 사용되는 소재는 이 이야기에서 처음 사용된 것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성경구절의 제시나 주인공들이 천사의 이름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소설과 영화의 차이점은 소설에는 없던 비리 상원의원의 하수인격인 악역 경찰 간부 캐릭터의 설정이다. 그 때문에 영화에서는 점점 좁혀져가는 소년들의 입지로 인한 긴장감이 증가된다.

또한 소설에서는 세 소년과 올리비아 수녀가 교차로 화자가 되어 사건이 전개되지만, 영화에서는 소년들이 겪은 사건을 말로 전하는 동영상이 장면전환 시 사용되면서 리얼리티를 더한다. 이 동영상이 유튜브에 공유되어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여 세계적으로 이슈화되면서 비리 상원의원 축출에 불을 붙인다는 설정도 설득력 있다.

동화 같은 허구적 매력이 넘치는 소설도 읽어볼 만하지만, <인디아니 존스>처럼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편집으로 관객들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영화는 긴장감과 진지한 가치를 함께 담고 있어 온 가족이 함께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다.

 

 

 

 

의사소통센터 황영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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