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숙(한국어문학부 교수), 김유중(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김도희양의 <편지>는 어조나 발상, 구성 면에서 긴장과 절제의 무리 없는 조화가 돋보였던 작품이다. 목련잎에서 엄마의 손으로, 그리고 다시 편지로 이어지는 상상력의 흐름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흐름을 통해 내면적인 그리움을 형상화한 수작(秀作)이라고 판단된다. 박수현의 <나비>는 고양이 = 나비의 발상 형식이 눈에 들어왔고, 고양이 모녀(혹은 모자)의 관계를 약간의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그려내고 있는 점이 참신해보였다. 지속적으로 다듬는다면 기대에 값하는 시를 쓸 가능성이 엿보인다. 송은지의 <나비> 역시 마찬가지로 주목된다. 유년기의 우울했던 성장 기억을 배경으로 나비처럼 훨훨 어디론가 날아가고픈 소망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감정의 조절과 절제에 능한 면이 점수를 얻었으며, 특히 마무리 부분의 처리가 인상적이었다. 이다인의 <편지>는 시와 내면의 감정을 담은 비망록 사이의 경계에 선 작품이다. 기법적으로 뛰어나다기보다는 정서적인 면에서 진솔함이 그대로 묻어있다는 점이 호감을 주었다. 이에 비해 이유빈의 <편지>는 기법 상 우수한 점이 강점이다. 감성적인 면을 잔잔하게 자극하는 표현들과 호소력 있으면서도 절제된 구성 방식 등이 그렇다. 다만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교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내면적인 깊이를 추구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주연의 <나비>는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은 것 같지는 않지만, 발상과 구성 면에서 참신한 점이 두드러졌다. 성인 화자와 애벌레의 연결이 조금 생뚱맞은 느낌이 들기도 하나, 대체로 무리 없이 소화되었다는 점이 좋아 보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미스터 애벌레’라는 표현이 전체적인 감각 상 돌출된 느낌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진솔의 <나비>는 발상이 참신하고 구성상 정돈된 감을 주는 작품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언어의 투명성과 명징함이 다소 떨어져 보이고 그 결과 전체적인 긴장감이 조밀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최은빈의 ‘편지’는 마지막까지 고심을 하게끔 만든 작품이다. 시어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서의 선정 원칙을 고려한 결과 장려상에 머무르기는 했으나, 앞으로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충분한 자질이 있다고 생각된다.

심사자들 사이에 김도희와 송은지, 박수현의 작품을 수상작들로 고르는 데는 별다른 이론이 없었다. 최은빈에 대한 평이 다소 엇갈린 점은 있으나, 위 세 사람과의 격차는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같이 장려상을 수상한 나머지 4명에게도 마땅히 축하와 격려를 보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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