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공대 총격사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많은 사상자로 인한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느꼈다. 총기소유가 헌법적으로 보장된 미국에서 총기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 없을까하는 생각을 하며 다른 뉴스에 관심을 돌렸었다. 이튿날 사건의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소식은 전날의 놀라움보다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비록 그가 어린 나이에 이민을 가 미국에서 성장했지만, 역사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으며 우리 국민에게 형성된 한민족이라는 공고한 유대감은 그가 ‘한국인’이라는 점에 집중하게 했다.


그는 20대의 청년이었다. 힘차게 자신의 비전을 향해서 달려 나가야 할 시기에 그는 왜 많은 사람들을 살인하는 범죄를 저질렀고 스스로의 삶도 포기해 버렸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언론은 그가 성장기를 거치면서 어느 누구와도 대화를 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서 고립돼 있었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대화를 시도하는 사람들을 외면하며 짧은 대답만을 했다는 사실은 그가 오랜 기간 동안 세상과 단절된 채 자신만의 성(城)안에 갇혀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는 사이에 그의 성(城)은 외로움과 분노, 원망으로 더욱 강화되고 높아져만 갔을 것이다.


우리는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심각했으며, 과연 누구의 잘못인지에 대해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가 어떠한 시선으로 자기 자신과 세상을 바라봤는가에 대한 생각은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일정한 관점을 갖고 자기 자신과 세상을 바라본다. 이는 의식적으로 형성되기도 하고 부지불식간에 여러 환경들의 영향을 받아 쌓이기도 한다. 만약 과거의 잘못들에 매여 죄책감에 젖어 있거나, 다른 사람들이 준 상처로 인한 분노로 가득하거나, 이뤄내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떨고 있거나, 성공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오신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분주하다면, 만족하지 못한 결과들로 인해 늘 불행하고 이로 인해 자신과 타인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소중하게 여기고 삶의 목적을 세워나가는 시점부터 그 사람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시작될 것이다. 자기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존중할 수 있고 공동체 내에서 공존과 어울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모습에 감사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유익을 주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은 그 관계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그로 인해 발생되는 창조적 유용성으로 인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안경에 비유해 보자. 어떤 안경을 쓰고 삶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자신과 세상에 대해 맺혀지는 상은 달라지고, 머릿속에 그려지는 미래에 대한 그림도 달라질 것이다. 대학생활은 지나간 노력의 결실이기는 하지만 완성본은 아니다. 또 지금 드러난 자신의 모습은 무수한 가능성들 중의 일부에 불과하다. 자신의 모습을 한정해 더 이상 도전하지 않는 것은 그 가능성들에 대한 모욕이다.


삶의 비전을 세우고 힘찬 출발을 준비하는 젊은이의 시절에 자신과 세상에 대한 시선을 점검해보는 것은 필요하다. 긍정의 안경을 쓰고 목표를 향해 힘차게 걸어 나가자. 그리고 혼자 떨어져 고개 숙이고 가는 친구들에게 손을 내밀어 보자.

일반대학원 법학부 박사5학기 최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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