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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려웠던 긴 세월이었다"[강혜경 교수의 숙명 타임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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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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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나영 기자>

이방자여사의 자서전『지나온 세월』은 이렇게 끝을 맺고 있다. 일본 황실 나시모또( 梨本宮) 모리마사(守正)왕의 제1왕녀였던 마사꼬(方子)는 1920년 4월 영친왕과 정략결혼을 하고 남편의 성을 따라 이방자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중국 상해에서 발행된 독립신문에는 그녀를 구녀(仇女, 원수의 여자)라고 칭했을 만큼 환영받지 못한 결혼이었다. 두 사람은 결혼의 복잡한 내막과는 달리 금슬이 좋았다. 걸어온 길은 험난하였지만 잘 견디어 낸 것은 두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결합과 애정이 깊었기 때문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야망을 위한 정략결혼의 희생물은 이방자뿐만이 아니었다. 일본 황실의 친척이었던 사가(嵯峨實勝)후작의 딸 사가 히로(嵯峨浩)도 만주국 황제 부의(溥儀)의 동생 부걸(溥傑)과 정략결혼을 해야 했다. 후일 두 여인은 동경 아까사까 프린스 호텔에서 만나 서로의 기구했던 반생을 위로하면서 "이렇게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시 만날 수 있는 시대가 되어 다행"이라며 담소했다고 한다. 동아시아 근대사의 회오리 한가운데서 살아남았던 어찌보면 담대한 여인들이었다.

영친왕은 항상 장래 고국에 돌아가더라도 정치적 일에는 일체 간여하지 않고 세상 사람들을 위하여 사회사업이나 하면서 여생을 조용히 지내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1963년 영친왕과 이방자 여사가 귀국하자 정부에서는 영친왕과 관련이 있던 숙명여대의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지만, 학교측의 강한 반대로 재단 참여를 포기하였다.

이후 이방자는 지금도 과히 사각지대에서 벗어났다고 하기 어려운 한국의 특수교육에 투신하여 사회봉사를 실천하였다. 일본에 있을때 부터 구상해 왔던 장애인 교육 사업을 추진하여 1966년 자행회를 설립해 정신박약아를 위한 복지사업에 헌신하였다. 1967년 11월에는 YMCA에서 빈민 돕기 사업을 하던 재단법인 보린원을 인수해 농아와 소아마비아를 위한 명휘원을 설립했는데, ‘명휘(明暉)’는 영친왕의 아호에서 따온 것이다. YMCA 건물은 정초식을 할 때 고종이 집을 잘 지으라고 은으로 만든 흙손 두 개와 1만원의 하사금을 내리고, 당시 11세난 영친왕에게 직접 나가 '朝鮮中央基督敎靑年會學館' '一千九百七年'이라고 쓰게 했던 인연이 있었다.

1971년에는 경기도 수원시 탑동에 자혜학교를 설립해 갈 곳이 없는 정신박약아들을 교육시켰으며, 1973년 자혜학교 여자기숙사도 설립하였다. 명휘원은 1978년 당시 경기도 광명으로 신축 이전하였으며, 1982년에는 명혜학교를 개교하였다. 지금은 경기도 안산으로 이전하였는데, 영친왕과 이방자 여사를 위한 기념관이 있어 그들의 삶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자행회를 발족시킬때 부터 이방자와 특수교육을 함께 했던 김수임 할머니는『영왕비 전하의 뜻을 따라』라는 책을 통해 그의 사회봉사를 기리는 한편, '비전하'를 참배하기 위해 한 달에 두 번씩 어김없이 '영원'을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한 아내로서 자신의 삶은 결코 불행하지 않았다고 말하던 이방자는 1989년 낙선재에서 별세하였다. "나에게는 두 개의 조국이 있다. 일본이 내게 육체를 주었다면 한국은 내게 영혼을 주었다. 세상을 뜨면 나의 제2의 조국인 한국 땅, 영친왕 곁에 묻힐 것이다"라고 평소에 밝힌 뜻에 따라 영친왕과 함께 ‘영원’에 합장되었다.

강혜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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