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이다. 지난해 1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융성위원회가 지정한  이 날에는 영화, 뮤지컬, 콘서트, 전시회, 궁궐 입장료 등 가격이 평소보다 저렴하고 개방시간도 연장된다. 누구나 일상 속에서 여유를 가지고 문화시설을 즐길 수 있다.

‘문화가 있는 날’에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학우들에게 특별한 콘서트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바로 한국문화재재단이 후원하는 인문학 콘서트 ‘한국문화, 예술이 묻고 과학이 답하다’이다. 인문학 강연과 음악이 한 무대에서 어우러지는 인문학 콘서트는 관람객들의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 인문학콘서트의 포문을 여는 윤희정 아나운서

◆ 문화가 있는 날, 왜 인문학인가?
콘서트는 윤희정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시작됐다. 사회를 맡은 윤 아나운서는 “많은 분들께서 인문학하면 ‘어렵다’ ‘지루하다’ 또 실질적으로 우리에게 ‘밥을 주지 않는다’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요즘처럼 메마른 시대에서 우리가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학문”이라고 말했다. 윤 아나운서는 “이번 콘서트를 통해 전통문화 예술이 시공간을 초월해 우리 문화를 누구나 공감하길 바란다”고 전하면서 콘서트의 포문을 열었다.

▲ 한국문화와 태극에 대해 본격적으로 강연을 시작하는 채금석 교수

◆ 태극으로 바라본 한국 문화
본교 의류학과 채금석 교수는 ‘한국 문화와 태극’이라는 주제로 본격적인 강연을 시작했다. 채 교수는 “K-Pop, IT 등 한국 문화가 현재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정작 우리 스스로는 한국 문화의 정체성에 대해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고 운을 뗐다. 한국 문화는 태극으로 대변된다. 따라서 태극을 이해하는 것이 곧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다. 현대 문화의 흐름은 형태나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특성을 가진 포스트모더니즘의 연장선에 있다. 태극에는 이 특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러므로 채 교수는 한국이 세계에 진출하기 위한 방법으로 태극을 꼽았다.

한국 철학자들은 태극의 곡선을 들어 한국 문화를 ‘비틀어 돌려 얽는 띠의 문화’로 정의한다. 옛 조상들이 이미 형태가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기(氣)에 대해 인지해 이를 적용한 것이 바로 태극의 S자 곡선이다. 이는 태극이 비정형성을 특징으로 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사실과도 연결된다. ‘비틀어 돌려 얽는 띠의 문화’는 의식주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채 교수는 “한복이나 기와, 심지어 여가생활에서도 곡선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물놀이의 상모돌리기가 대표적인 예다. 상모에 달려있는 좁고 기다란 직사각형의 띠가 모자 중앙에서 하늘을 향해 반복적으로 곡선을 그리며 순환하기 때문이다.

태극으로 대변되는 한국 문화는 ‘단순성, 반복성, 순환성’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채 교수는 “현대 한국 문화는 한국영화/TV드라마, K-pop, K-fashion 등 다양한 모습으로 세계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그 이유를 역사 속에서 찾았다.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던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말춤은 고구려 무덤 무용총의 벽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 그 예다. 마찬가지로 후렴구가 반복되는 후크송(Hook song)은 단순하고 반복적으로 순환하는 굿거리장단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 외에도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차이’가 우주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학설을 전제로 한국문화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지식인, 예술가, 관객이 함께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윤정현(의류 14) 학우는 “강연을 들은 후, 채 교수님께서 한국 전통 문화에 대해 심도있는 연구를 진행하셨다는 걸 느꼈다”며 “전통 문화와 인문학을 연결지어 생각한 것이 새로웠다”고 말했다.

▲ 세드나를 연주하는 박경소 가야금 연주가

◆ 콘서트에서 빠질 수 없는 공연
강연이 끝난 후에는 박경소 가야금 연주가의 공연이 이어졌다. 박경소 연주가는 국악의 현대화, 대중화에 기여한 주인공으로서 보편화된 12현금 가야금이 아닌 25현금 가야금을 연주해 관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 날 박씨는 자작곡 <세드나: 우주의 별들을 바라보다>와 <에보니 펜슬: 세상의 모습을 이야기하다>를 연주했다. 특히 ‘세드나’는 태양계에서 가장 먼 곳에 있는 소행성이다. 연주를 감상한 박예인(의류 14) 학우는 “비유클리드에 대해 언급했던 앞선 강연의 내용과 세드나가 잘 어울렸다”며 “세드나가 외로운 행성이라 그 연주 또한 어딘가 슬픈 듯한 느낌이 들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박 연주가는 “<에보니 펜슬>은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사회에 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느낌을 담아 작곡한 곡”이라며 “오늘 오신 관람객들이 대부분 20대 초반인 것 같아 꼭 들려드리고 싶다”고 소개했다. 그는 “연주 초반의 경쾌한 리듬은 대학 시절을 의미하고, 중반의 무겁고 우울한 느낌은 사회에 막 나왔을 때 의 막막함을, 후반의 안정되고 편안한 연주는 사회에 적응한 현재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 날 콘서트를 관람한 손희준(의류 14) 학우는 “지금까지는 문화가 있는 날에 주로 영화를 관람했는데, 영화 외에도 이러한 인문학 콘서트와 같이 새로운 문화 활동이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다가오는 27일(수)에 열리는 인문학 콘서트 2부도 관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영화말고, 인문학 콘서트 어때요?
요즘 인문학의 범위가 넓어지고 다른 학문과 융합되면서 이제 인문학은 예술, 역사 그리고 과학기술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인문학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는 요즘, 문화가 있는 날을 이용해 인문학 콘서트를 관람하는 것을 어떨까. 인문학 콘서트 ‘한국 문화, 예술이 묻고 과학이 답하다’는 총 2부로 진행되며 1부는 지난 29일(수) 오후 8시에 열렸다. 2부는 다음달 27일(수) 오후 8시 민속극장 풍류에서 ‘한국문화와 K-Fashion’이라는 주제로 열릴 예정이니 5월 문화가 있는 날에는 인문학 콘서트를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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