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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인, 이 시대의 엄마를 논하다
정서빈 기자  |  smpjsb87@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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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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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명의 학우들이 엄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엄마로 살면서도 이렇게 꿈이 많은데 왜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인 것으로만 알고 있을까” 신경숙 작가의 저서 <엄마를 부탁해> 내용 중 일부다. 우리는 과연 엄마를 ‘엄마’가 아닌 이름을 가진 한 명의 여자로 생각해본  적이 있었던가.

여기, 엄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보고자 네 명의 학우들이 모였다. 김건희(한국어문 14) 학우부터 박정현(법 10) 학우, 김현주(프랑스언어·문화 14) 학우, 김규리(영어영문 15) 학우까지. 엄마에 대해 할 말이 많다는 그들과 함께 어버이날을 맞아 우리네 엄마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 평소 엄마와의 관계는 어떤가요
김건희 학우(이하 건희): 엄마는 가장 친한 친구예요. 장도 항상 같이 보고, 쇼핑도 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거든요. 가까운 만큼 싸우기도 많이 싸워요. 때론 상처주는 말도 많이 하죠.
박정현 학우(이하 정현): 저도 엄마랑 친구 같은 사이예요. 특히 엄마는 제 연애코치이기도 해요. 첫키스 한 날도 집에 가자마자 ‘엄마 나 첫키스했어’라고 말했을 정도예요. 연애 상담은 친구보다는 엄마랑 하는 게 편해요.
김현주 학우(이하 현주): 철없는 시절엔 엄마랑 많이들 싸우잖아요. 그래서인지 학창시절엔 엄마랑 서로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엄마는 언제나 저를 끝까지 믿어주신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그 이후론 엄마와 각별한 사이가 됐어요. 약속이 없는 날이면 친구보다 엄마를 먼저 찾고, 최대한 둘이 시간을 많이 보내려 해요.
김규리 학우(이하 규리): 저는 오히려 반대예요. 어린 시절엔 막연히 엄마와 함께하길 좋아했다면 요즘은 생각이 많아졌어요. 작년에 입시를 겪으면서 엄마가 제게 바라는 게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요즘 들어 엄마와 조금 멀어진 것 같아요

◆ 여러분의 엄마는 어떤 분인가요
정현: 저희 엄마는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어떤 일이든 절대 소홀히 하지 않는 분이세요. 여자는 바깥일을 해도 집안일까지 완벽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일이 힘드실 법도 한데 늘 즐겁게 일하려 노력하세요.
현주: 직장에서 일하는 엄마는 정말 멋있어요. 자신의 일에 집중하고 완벽히 해내는 모습을 볼 때 특히요. 그런 모습을 보면, 엄마는 제 롤모델이자 인생의 멘토죠. 그런데 엄마는 저와 동생들을 더 살뜰히 챙기지 못한 것에 미안해하세요. 그렇지만 저는 엄마가 가정에 소홀하다고 느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앞으로도 엄마가 즐기면서 일하시길 바라요.
규리: 저희 엄마는 전업주부세요. 그렇다고 집안일만 하시는 건 아니에요. 3년 전부터는 책을 읽어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계시거든요. 집안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보탬이 되는 일을 하시는 것 같아 자랑스러워요.
건희: 어린 시절 제가 기억하는 엄마는 항상 정신없이 바쁜 분이셨어요. 예전엔 직장에 다니시면서 집안일도 하시고, 봉사활동까지 하느라 동분서주하셨거든요. 그런데 몇 년 전 손목에 무리가 와서 하던 일을 그만두셨어요. 요즘엔 낮잠도 가끔 주무시는데, 처음 그 모습을 봤을 땐 신기했어요. 이전보다 여유로워지신 것 같아 보기 좋아요.

◆ 같은 여자로서 엄마의 인생을 돌아보면
건희: 같은 여자로서 생각해 보면 엄마의 삶이 안타까워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버지와 결혼하면서 자연스레 외가와 사이가 멀어졌거든요. 또, 임신을 하면서 당신의 꿈인 무용을 그만두셨어요. 한 사람의 아내, 아이들의 엄마가 되면서 엄마,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리신 것 같아요.

◆ ‘엄마도 여자다’, 어떻게 생각하나요
현주: 엄마와 함께 길을 가다 쇼윈도에 걸린 예쁜 옷을 봤는데 너무 비싸더라고요. 당연히 엄마는 쓸데없이 비싸다고 말하실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리 엄마도 예쁘다며 구경하셨어요. 그러던 중 엄마와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그때 당시 엄마가 입고 있던 옷이 15년 전에 구입한 거란 걸 알게 됐어요. 그 사실을 들은 후 제가 고집을 피워 결국 엄마는 그 옷을 구입하셨어요. 다들 예쁜 옷을 보면 가지고 싶어 하잖아요. 엄마도 가지고 싶은 옷이 있었을 텐데 제 것만 사주시던 게 기억나면서 죄송하더라고요. 그날 밤 엄마가 “너 아니면 또 그냥 지나쳤을 텐데”라며 고맙다고 말하셨어요. 그때 ‘엄마도 나랑 같은 여자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건희: 저희 아버지가 굉장히 무뚝뚝하신 반면 엄마는 애교도 많고 감정표현에 솔직한 분이세요. 그러다 보니 엄마는 결혼 생활이 조금은 외로우셨던 것 같아요. 저도 그걸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죠. 어느 날 엄마와 함께 <님은 먼 곳에>라는 영화를 봤어요. 그 속에서 아내에게 충실하지 않은 남편의 모습이 스크린에 비춰졌어요. 그 아내에게 당신의 마음을 이입하셨는지 영화가 끝나고서도 한참을 앉아 우시더라고요. 그때 ‘엄마도 외로웠구나’ ‘한 남자의 사랑을 원하는 한 사람의 여자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모습이 낯설면서도 연민을 느꼈어요.

◆ ‘엄마는 희생하는 존재다’라는 명제가 우리 사회에서 아직 유효한가요
건희: 보통 남편이 가사노동을 하면 아내의 일을 돕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가사노동을 당연히 엄마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물론 진화생물학적으로 노동에 여성성과 남성성이 존재하지만, 가사노동을 여자의 몫이라 규정짓는 건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이데올로기라 생각해요. 엄마 세대는 무의식적으로 이런 인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인 거죠. 하지만 요즘엔 엄마가 희생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흐려진 것 같아요. 자식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려 하지 않고 인생을 찾아가는 여성이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 많이 다뤄지는 걸 보면요.
규리: 얼마 전 엄마가 일주일 정도 집을 비우셔서 엄마의 하루를 경험했어요. 엄마는 집에서 편히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다들 그 힘든 일을 너무도 자연스레 엄마가 해야하는 일로 생각하잖아요. 그걸 보면, ‘엄마는 희생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아직도 절대적인 것 같아요.
정현: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요즘엔 그런 고정관념이 사라지고 있다지만, 모성애 때문인지 자식과 엄마의 관계에 있어서만큼은 기본적으로 엄마의 희생이 요구되는 것 같아요.

◆ 한국 사회에서 엄마로 살아간다는 건
규리: 한국사회는 엄마들을 ‘이중잣대’로 평가해요. 직장에 다니는 여성들은 아이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아요. 그런데 정작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면 남편이 벌어오는 돈으로 편하게 지낸다고들 말하죠. 일을 해도, 하지 않아도 항상 비난받는 거예요.
현주: 저도 요즘 비슷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결론을 내렸죠. 정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생긴다면 결혼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말이에요. 현실적으로 여자가 일을 하면서 결혼이나 출산이 미치는 영향을 피할 수 없으니까요.
건희: 여성들은 꿈을 위해 결혼이나 출산을 기피하게 돼요. 그런데 남자들은 꿈을 생각할 때, 결혼을 고민하지 않잖아요. 이런 걸 보면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걸 알 수 있죠.

◆ 그럼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건희: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유치원이나 학교에서도 남녀 모두에게 올바른 젠더인식과 성역할을 가르치기 위해 노력해야 하죠.
정현: 사실, 우리나라는 기혼 여성을 배려하는 제도가 잘 마련돼 있는 편이에요. 그런데 그걸 아무렇지 않게 사용할 수 있는 사회적 인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예요.
현주: 그 말에 동의해요. 공식적으로 기혼 여성들에게 허용되는 출산휴가 기간이 한 달이라면, 실제로 사용하는 건 일주일 정도라고 해요. 기혼 여성들이 관련 제도를 활용하는 걸 당연하게 여겨야 해요.

◆ 마지막으로 엄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본 소감을 말씀해주신다면
정현: 엄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된 것 같아요. 오늘 집에 돌아가면 엄마를 꼬옥 안아주고 싶어요.
건희: 평소엔 엄마를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생각해보기 힘든데 그런 의미에서 유익한 시간이었던 거 같아요.
현주: 다들 바쁘게 살아가잖아요. 우리학교는 과제로 유명하기도 하고요(웃음). 누가 이렇게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면서 우리 엄마에 대해 생각해보겠어요. 아마 오늘도 집에 돌아가면 늘 그랬던 일상으로 돌아가겠죠. 그래서 오늘 이 시간이 더 뜻 깊었어요.
규리: 다음 주 금요일이면 어버이날이에요. 그런데 정신없이 살다 보니 매번 ‘어버이 날이구나’하곤 그냥 지나치기 일쑤예요.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을 잊은 채 말이에요. 그런 와중에 이렇게 모여 이야기를 나눠 보니 엄마가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돼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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