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16일, 전남 진도 앞 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했다. 탑승객 476명 중 275명이 사망했고 9명이 실종됐다. 온 국민은 실의에 빠졌다. 그렇게 세월호가 진도 앞 바다에 가라앉아 모습을 감춘 지 1년이 흘렀다. 지난달 16일은 사고 발생 1주기였다. 전국의 하늘은 어두웠고,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누군가는 “아이들의 눈물이 내리는 것만 같다”고 울음을 삼켰다. 그리고 아직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추모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이들이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고,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팽목항에 찾아가서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본지는 세월호 참사 1주기가 지난 이 시점에서, 대학생들의 세월호 추모 모습을 살펴봤다.

◆ 광화문에는 언제나 그들이 있다
배미림(역사문화 13) 학우는 작년부터 주기적으로 세월호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배 학우가 처음 집회에 나간 것은 참사 직후로, 당시 배 학우가 활동하고 있던 시사토론동아리의 사람들과 참여하게 됐다. 관심이 있어도 집회에 혼자 참여하기는 어려웠는데 마음이 맞는 이들과 함께여서 참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집회 참여 계기에 대해 묻자 배 학우는 “개인적으로 세월호 사건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싶었다”고 했다. 가장 최근엔 시청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1주기 집회에 참여했다. 중간고사 기간이었지만 의미있는 집회라고 생각한 배 학우는 친구와 함께 다녀왔다.

집회는 보통 유가족의 발언이 주를 이룬다. 집회 분위기에 대해 배 학우는 “생각보다 험악하다”고 말했다. 규모가 큰 집회일수록 참여인원이 많아 통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엔 배 학우가 참여했던 집회에는 특정 단체가 찾아와 ‘촛불로 선동하지 말라’고 소리치며 맞불집회를 벌인 일이 있었다. 이에 대해 배 학우는 “합법적인 집회를 방해하는 이들에게 화가 났다”고 말했다.

배 학우는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새로운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집회에 참여하지 않았던 기간 동안에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잊고 있다가도 다시 집회에 참여하면 진실규명을 위해 유가족들에게 힘을 보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배 학우는 작년 9월 열린 소규모 집회에 참여해 유가족들에게 본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언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전해 들은 유가족의 이야기는 마음에 더 와 닿았다. 덧붙여 배 학우는 “세월호 사건에 관심이 있는 학우들은 광화문 농성장에 실제로 가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교내에서도 이어지는 추모 열기
교내에서 학우들과 함께 세월호 관련 활동을 하는 이들도 있다. 이정민(중어중문 11) 학우와 황영선(한국어문 15) 학우는 ‘세월호 진실 서포터즈’로 활동 중이다. ‘세월호 진실 서포터즈’는 세월호 참사 1주기를 기리기 위해 본교 학우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단체다. 이들은 올해 3월 초에 단체를 결성해 교내 분향소 설치, 인양촉구 서명 운동 진행, 노란 리본 나눔 등의 활동을 했다. 또한 4월 16일 개최된 세월호 1주기 ‘대학생 기억행진’에 참여할 신청자를 모집해 행진 당일 날 교내 참가자들을 인솔했다.

이 학우는 ‘세월호 진실 서포터즈’를 결성한 일원 중 한 명이다. 지난달 16일, 이 학우는 ‘대학생기억 행진’에서 약 30명 정도의 본교 학우들을 이화여대 정문부터 시청광장까지 인솔했다. 이 날 서울 각 대학에서 모인 대학생은 약 1,500명으로, 본교 학우들은 이화여대 서쪽 부근에서 출발하는 ‘304인 기억행진’에 참여했다. 이들은 각 세월호 사건 희생자들의 이름과 사진이 실린 추모 피켓을 들고 행진했으며, 본교 학우들은 단원고 2학년 4반 학생을 맡아 행진했다. 행진 후 도착한 시청광장에는 집회를 위해 약 7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집회는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참가자들이 발언 또는 공연을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세월호 추모 영상을 보고, 유가족의 세월호 시행령에 대한 발언을 듣는 시간도 있었다. 이 날 집회에서는 수만 명의 사람이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앉아 무대를 보며 모두 같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황 학우 또한 ‘세월호 진실 서포터즈’에서 활동하며 ‘대학생 기억행진’을 준비했다. 황 학우는 집회 전날 다른 서포터즈들과 모여 행진에 쓰일 희생자 추모 피켓을 제작하고, 희생자들에게 전하는 편지를 썼다. 참가자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황 학우는 이번 추모 집회에서 만난 실종자 대표 故 허다윤 학생의 아버지가 잊히지 않는다고 한다. 정부가 세월호 실종자의 시신유실방지 대책을 세우지 않은 점을 비판하던 故 허다윤 학생의 아버지는 집회에 모인 7만 명에게 ‘모여 주셔서 감사하다’고 큰 절을 올렸다. 황 학우는 “국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해결 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모인 참가자들에게 감사하다고 하는 상황이 안타깝게 느껴졌다”며 “앞으로도 세월호 사건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예술 등 다양한 방면에서도
현재 ‘힐링센터 0416 쉼과 힘’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세월호 유가족 청소년과 생존자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계획 중인 노승연(여·23) 씨. 노 씨가 속한 ‘힐링센터 0416 쉼과 힘’은 안산시 고잔동 일대 주민들을 간접 피해자로 보고 그들을 위한 상담과 문화 활동을 제공하는 단체다. 문화 활동으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뮤지컬,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우드버닝 등이 있다. 우드 버닝은 달군 버닝펜을 붓 삼아 매끈한 나무를 태워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예술로, 피해자들이 한 곳에 몰입을 할 수 있도록 해 심리적 안정에 도움을 준다. 노 씨의 경우 ‘힐링센터 0416 쉼과 힘’이 기획한 세월호 1주기 공연에서 청소년들의 뮤지컬 공연을 담당하는 일을 했다. 현재는 고잔동 지역 주민 아주머니들의 활동을 돕고 있다.

노 씨가 처음 단체에 방문한 것은 올해 2월 말 쯤이다. 단체의 인력이 부족하지만 지역 대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흔쾌히 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피해자 학생들에게 언니, 누나처럼 멘토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한편 노 씨는 ‘힐링센터 0416 쉼과 힘’활동 외에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주최하는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아이디어를 지원해 채택된 아이템으로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현재 구상 단계인 프로그램은 유가족 청소년과 생존자 청소년을 위한 것으로,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예술 활동과 더불어 밥을 지어서 나눠 먹는 ‘치유밥상’이 그 내용이다. 치유밥상 프로그램은 노 씨가 버스를 타고 학생들을 찾아가 식사를 대접하는 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노 씨는 “버스를 치유밥상의 공간으로 지정함으로써 학생들이 찾아오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직접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유는 생존자 학생들이 트라우마 치료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노 씨는 “현재 고3인 생존자 아이들이 졸업을 하면 뿔뿔이 흩어지게 될텐데 그 학생들이 모일 수 있는 아지트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앞으로 아지트에서 학생들과 목공 교육, 수공예 작업도 할 예정이다.

다른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에 대해 묻자, 노 씨는 “눈에 띄는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죄책감이나 부채의식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대신 “그들이 지칠 때 위로하고 도움이 돼주겠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그들에게 힘이 될 거라 생각한다”는 말을 덧붙이며 세월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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