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의 길

함민복


길 위에 길이 가득 고여있다
지나간 사람들이
놓고 간 길들
그 길에 젖어 또 한 사람 지나간다

길도 길을 간다
제자리걸음으로
제 몸길을 통해
더 넓고 탄탄한 길로
길이 아니었던 시절로

가다가

문득
터널 귓바퀴 세우고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의 소리 듣는다

향수의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이 시를 처음 접했을 때 느낀 감정은 사람이 그리워진다는 것이었다. 내가 선택한 이 길을 씩씩하게 걷고 있는 나 자신에게 ‘신중한 한 걸음’을 선물한 시이기도 했다. 아프고 힘들 때나 외로움의 빈자리로 가슴 속이 먹먹해질 때면 마음 속 따뜻함의 현주소를 찾아 늘 듣게 됐던 추억의 주파수 36.5MHz, 은은하게 울려 펴지던 기쁨과 눈물의 이야기는 내 소중한 사람들의 작은 기억들로 예전의 나를 되살려 줬다. 수많은 핑계 속에서 진정 내 사람들은 돌아보지 못한 채 새로운 만남만을 향해 나아가는 요즘의 길 한복판에서, 난 이 시를 왼쪽 팔로 꼭 감싸 안게 된다. 그리곤 마음의 소리를 향해 사연을 쓴다. “혹시 걷다보면 지난 사람들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유진선(인문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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