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미 교수의 읽는 영화]

 

<이다>

국가: 폴란드, 덴마크

연령: 15세 관람가

개봉일: 2015. 02. 18

러닝타임: 82분

 니체는 <반시대적 고찰>에서 오직 현재만을 아는 동물은 행복하다. 과거를 모르는 동물은 비역사적이다. 하지만 인간은 기억의 무게에 짓눌려 사는 운명을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억의 집적인 역사가 삶에서 너무 과도한 무게를 지니게 되면 삶이 손상되고 심지어 몰락한다고 했다. 영화 <이다>는 우리에게 생소한 폴란드의 유대인 역사를 대면시킨다. 2차 대전 시기 가장 혹독했던 홀로코스트가 바로 폴란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행해졌다는 것을 아는 것 정도가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에게 말이다. <파리 5구의 여인>(2011)을 연출했던 파벨 파블리코프스키 감독은 14살 때부터 폴란드를 떠나 영국으로 이민 가서 살았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셨던 아우슈비츠의 상처를 <이다>(2013)를 통해 털어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직 개봉중인 <이다>는 국내에서는 만 오천 명 정도의 관객 동원밖에 하지 못했던 다양성 영화지만, 해외 50여 개국 영화제에서 수상했으며, 2015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이다>는 판이하게 다른 두 여인을 역사적 사실 앞에 놓아두고 있다. 폴란드가 공산권이었던 1960년대를 배경으로 고아로 수녀원에서 자란 18살 수녀 안나(아가타 트셰부호프사카)와 그녀의 유일한 혈육인 이모 완다(아가타 쿠레샤)가 만나면서 폴란드의 유태인 역사는 파헤쳐진다. 이모 완다는 2차 대전 이후 폴란드가 공산화되자 ‘피의 완다’라 불릴 정도로 열혈 공산당원으로 활동하던 사람이지만, 아들과 자매를 잃은 상처를 지니고 산다. 성공하기 위해 자행한 잔인한 일에 대한 내면적 고통을 잊기 위해 술과 담배, 자유로운 성생활 등 자유분방하게 즐기며 사는 유형이다.

한편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것을 서원식을 앞두고 이모 완다를 만나서야 알게 된 안나는 자신의 이름조차 ‘안나’가 아니라 ‘이다’였다는 사실을 알고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게 된다. 유대인이라면 당연히 유대교인이어야겠지만 자신은 가톨릭 수녀인 것이다. 영화는 완다보다는 이다의 상황에 초점을 두면서 자유와 좌절된 야망 등 양면적인 모습을 지닌 1960년대 초 폴란드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한다. 서정적인 흑백화면이 가슴에 울림을 더하는 이 영화는 이다와 완다의 여행 동안의 변화를 담은 로드무비다. 로드무비에서 중요한 코드는 성장이다. 이에 이다가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고 경험함으로써 성인이 되는 이니시에이션(initiation) 형식을 담고 있기도 하다. 호주 원주민들의 성인식이 죽음을 체험하는 번지점프를 하는 의식으로 치러지듯 <이다>에는 자식과 자매의 시신을 본 후 고통에 몸부림 치는 이모 완다의 마지막 선택과 이모를 흉내내는 이다가 삶을 선택하는 과정이 핵심을 이룬다. 여행 중에 만난 남자를 만나기 위해, 수녀복을 벗고 그에게 예쁘게 보이려고 이모의 옷으로 치장을 하는 이다의 이모되기는 감독이 생각하는 역사관, 즉 현재가 과거를 체험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다가 아무 것도 모른 채 수녀원 안에서 바로 수녀가 되는 서원식을 하게 되는 것과 이모와 많은 경험을 한 후 다시 선택한 서원식은 차원이 다르다. 이것이 바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역사를 어떻게 성찰해야 하는지에 대해 감독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일 것이다.

 

 

 

 

 

의사소통센터 황영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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