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나보다 더 큰 나> 세미나 의 발표자로 나선 참가자들의 모습. 왼쪽부터 엄태인, 이지혜, 유태선, 박소현, 홍은경 <사진제공=한국소비자포럼>

지난 1월 18일(일) ‘2.1 지속가능연구소’와 대학생언론협동조합 ‘YeSS’가 전국 130여 개 대학생 2,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정치인과 국회를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2.6%와 4.8%였다.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8.4%인 것으로 보아, 국회와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히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민의 대표로서 국가를 운영해야 하는 국회가 대학생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차세대 리더가 말하는 국회의원의 본질과 적절성’을 주제로 열린 <나보다 더 큰 나> 세미나 참관을 위해 24일(화), 이른 시각 국회헌정기념관을 찾았다. 이번 세미나는 ‘새누리당인재영입위원회’와 ‘한국소비자포럼 팀 화이트’가 공동으로 주최했으며, 서울·경기·영남·호남·충청·강원 출신의 차세대 리더로 선정된 대학생들의 발표로 진행됐다. 세미나 담당자 이용재 간사는 “대학생 활동 조직 팀 화이트의 구성원이 국회의원에게 바라는 바람직한 국회의원의 모습을 전달하는 것이 이번 세미나의 개최 목적이다”고 전했다.

세미나 시작 한 시간 전, 취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주최 측이 배포한 자료를 훑어보는 동안, 실내에선 순조로운 진행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시작 시간이 가까워오자 비어있었던 실내로 하나 둘 사람들이 모였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 청년들부터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들이 세미나 참관을 위해 자리를 잡았다. 대학생들이 국회의원에게 바라는 기대와 가치를 직접 듣기 위해 자리를 찾은 국회의원들의 모습도 보였다. 이윽고 세미나의 시작을 알리는 진행자의 목소리와 함께, 수십 개의 반짝거리는 눈동자가 일제히 중앙 무대로 쏠렸다.

오프닝 프레젠테이션 주제는 ‘Start with I am’으로, 발표를 맡은 엄태인(남·25) 씨는 발표 준비과정에서 느낀 내용을 바탕으로 ‘가시나무’ 가사를 개사해 선보였다. 실내에 노래가 울려 퍼지자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음악에 집중하는 모습도 보였다. 노래가 끝나고 손에 쥔 마이크를 다시 입가로 가져간 엄 씨는 국회의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아 개사한 가사를 소개했다. “국회의원들 마음속엔 챙겨야할 이해관계자가 너무도 많아 대한민국 쉴 곳 없네” 그는 가사의 ‘나’ 부분을 ‘국회의원’으로, ‘당신’ 부분을 ‘대한민국’으로 바꿔 개사했다고 말했다. 엄 씨는 발표를 마치며 국회의원의 존재 이유와 본질은 국가와 국민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첫 번째 발표자로 무대에 선 이지혜(여·21) 씨는 ‘내려놓음’을 국회의원에게 바라는 점으로 꼽았다. 약간은 긴장된 표정이었지만 당당한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선 그는 국회본회의 통과 과정에서 수정된 법안으로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은 ‘부정청탁 금지 법’, 일명 ‘김영란 법’에 관한 내용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비판의 논란과 초점은 국회의원의 특권을 위해 법안이 수정되면서 법안의 본 목적이 변질 됐음에 있다. 그는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는 국회의원과 국민의 약속이라고 볼 수 있다”며 스스로 권위와 특권을 내려놓고 사람들과 소통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을 예로 들었다. 정치와 종교를 떠나 ‘리더’라는 공통점에서 사익이 아닌 ‘본질’을 추구해야 함을 강조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 글자 한 글자에 힘을 실어 “정치인이지만 정치적 판단과 결별할 때 본질을 볼 수 있다”는 말을 전했다.

유태선(남·25) 씨는 한 케이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참가자 세 명이 팀을 이뤄 부른 노래로 화제가 된 ‘벗님들’의 공연 영상을 준비했다. 세 명의 낯선 이들이 모여 만들어낸 노래에 대한민국은 열광했다. 그는 이와 같은 결과를 불러온 원동력을 ‘팀워크’라고 정의했다. 그는 “성장과 발전을 위한 경쟁은 불가피하지만, 개인의 이익만을 위한 경쟁은 대한민국을 힘들게 할 뿐이다”며 “성장과 발전을 위한 경쟁 이전에 우리는 팀이고, 대한민국의 구성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발표를 듣고 있는 국회의원들을 향해 당찬 목소리로 “국민들이 기억할 단 하나의 이름은 팀, 대한민국이다”고 전하며 발표를 마쳤다. 그의 발언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참관자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세 번째 발표자 박소현(여·24) 씨는 ‘스페셜리스트’를 키워드로 꼽았다. 그는 역대 최고의 발의건수와 역대 최저의 가결률을 제19대 국회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국회 입법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주장했다. 맞춤법만 바꾼 엇비슷한 내용의 법안 제출, 건수 늘리기에 초점을 맞춘 급급한 발의 등의 문제로 법안 완성도 하락을 지적한 그는 “심도 있는 연구와 토론을 거쳐 나온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준 이하의 법안으로 인한 국민의 신뢰도 하락과 언론의 비난을 보며 그는 “법에 전문성을 갖춘 국회의원이 자신에게 특화된 입법 활동을 해 나가기를 바란다”며 “완성도 높은 법안으로 대한민국이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고 앞으로의 국회에 대한 기대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나보다 더 큰 나’를 주제로 발표를 맡은 홍은경(여·21) 씨는 앞선 발표자들이 제시한 ‘국회의원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지인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국회의원과의 만남에 이전과 다를 바 없이 친근하게 국회의원을 맞이한 그의 지인은 의원의 보좌관을 통해 이런 말을 들었다. “다음부터는 국회의원으로 대해주시죠” 그는 “국회의원이 선거기간에는 표심을 호소하며 국민에게 몸을 낮춰 인사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스스로를 마치 상위계급으로 느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며 지도층의 위선을 꼬집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통해 그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며, 때로는 비전을 제시하는 국회의원이 영웅이다”고 주장했다. 20대 국회에서는 ‘영웅’을 만나고 싶다는 그의 말에는 현 국회의원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과 변화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었다.

세미나가 끝나고 바쁘게 자리를 떠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는 대학생들에게 이번 세미나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세미나에 참관한 백채경(여·24) 씨는 “유익한 시간이었고 발표자들이 당당하게 발표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김해인(여·22) 씨는 “오프닝에 들은 노래가 기억에 남는다”며 “국회의원에 대해 사람마다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씨는 “이번 세미나가 특정 정당과 연관성이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는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이용재 간사는 “새누리당 인재영입위원회의 요청으로 공동 주최된 세미나지만 어느 한쪽의 국회의원이 아닌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갖춰야 할 자질과 자격에 대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세미나의 전체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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