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미 교수의 읽는 영화]

 

<이미테이션게임>

국가: 영국

연령: 15세 관람가

개봉일: 2015. 02. 17

러닝타임: 114분

<이미테이션 게임>은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앨런 튜링의 전기 영화다. 전기 영화는 역사적 인물의 실화가 주는 강한 임팩트와 영화적 감동요소로 승부한다. 앨런 튜닝은 누구인가? 그는 1945년 복잡한 계산과 논리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초보적 형태의 컴퓨터인 튜링 머신을 고안했으며, 1952년 당시 영국에서는 범죄로 취급되던 동성애 혐의로 영국 경찰에 체포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감옥에 가는 대신 화학적 거세를 받아야 했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던 중 2년 뒤 청산가리를 넣은 사과를 먹고 자살했다. 애플사의 베어 먹은 사과 모양의 로고가 그와 관련 있다는 속설도 있다.
드라마틱한 그의 생애는 수리물리학자인 앤드루 호지스에 의해 『앨런 튜링: 에니그마』라는 762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전기로 재현됐다. 이 책은 최고의 과학 전기물이라는 찬사를 받았으며, 호지스는 튜링 철학의 핵심을 서구의 위대한 철학자의 삶과 철학을 밀도 있게 소개한 The Great Philosopher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압축하여 집필하기도 했다. 이 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이 개봉한 즈음 국내에서 번역됐다.

이 영화가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은 튜링 전 생애의 방대한 에피소드를 교차편집을 통해 효과적으로 구성해 감동을 더했다는 점도 있지만, 가장 놀라운 점은 튜링의 동성애에 관한 입장을 기계와 인간이 소통이 다르다는 것으로 비유적으로 설명하면서 인공지능의 개념을 함께 설명하는 장면이다. 한 시퀀스에서 이처럼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 튜링의 동성애적 삶과 그가 고안한 인공지능과의 놀라운 교집합을 창출한 것이다. 제목이기도 한 ‘이미테이션 게임’은 튜링이 인공지능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이를 테스트하는 게임을 말한다. 튜링은 인간처럼 보이는 것을 인간에 준하는 지능이 있다고 간주하기로 하고 이를 테스트하는 게임을 고안했던 것이다.

이 외에 전쟁 중 휴머니즘 문제를 정치적 측면에서 해석한 점도 뛰어나다. 각고의 노력 끝에 2차 대전 중 독일군의 암호기계인 에니그마를 해독하는 데에 성공한 앨런이 곧장 이 사실을 상부에 알려 더 이상의 희생을 막자는 팀원에게 희생을 치르더라도 비밀을 지키라고 엄명한다. 암호를 해독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독일군이 알게 되면, 독일군은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암호를 쓰지 않게 돼 2년 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는 것이다. 대신 앨런은 통계적으로 교묘하게 전체적으로는 희생을 줄이면서도 독일군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해 전쟁을 승리를 이끈 일등공신이 된다. 이 영화는 인간과 사회를 지배하는 정치의 한 방식까지 은유하고 있는 것이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앨런 튜링 역을 맡아 상처받은 왕따, 대인관계를 잘 못하는 동성애자 역할을 바로 그 자신인 듯 신들린 연기를 펼쳤다. 키이라 나이틀리 역시 아픔을 함께 하면서도 재능 있는 반려자 조안 클라크를 매력 있게 소화했다.

이 영화는 튜링의 전기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폭력의 의미와 전쟁의 참혹함, 그 참혹함 속에서도 각 개인 앞에 놓인 다양한 상황이라는 인간의 존재론적 의미를 담고 있다. 전기 영화가 주인공을 바로 내 곁에 있는 사람처럼 느끼게 만든다면 그 이상의 성공은 없을 것이다.

 

 

 

 

의사소통센터 황영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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