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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에 성별과 나이란 없다
구민경 기자  |  smpkmk85@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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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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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을 떠나 머나먼 타지에 자리잡은 사람들을 보면 어떤 사연으로 그곳에 가게 됐는지 궁금해진다. 나이 지긋한 여성의 경우 보통 결혼 후 해외에 자리잡거나 그곳에서 가정을 꾸려 정착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여기, 오로지 자신의 꿈을 위해 미국과 프랑스로 떠난 여성이 있다. 그녀는 파리 ESSEC에서 국제 경영학 박사를 했고 현재는 NEOMA 경영 대학원에서 국제경영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프랑스 파리지회 동문들 사이에서 ‘멋쟁이 커리어우먼’으로 통하는 홍혜정(불문 88) 동문, 지난 1월 24일(토), 프랑스 파리의 한 한인식당에서 그녀를 만났다.

“문득, 불어를 잊을까봐 두려움이 생겼어요”
홍 교수는 한국어를 포함해 총 4가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 어렸을 적 일본에 살던 친척들 덕분에 자연스레 일어를 배웠고 대학시절에는 영어와 불어를 배웠다. 그녀의 외국어 능력은 졸업 이후 세계 곳곳에서 활약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숙명여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바로 스위스 유학길에 올랐어요. 그러던 중 미국 월트 디즈니사에서 러브콜이 왔죠.” 디즈니 사에서 어떤 일을 했냐는 질문에 그녀는 “뮬란(디즈니 영화에 나오는 중국 공주) 역을 하러 간 건 아니고 글로벌 마케팅 부서에서 일했다”며 웃었다. 디즈니 같은 다국적 기업은 세계를 시장으로 하기 때문에 홍 교수처럼 다양한 문화를 접해보고 여러가지 언어를 구사하는 인재들이 높이 평가 된 것이다.

한국에 돌아온 홍 교수는 제주 도지사 최초 여성 특별 보좌관으로 3년을 보냈다. 편안함과 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된 직업이었지만 그녀는 안정적인 생활보다는 새로운 문화권에서 배움을 얻고 싶었다. “디즈니 사에서 일할 때 글로벌 인재들의 역할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는 그녀는 국제경영을 공부하려고 마음먹었다. 유학을 결심한 그녀가 선택한 나라는 경영대학이 유명한 미국이 아닌 프랑스였다. “영어는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지만 불어는 불어를 쓰는 나라가 아니면 사용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높은 학력 보다는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문화를 함께 배우고자 프랑스로 떠났죠.”

이렇게 프랑스로 두 번째 유학을 떠난 홍 교수는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경영대학원 ESSEC에서 우리나라의 대학원 과정인 그랑제꼴을 이수했다. “졸업하고 10년이 지났지만 또 다른 공부를 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죠.”

“쉬운 순간은 한순간도 없었어요”
홍교수는 “한국에서는 성별과 나이가 핸디캡이 된다”고 말한다. 그녀가 적지 않은 나이에 다시 프랑스로 떠난 이유 중에는 그런 이유도 있었다. 제주도지사 보좌관을 할 당시 능력보다는 성별과 나이를 중시하는 한국 직장문화에 염증을 느낀 것이다. “외국은 공부와 직장에서 나이 보다는 능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제 능력을 인정받기가 더 수월했어요.”

남들보다 공부를 늦게 시작했던 그녀에게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보통은 3년간의 그랑제꼴 과정을 마치고 4년 안에 박사학위를 따지만 그녀는 6년이 걸렸다. “사람들은 제가 굉장히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며 공부한 줄 아는데, 돈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1달 뒤에 유학을 오게 된 홍 교수는 심적, 물리적으로 힘든 생활을 견뎌냈다. “공부가 늦어진 이유도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돈을 벌면서 공부를 했기 때문이죠.” 혈연도 지연도 없었던 프랑스에서 홍 교수는 모든 일을 스스로 해야 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본인이 열심히 하다보면 도와주는 사람이 나타나게 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녀는 박사준비를 하며 좋은 교수님들을 많이 만났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추구하지만 사실 행복은 인생에서 1퍼센트 정도만 차지하고 나머지 99퍼센트는 보통 또는 나쁨이다. “행복은 정말 짧기 때문에 그 짧은 시간을 잘 누려야 한다”는 홍 교수, 그녀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물으니 유럽 경영 논문대회에서 최고 논문상을 받은 일을 꼽았다. “6년 동안 힘들게 준비했던 논문이 상을 받았을 때 저를 한번 꼬집어 봤어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힘든 만큼 값진 결과를 얻은 그녀는 현재 두 개의 박사 학위를 취득해 프랑스에서 국제경영으로 인정받는 교수가 됐다. “열심히 하면 길은 반드시 있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힘들지 않으면 절대로 성장을 할 수 없죠.”

“대학은 취업이 아닌 인성교육을 하는 곳이에요”
“불문과를 나왔는데 어떻게 프랑스에서 국제경영을 전공하게 됐냐”는 질문에 홍 교수는 “그런 질문은 이제 그만 듣고 싶다”며 운을 뗐다. 학부시절과 석·박사 시절의 전공이 왜 다르냐는 질문은 한국인 밖에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교육은 인성교육이지 취업교육이 아니에요. 그러니 학부생활을 공부의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거기에 자신을 매어두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보통 고등학생 시절에는 대학에 가기위한 공부만 하고 실제로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대학 전공 선택 후 후회하는 대학생이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녀는 “4년 동안 자신의 재능은 무엇인지 알아가고,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 기초를 닦는 것이 대학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도 학부 시절에는 다양한 경험을 하며 자신이 무엇을 잘 하는지, 어떤 일이 재밌는지 알아갔다고 한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이 좋아서 불어 학원과 영어 학원을 다녔고 숙대 어학원에서 수업을 들었어요. 학부 활동도 굉장히 열심히 했죠.” 실제로 홍 교수는 불문과 최고 행사를 연출하기도 했다. 학점이나 스펙보다는 새로운 일을 찾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다녔다.

홍 교수는 다양한 경험을 했던 자신에 비해 “요즘 학부생들은 좁은 시야를 가지고 산다”고 꼬집었다. “대부분의 대학교들은 미디어에 노출되는 직업들을 앞세워서 학교를 홍보하는데 숙대라고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러나 그렇게 홍보하는 것은 숙대생들의 날개를 펼쳐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꺾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죠.” 학교에서 특정 직업군을 지나치게 홍보하다 보면 학생들의 시야가 좁아지고 사회에서 꼭 필요한 직업들이 외면될 수도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덧붙여 그녀는 “학교 이름보다 대학에서 내가 누구인가에 대해 탐구해야한다”며 “교수라는 직업을 살려 모교에서 후배들을 위한 강연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인생은 죽을 때까지 길을 찾아가는 여정이죠”
여러가지 직업을 가졌던 홍 교수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직업은 교수다. 그녀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들, 배운 것들을 학생들에게 모두 다 줄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좋은 직업이라 생각하고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그러나 홍 교수는 스스로를 교수가 아닌 ‘학자’라고 지칭한다. 교수로서 지식을 가르치는 역할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연구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물론 수업을 하는 것도 재밌고 보람 있지만 저는 연구를 하고 공부를 할 때 가장 기쁨을 느껴요.” 완벽한 성공이라는 것은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노력을 하고 탐구해야 한는 것이다. 그녀는 그 일을 “죽을 때까지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한다. 물론 그 길을 찾아가는 여정은 매우 힘들다. “작가들이 소설을 쓸 때 아무것도 없는 종이에 글을 써 나가는 것처럼 학자들도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자신의 이론을 만들어 나가며 논문을 쓰고 있죠.”

그녀는 종교를 가지지 않는 대신 자주 보는 사물에 힘이 될 구절을 써 붙이고 다니며 매일 마음을 다잡는다. 마흔여덟, 적지 않은 나이지만 홍 교수는 여전히 자신의 꿈을 이뤄나가며 길을 찾아가고 있다. 작은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그녀의 모습은 프랑스를 넘어 머나먼 모국에 까지 새로운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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