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친구와 나눈 대화이다. “세상에 있는 모든 전자제품의 기능이 탑재된 기계는 언제쯤 나올까?” “혹시 알아? 이미 만들어두고도 공개 안하는 건지.” “아, 미리 다 쏟아내면 돈벌이가 안 되니까?” “아니, 사람들이 과학기술을 따라가지 못해서.” 아뿔싸! 우리의 뇌는 아직 21세기에 머물러 있는데 과학은 벌써 한 세기를 앞질렀구나.


그러고 보니 과학은 정말 빠르게 발전해왔다. 초등학교 시절, 과학상상화그리기대회가 열릴 때면 ‘해저도시’ ‘우주여행’ 등이 주를 이뤘었다. 바다 속의 집, 우주 정거장 등은 그야말로 상상의 나래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런데 불과 10여 년 사이에 실제로 그런 일들이 가능하게 됐다. 해저 탐사를 위한 유인 심해 잠수정이 개발됐으며, 우주왕복선을 타고 우주를 체험한 후 지상으로 귀환하는 여행상품도 나왔다.


과학의 발전이란 말도 식상해졌다. 이미 우리 주변에는 과학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 매일 손에 들려 있는 휴대폰, 귀에 꽂힌 MP3, 정보의 천국 인터넷……. 점점 과학의 범위는 넓어졌으며 어느새 저 높은 곳에 올라 10년 전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문제는 이런 과학기술의 발전을 무조건 추종하는 태도이다. 이런 태도를 지닌 사람은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신제품을 하루가 멀다 하고 구입한다. 더 좋은 사양이 장착돼 있다면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기능임에도 소유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과학 시장의 변화에 빨리 적응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기능을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면서 따라가려고만 한다면 주객이 전도된 것이 아닐까.


오는 21일(토)은 과학의 날이다. 모든 국민생활의 과학화를 촉진하기 위해 제정한 날로 올해가 40주년이다. 때문에 전국에서 과학 관련 대회와 축제가 열린다. 이번 기회를 통해 과학의 진정한 뜻을 이해하고 자신의 ‘과학지수’를 측정해봤으면 한다.


과학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데에 그쳐야 한다. 기술의 발달을 따라가지 못한 채 좇기만 하다가 그것에 지배를 당해선 안 된다. 어쩌면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최첨단 치안 시스템이나 <A.I.>의 로봇도 ‘공상’이 아닌 ‘예언’일지 모르겠다. 이 세상도 시대를 앞서간 과학자에 의해 계획된 채 돌아가는 것일지 모른다. 필자의 과학지능은 아직도 2006년에 머물러 있는데 과학은 자꾸만 발전해 겁이 난다. 글을 마치려다가 모니터에 대고 묻는다. “넌 몇 년 생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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