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에필로그 -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정성욱 PD 인터뷰

▲ EBS사옥 안 카페에서 다큐에 대해 설명 중인 정성욱 PD의 모습

본지는 지난 2주간 <우리는 왜 대학에 왔는가> 기획기사를 통해 대학생들의 대학생활을 되돌아봤다. 사실 <우리는 왜 대학에 왔는가>를 기획하게 된 배경에는 올해 1월에 방영된 EBS다큐프라임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가 있었다. 이 방송은 대학생들의 현실을 가감 없이 담아내며 방송 후 이틀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화제가 된 다큐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대학’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26일, 도곡동 EBS사옥에서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를 연출한 정성욱 PD를 만났다.

“지금의 대학 문제는 사회구조 속에서 유지될 거예요.
대학생들은 그 속에서 자신만의 정답을 찾아야 하죠 ”

6개월간 대학생들의 일상을 담다
정성욱 PD는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외에도 1995년 입사 후 <시대의 초상>, <학교란 무엇인가>를 제작해 화제를 모았다. 다큐 피디로 일한 지난 10년간 한국PD대상 TV부문 작품상,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작품상 등을 수상하면서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올해 방영된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에서는 총 6부작의 CP(chief producer, 주임프로듀서)를 맡으며 그 중 2부작으로 대학생들의 현실을 담은 <어메이징 데이>편을 연출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왜 ‘대학’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게 된 걸까.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대학을 가느냐에 따라 사회에서 벌 수 있는 생애소득이 결정되잖아요. 대학이 학생들에게 학문의 장을 제공하기보다 우리나라 사회구조시스템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제를 느낀 정 PD는 다큐를 통해 대학생들의 생활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대로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무엇이 문제인지를 객관적으로 성찰해야 해결방법이 나오거든요”

정 PD는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담기위해 직접 대학생들의 모습을 촬영할 ‘대학생 다큐멘터리스트’를 모집했다. 전국 60여 개의 대학에서 263명의 대학생들이 지원했다. 대학생들이 직접 찍은 영상을 토대로 면접을 본 후 10개 대학의 44명의 대학생 다큐멘터리스트들을 선발했다. 그렇게 대학생 다큐멘터리스트들과 함께 6개월간 대학생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요즘 대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부터 ‘술을 먹을 때는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밥은 혼자 먹는지’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했어요. 대학생들에게는 일상이지만 기성세대는 모르는 이야기들을 꺼내면서 대학생들의 고민과 삶, 좌절, 더 나아가 대학 자체에 대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문제를 알아야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으니까요”

6개월간 촬영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묻자 “분량이 너무 많아서 편집이 힘들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44명의 학생들이 6개월간의 일상을 기록하다보니 그 양이 엄청나서 어떤 장면을 골라야할지 고민이 많았다. 영상을 촬영한 학생들과 ‘어떤 장면을 보여줘야 대학생들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 충분히 논의한 다음, 그들의 의견들을 최대한 반영해 편집했다.
 
대학의 의미를 되돌아보다
사실 이번 다큐는 대학에 대한 문제의식과 함께 정 PD의 대학생활에 대한 아쉬움으로부터 시작됐다. 정 PD는 “개인적으로 대학생 때 자신에 대한 고민을 충분하게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대학을 다니면서 군대를 다녀오고, 취업준비를 하다 보니 어느새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대학 생활동안 ‘나는 누구인가’ ‘나중에 무슨 일을 할까’라는 물음이 있었지만 막상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릴 만큼 고민해보진 못했다. 대학졸업 후엔 취직을 하고 가정을 꾸리게 되면서 자신에 대해 생각할 여유는 더 없어졌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은 대학시절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큐를 통해 대학생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에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기업의 인재상에 자신을 맞추지 말고 본인이 생각하는 인재상이 무엇인가를 한 번쯤 고민해보면서 대학 졸업 후 나머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는 기회가 되길 바랐죠”

대학교에 대한 문제의식은 2009년부터 <학교란 무엇인가>,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등 학교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일반적으로 12년간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데, ‘어쩌면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사회적 문제가 학교로부터 비롯된 게 아닐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학교를 건전하게 만든다면 각종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했다. 4-5년 정도 고민을 하다가 그 고민이 자연스럽게 대학으로 옮겨갔다. 대학이 건강하면 사회도 건강해질 것이란 생각이었다.

또한 정 PD는 “교육은 한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결정할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이라 말한다. 학생들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여러 배움을 통해 ‘어떤 인간으로 살아갈지’ ‘무엇을 하는 게 좋을지’를 고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배움의 과정이 튼실해야만 학생은 스스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명확하게 선택할 수 있다. 대학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현재 대학의 문제, 사회구조 속에서 유지될 것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본 우리나라 대학은 생각보다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본지가 본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본지 제1288호 참고)에서 많은 학우들이 ‘비싼 등록금에 비해 배우는 게 없다’고 답한 결과에 대해서 정PD는 “다큐를 찍으면서 만난 대학생들 모두 그렇게 말하더라”며 공감했다. “아마 그 이유와 해결방법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분명한 건 현재의 대학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이죠. 대학이 대학의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의미예요”

대학 입학 후 생각하는 대학의 이미지에 대해서 절반 이상의 본교 학우들이 대학을 ‘취업을 위한 곳’이라고 답한 결과에 대해서는 “취업이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경제적 요소를 중요시하는 사회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지금과 같은 대학의 모습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대학, 어떤 학과를 나오느냐에 따라 평생 벌 수 있는 생애소득이 달라진다. 이는 곧 대학의 서열화로 이어지고, 대학에 진학해서도 모든 것을 취업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원인이 된다. “이미 현실적으로 사회적 압박을 받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네가 국문학을 좋아하면 국문학을 공부해봐, 네가 좋아하는 것을 공부하면 먹고 살 수 있을 거야’라는 말을 누가 할 수 있을까요. 제가 봤을 땐 아무도 못할 것 같아요. 학생들은 지식을 넓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취직을 위해 공부하고, 교수들도 순수한 학문탐구를 위해서라기보다 돈을 벌기 위해 연구하잖아요. 이러한 사회구조 속에서 ‘학문의 문제’를 논한다는 것은 한가한 이야기일 뿐이죠”

그는 현실적 측면에서 현재 대학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같은 대학 내에서도 어느 학과를 나오느냐에 따라 소득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모든 것이 블랙홀처럼 경제적 부분으로 빨려들어 가고 있어요. 지금의 사회구조를 깨뜨리지 않는 한, 현재 대학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아마 노벨상을 받지 않을까요”

더 나은 대학생활을 위해선
그렇다면 지금의 사회구조 속에서 대학생은 어떻게 해야 할까. “사회구조는 바뀌기 어렵겠지만 대학생들이 개인적으로 자신의 인생에 대해 좀 더 고민한다면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거예요” 정 PD는 학생들에게 주체적인 인생을 살기를 당부했다. “언제까지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는 경제적, 사회적 지위에 맞춰 살아갈 건가요.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주관이 없으면 대학 졸업 후에도 여전히 남들에게 휩쓸려 살 수 밖에 없어요”

그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꺼내며 말을 이어갔다. 1995년에 대학을 졸업했으니 학교를 졸업한 지 20년이 다 돼간다. 당시 그의 주변에는 경제적으로는 안정적이진 못해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선 친구들이 있었다. 그 때는 다들 걱정했지만 자신의 관심분야에 집중하니 경제적인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20년이 지난 후 친구들을 보며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대학생인 지금은 경제적 부분이 커 보여도 나중엔 별 차이가 없어져요. 내 자신에 대해 고민하는 게 사치인 것 같아도, 그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거죠”
더불어 EBS PD로서 신입사원을 직접 뽑을 때 느낀 점도 설명했다. “지원자들의 면접을 보면 자신의 관심분야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한 친구들이 눈에 띄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서 취업에만 연연한다고 해서 정말 취업이 잘 될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기가 원하는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하는 게 자신의 인생을 위해서도, 정말 나중의 취업을 위해서라도 좋을 것 같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학생들에게 인생에서 정답은 없다고 조언했다. 사람들마다 기질과 자라온 환경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같은 방법이라도 다르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각자에 맞는 공부방법이 있듯 인생에서 저마다의 정답도 다르다고 강조했다. “정답은 그 어디에도 없으니, 스스로의 정답을 한 번 찾아보세요. 결국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답이 될 테니까요. 대학생인 지금이 바로 정답을 찾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에요”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