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미 교수의 읽는 영화]

 

<헝거게임>

국가: 미국

개봉일: 2014. 11. 20

러닝타임: 123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의미있는 메시지까지 갖췄다면 의심할 바 없는 필견 영화다. <헝거게임> 3부작의 흥행은 미래의 독재국가를 배경으로 계급 차별과 혁명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는 수잔 콜린스의 원작에 힘입은 바 크다. 지배층이 살고 있는 캐피톨과 피지배층이 살고 있는 구역들은 분할돼 있고, 피지배 구역의 사람들이 혁명을 꿈꾸고 실행한다는 스토리는 어쩌면 4편의 영화로도 아쉬울 수 있는 힘을 지닌 주제다.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집단주의를 중시하는 경향이 농후한 나라에서는 개인적 삶보다 사회적 메커니즘에 초점 맞춰진 <헝거게임>이 많은 관객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법하다.

<헝거게임> 전편에서는 캐피톨의 삶과 그 외의 삶이 명확한 선악구도를 이룬다. 1편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2012년)>에서는 최후의 승자가 돼야 할 캣니스(제니퍼 로렌스)가 피타(조시 허처슨)를 죽이지 않고 공동우승을 하자, 당황한 캐피톨이 오히려 캣니스와 피타의 로맨스를 이용해 폭동을 잠재우려 한다. 그러나 선한 피지배층은 게임의 룰을 배반할 수도 있다는 혁명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됐다. 2편인 <헝거게임 : 캣칭 파이어>는 캐피톨에서 피지배 계층의 영웅인 캣니스를 제거하기 위해 승자들만 모아 게임을 벌이는 헝거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빈부격차가 더욱 부각된다. 두 편의 영화 모두 게임의 모든 과정이 24시간 리얼리티 TV쇼로 생중계되면서 지배층은 피지배층에게 자신들이 얼마나 무력한지, 반란을 일으켰을 때 자신들이 살아남을 확률이 얼마나 희박한지를 일깨우는 만행을 저지른다.

그런데 3편인 <헝거게임 : 모킹제이>에서는 선악구도를 넘어서 정치판에서는 어느 누구도 정의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 강조된다. 즉 폭압적인 캐피톨의 스노우 대통령 뿐만 아니라, 캐피톨의 위력에 저항하는 13구역의 리더 코인 대통령(줄리언 무어)도 혁명군의 리더로서의 입지를 굳이기 위해 캣니스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이 부각된다. 캣니스의 선택은 그녀의 순수성과 상관없이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 캣니스는 캐피톨 편이 되어 그들의 프로파겐다에 이용되는 피타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날 때마다 안타까워하면서도 자신 역시 13구역의 정치구도에 이용되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는 모습도 보인다. 전편이 게임을 관전하는 듯한 긴박감을 관객에게 함께 주었다면 3편 1부인 <헝거게임 : 모킹제이>는 게임 대신 정치 메커니즘을 부각시킴으로써 사회비판드라마로서의 입지를 굳힌다.

코인측은 피타와 헝거게임의 다른 생존자들을 캐피톨로부터 구출해올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등 캐피톨과 정면승부를 마다 않으며 전투를 벌인다. 그러나 스케일 커진 전투신에도 불구하고 게임없는 ‘헝거게임-모킹제이’에는 정치판 논리만 강조될 뿐 긴박감은 부족하다.

전편에서의 피타와 캣니스의 로맨스도 캐피톨 편이 된 피타와는 멀어지는 한편 게일(리암 헴스워스)과 가까워지는 전개로 변모한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동생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는 캣니스의 행동을 통해 가족애와 휴머니즘의 주제는 그대로 살아 있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2013)에서 연인에게 집착하는 신경증적 여성 역할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제니퍼 로렌스는 <아메리칸 허슬>(2013)에서 4차원 아내 역도 매력적으로 소화했으며, <헝거게임>을 통해 강한 여전사의 모습으로 팔색조의 매력을 더한다. 이제는 더는 볼 수 없는 코인의 보좌관 역,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의 진지한 연기도 이 영화의 무게감을 더한다. 내년 개봉할 2부도 시리즈의 완성이라는 점에서는 끌리지만, 결말이 그리 궁금하지 않은 것은 3편 1부에서 관객을 사로잡을 만한 임팩트가 약했으며, 새로울 것이 없었다는 탓이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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