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88호 기획면에서는 <우리는 왜 대학에 왔는가>라는 주제로, 본교 학우들이 대학에 온 이유와 그들이 바라보는 대학의 모습을 짚어봤다. 이어 본지는 대학생들이 각자 나름대로 대학의 의미를 찾아가는 모습을 살펴보고자 한다. 지금부터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보자.

1. ‘아산서원’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이스트웨스트 센터에서 인턴십 활동 중인 이지수 학우 

2. 모의 공정거래위원회심판경연대회에 참가한 ‘경제법학회’

3. 열정대학 프로그램 중 자신이 만든 ‘섹스학과’ 과목에서 강연하고 있는 이석원 씨

◆ 동아리, 대학생활에 길을 트다
4년 전, 김늘픔(23·남) 씨는 세종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희망했던 대학은 아니었지만 고등학생 시절부터 지망했던 경영학과에 입학한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대학에 가면 틀에 박히지 않은 공부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늘품씨는 대학생활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그 앞에 펼쳐진 대학의 모습은 생각과 많이 달랐다. 가장 큰 실망을 안겨준 건 전공 공부였다. 그에겐 대학이 고등학교와 다를 바 없이 느껴졌다. 여전히 이론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한 수업방식 때문이었다. 1학년 땐 아직 제대로 된 전공 수업을 듣지 못한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론 위주의 ‘닫힌’ 수업 방식은 2학년이 돼서도 변함이 없었다. 결국 그는 대학 생활에서 느낀 공허함을 채우려 대학 밖으로 눈을 돌렸다.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대학생연합광고동아리 ‘온에드(ONAD)’였다. ‘No.1 CREATIVE’라는 모토 아래 만들어진 온에드는 100여 차례가 넘는 공모전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실력파 동아리다. 그는 지난 3월 동아리에 가입해 지금은 20기 부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온에드는 저 자신에게도, 대학 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됐어요” 지난 8개월간의 동아리 활동은 그를 성장시켰다. 동아리를 통해 대학에서 할 수 없던 ‘열린 공부’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그는 동아리 내 카피 스터디 팀에 들어갔다. 카피 스터디 활동은 그에게 큰 변화를 일으켰다. 매주 한 편의 글을 작성하다 보니 부족했던 글쓰기 실력이 채워졌다. 스터디 활동과 함께 다양한 공모전을 준비하기도 했다. 공모전에 참가하면서 그는 실무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이론만으론 배울 수 없는 꿈에 대한 열정이나 팀원간에 갈등을 해결하는 법을 배웠다. 이렇듯 동아리는 그에게 이론을 넘어선 열린 공부를 제공했다. 그는 다양한 활동을 바탕으로 ‘마케팅 크리에이티브’라는 구체적인 진로도 찾게 됐다.

그에게 동아리는 꿈을 이뤄가는 하나의 과정이다. 동아리를 통해 꿈을 찾았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늘픔 씨는 앞으로 온에드의 홍보인사부장으로 활동하게 됐다. 오늘도 그는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동아리를 통해 대학의 의미를 찾은 건 숙명인들도 마찬가지다. 장수정(영어영문 13) 학우가 꿈꿨던 대학의 모습은 ‘학문의 장’이다. 1년 전, 장 학우는 영화번역가라는 꿈을 안고 본교 영어영문학과에 진학했다. 그는 영어영문학을 전공하면 말하기와 듣기 등 영어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둔 수업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 수업 내용은 그와 달랐다. 물론 그와 같은 수업도 있었지만 영문학과 관련된 이론을 보다 중점적으로 다뤘다. 기대했던 것과 다른 수업 내용 때문에 그는 대학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다. 학과에 대한 애정은 점차 사라져갔고 그 때문인지 학과 생활에도 소극적이었다. 집과 학교를 반복하는 쳇바퀴 생활은 다음 학기까지 계속됐다.

그러던 중 그는 서울지역 대학연합교육봉사 동아리 ‘아름터’를 알게 됐다. 장 학우가 아름터에 관심 갖게 된 건 과거 자신의 경험 때문이었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당시, 장 학우는 지역 대학생으로부터 멘토링을 받았고 그것은 그의 삶에 큰 도움이 됐다. 이를 계기로 아름터에 참여하게 됐고, 지금까지도 매주 두 차례 저소득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활동을 하고 있다.

동아리 활동은 장 학우를 통째로 바꿔 놓았다. 먼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새로운 진로를 찾았다. 멘토링 활동 중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는 교육의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후, 그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생각했다. 평소 컴퓨터 관련 공부에 관심을 갖고 있던 장 학우는 ‘E-Learning(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수준별 교수ㆍ학습이 가능한 교육활동)’ 시스템을 떠올렸다. 이 시스템을 행동으로 옮기려다 보니 컴퓨터과학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어졌다. 현재 장 학우는 본교 컴퓨터과학부 복수전공을 계획하고 있다. 성격과 대학생활도 달라졌다. 동아리 활동에 참여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소극적인 태도를 버리게 됐다. 다양한 동아리 행사를 기획하고 그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장 학우는 전반적인 대학생활에 있어 적극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었다.

장 학우는 대학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있는 이들에게 말한다.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미루지 말라고. 동아리나 대외활동을 통해 대학생활을 더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 '나'를 찾아 또 다른 학교로 간 대학생들
방송작가가 꿈인 김수경(23·여) 씨는 꿈을 이루기 위해 온 대학에서 과제에 치여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곤 했다.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 글쓰기 과제에 지쳐 본업으로 삼아야 하는 글을 점점 기피하게 됐고 회의감마저 들었다. 그러다 마침 친구를 통해 열정대학을 알게 됐고 ‘하고 싶은 것이 과목이 된다’라는 열정대학의 슬로건이 마음에 와 닿아 입학했다. 열정대학은 대학교육에서 부족한 진로교육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소셜벤처기업이다. 100가지의 미션을 통해 나를 찾는 시간을 갖고 작성된 버킷리스트를 자신이 개설한 과목을 통해 실행한다. 배우고 싶은 강의를 직접 개설할 수 있는 열정대학에서 수경 씨는 요리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쿡티비학과’, 취미생활을 함께 할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너 없이도 잘살아’ ‘맛있는 등산’ 3가지 과목을 만들었다. ‘쿡티비학과’는 방송작가라는 꿈에 한층 더 가까워지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4번의 사전회의를 통해 촬영 컨셉을 정했고 이틀 동안 촬영을 한 후 영상편집을 했어요” 소극적이었던 그녀는 열정대학에서 활동하면서 적극적으로 변했다. 직접 하고 싶은 일을 계획해 글을 쓰다 보니 스트레스였던 글쓰기가 다시 재밌어졌다. 열정대학에서 단편영화제작, 대본·구성안제작, 기획안 회의 등 실질적인 활동을 하면서 자신감을 얻은 그녀는 졸업 후 방송국 작가에 도전하고자 한다.

체대생 이석원(27·남)씨는 늦깎이 대학생이 되면서 진로에 관한 고민이 많았다. 버킷리스트와 다양한 활동을 통해 나 자신을 알아간다는 열정대학의 취지가 좋아서 입학한 후 1년 6개월째 다니고 있다. 석원 씨는 섹스학과, 나만의 화보 만들기, 서바이벌 게임 등 10가지가 넘는 과목들을 만들었다. 섹스학과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성범죄를 보며 성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 20대 성교육 전문가를 꿈꾸던 중 만들게 됐다. 이 수업에서는 일주일에 한번 책과 영화를 통해 공부하고 발표하면서 성에 대해 알아간다. 섹스학과로 1기부터 4기까지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동안 다양한 성 전문가들과의 만남을 비롯해 성교육 웹툰 제작, ‘시크릿 가족’ 팟캐스트 방송 녹음에도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취업양성소가 돼버린 대학으로 인해 많이 힘들었는데 열정대학에서 활동을 하면서 나답게 살아가는 법을 알게 된 것 같다”며 “나를 찾는 시간을 갖는 100가지 미션 중 하나인 자기분석여행 프로그램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가 행복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원하는 강의를 만들 수 있는 열정대학과 달리 주어진 커리큘럼에 따라 인문학을 배우는 현대판 서원도 있다.

이지수(정치외교 11) 학우는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을 때 ‘아산서원?에 다니던 지인이 떠올랐다. 이 학우는 “불확실한 꿈과 어떤 가치를 찾아야할지 방황하고 있던 나에게 아산서원은 해결책을 제시해 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산정책연구원과 아산나눔재단이 공동으로 설립한 아산서원은 지도자의 기본 소양을 가르치는 방법으로 인문학 교육을 채택했다. 논어, 맹자, 장자와 플라톤의 국가론,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같은 동·서양 철학을 중점으로 수업이 이뤄진다. 교육기간 동안 모든 원생들이 기숙사에 살아야 하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수업이 진행된다. 5개월 동안 인문학을 공부한 후에는 5개월 간 워싱턴이나 베이징으로 인턴십을 떠난다.

이 학우의 경우 워싱턴의 싱크탱크 ‘이스트웨스트 센터'에서 인턴십을 했다. 센터 발행물에 필요한 도표나 그래프를 만드는 일, 홈페이지에 한국과 미국에 관련된 기사를 작성하는 일을 맡았다. 이 학우는 “30명의 원생들과 기숙사에서 살며 사람에 대해 더 많이 배웠다. 또한 사회생활, 사람들과 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법, 인생에서 사람이라는 가치관을 생각할 수 있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아산서원을 다니기 전에는 취업준비에 열중했고 남들의 기준에 맞춰서 살아가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아산서원을 다니고 나니 그동안 근시안적으로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생을 살아가는 마음가짐, 가치관을 갖고 자신의 능력을 사회에 공헌할 방법을 생각하며 장기적으로 인생을 내다볼 수 있게 됐다. 이 학우는 “인문학을 파고들면서 밤새도록 토론하던 시간들이 의미있었고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 학회, 전공을 재탐색하다
대학생들이 대학의 의미를 찾아 한 활동은 또 있다. 바로 학회활동이다. 학회란 교내 같은 과 또는 다른 과 학생과 함께 관심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이다.

학교생활에 있어서 가장 좋은 경험은 학회 활동이었다는 학우가 있다. 본교 법학과 학회 ‘경제법학회’의 학회장 김정혜(법 11) 학우다. ‘경제법학회’는 경제법을 공부해 매년 8월말 열리는 대학(원)생 모의 공정거래위원회심판경연대회에 참가하는 학회로, 학과와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다. 김 학우는 올해 1학기부터 학회 활동을 시작했다. 김 학우는 지난 1학기에 경제법 수업을 들으며 경제법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 그러나 막상 더 깊게 공부하거나 경제법을 다루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때 적성에 맞지 않을까 고민했다. 그러던 중 경제법학회가  학교에서 지난 대회를 재연하는 모습을 우연히 본 김 학우는 그들의 팀워크와 시너지에 매료돼 학회에 지원했다.

경제법학회는 3월부터 6월까지 공정거래위원회의 의결서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중심적으로 공부한다. 이를 토대로 독과점 기업을 조사하고 담합, 소비자 피해 등 현재 이슈되는 쟁점을 법적으로 바라보고 비판한다. 여름방학동안에는 학회원들끼리 공정거래위원회 사건 조사 절차 및 의결 과정을 연습한다. 이 때 모의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논의한 내용을 토대로 대회에 서면으로 제출할 600장 가까이 되는 자료를 두 달간 준비한다. 대회는 8월에 끝나지만 학회 활동이 끝나지는 않는다. 대회가 끝난 후에는 정기적으로 신문 스터디를 하고 친목을 도모하기도 한다.

김 학우는 학회 활동을 통해 실무적인 부분에 대한 직·간접적인 경험을 하고 경제법 관계자와의 상담을 통해 진로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학회원들과는 가족같은 사이가 됐다. 방학 두 달간 아침 열시부터 밤 열시까지 대회를 함께 준비했기 때문이다. 열두 시간 이상 준비하며 밤을 새우기도 일쑤였다. 학회 활동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2시간만 자고 어떻게 버티나’란 생각이었지만, 학회 활동에 매진하면서 하루 2시간씩 자는 것이 익숙해졌다.

다양한 활동을 하며 김 학우는 자신감을 얻었다.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힘’과 ‘진로에 대한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김 학우에게 경제법학회는 대학 생활을 돌아봤을 때 가장 가치 있는 경험으로 남아있다. 김 학우는 “고민이 많고 불안할수록 자신이 관심 있는 일에 매진하다보면 앞으로의 진로가 보다 뚜렷하게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학부 학회 ‘ISSUE’의 학회장 전민지(미디어 13) 학우는 2학년 1학기부터 현재 2학기 째 ISSUE에서 활동 중이다. ISSUE는 신문 기사를 분석하고 시사를 공부하는 본교 미디어학부 소속 학회다. 1년 전, 전 학우에게는 고민이 있었다. 1년 간 미디어학부 학생으로 대학을 다니면서 언론이 무엇인지, 자신이 정말로 언론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지 혼란스러웠다. 고민을 하던 전 학우는 대학 입학 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ISSUE의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진로를 정하는 데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언론을 깊이 공부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ISSUE는 총 3학기동안 활동한다. 학생들은 ‘정치, 경제, 국제, 사회’에 대해 매주 한 주제씩 돌아가며 발표를 한다. 이 외에도 ‘주요 6개 신문사의 이슈’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시사용어를 시험보기도 한다. 마지막 학기에는 신입기수의 발표를 피드백하고 주요 신문사의 이슈를 직접 정리한다.
전 학우는 ISSUE 활동을 통해 전공과 진로에 대한 그동안의 고민을 해결했다. 능동적으로 사회 전반의 이야기를 공부하면서 이론으로만 배우던 언론학을 신문 분석, 옴부즈맨 활동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적용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 학우는 “학회는 전공과목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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