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신관 라운지에서 두 학우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금 뭐 보고 있는 거야?”
“<선천적 얼간이>! 지금 3번째 정주행하고 있어”
“정주행? 그게 뭐야?”
“웹툰을 1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보는 거야”
“<선천적 얼간이>가 그 정도로 재밌어? 나도 한 번 볼까?”

새로운 인문학서적, 웹툰

여대생이 읽어야 할 웹툰

▲ 쉬는 시간동안 인기 웹툰을 보고 있는 한 학우


◆ 웹툰의 정주행
‘웹툰(Webtoon)’은 온라인에서 연재되는 만화로 인터넷의 웹(WWW, World Wide Web)과 만화를 뜻하는 카툰(Cartoon)의 합성어다. 마우스의 휠로 스크롤을 내리면서 세로로 읽는 만화는 2003년 다음(Daum)의 ‘다음 만화 속 세상’에서 처음 게재됐다. 지금은 다양한 포털 사이트에서 웹툰을 제공한다. ‘네이버 웹툰’ ‘다음 만화 속 세상’이 대표적이다. 웹툰을 즐겨보는 구독자들은 각 사이트마다 웹툰의 특징이 있다고 한다. 허예은(컴퓨터과학 13) 학우는“다음에서 제공하는 웹툰은 <미생> <세상 밖으로> <26년>처럼 내용이 무겁고 소재가 다양하다. 탄탄한 구성력을 갖추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네이버 웹툰은 “조금 더 가볍고 일상적인 소재를 재밌게 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초창기 웹툰은 1칸에서 4칸 정도의 짧은 내용과 단순한 그림체의 온라인 만화였다. 유명한 웹툰 작가로 강풀이 2004년 ‘다음 만화 속 세상’에 <순정만화>를 연재하면서부터 웹툰의 분량이 변했다. 최근 연재되는 웹툰들은 한 회당 평균 6페이지 정도다. 내용이 많은 경우에는 20페이지까지 스크롤을 내리면서 읽기도 한다.

포털 사이트들에서는 실력있는 아마추어 웹툰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운영하는 게시판이 있다. 네이버에 있는 ‘도전만화’는 포털 사이트들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창작 게시판이다. 게재된 웹툰마다 댓글과 조회순, 별점순으로 인기를 얻거나 실력을 인정받으면 ‘베스트 도전만화’로 넘어가게 된다. 다음에서는 ‘나도 만화가’가 있다. 계속 새로운 웹툰 작가들이 등장하면서 웹툰 구독자들이 볼 수 있는 웹툰이 다양해졌다.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처럼 온라인으로 ‘월요웹툰’‘화요웹툰’등 매주 요일마다 꾸준히 연재된다. 그래서 네이버 웹툰의 경우, 12시가 되자마자 그 날의 웹툰을 보려고 기다리는 애독자들이 있다. 이들을 위해 12시보다 조금 일찍 업로드하기도 한다.

▲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스마트폰을 이용해 웹툰을 보는 한 학우

◆ 웹툰, 스마트폰과 함께 거듭나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웹툰의 인기도 높아졌다. 2010년,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60% 이상으로 전세계 스마트폰 보급률의 상위 10권에 들어서던 해, 웹툰의 인기도 급증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스마트폰을 처음 구입한 윤주은(프랑스언어·문화 14) 학우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웹툰을 더 많이 본다”고 한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컴퓨터로만 보던 웹툰이 이젠 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게 돼 더 자주 보게 됐다. 이젠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윤 학우처럼 집에서만 구독하던 독자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하면서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친구들에게 새로운 웹툰 소식을 전하거나 재밌는 웹툰을 추천하기도 한다. 윤 학우의 친구는 최근 인기 드라마인 <미생>의 원작 웹툰을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 커버로 설정하면서 친구들에게 드라마와 웹툰을 추천했다고 한다.

작가들도 스마트폰을 이용하면서 실시간으로 댓글을 통해 자신의 작품에 대한 반응과 평가를 볼 수 있다. 간혹 작품의 내용이 작가가 구상했던 방향과 전혀 다른 전개로 진행되면서 내용이 이상해진다. 이때 독자들이 곧바로 알아차린다. 그리고 댓글이나 작가의 메일로 실망한 독자들은 자신의 의견을 작성한다. 이렇게 쌍방향 피드백이 스마트폰으로 활성화됐다. 웹스토어 기반의 모바일 만화 서비스 시장 또한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 영향으로 앱으로 읽는 유료만화도 많아졌다.

웹툰의 소재도 다양해졌다. 독자들은 웹툰을 읽으면서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갖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A학우는 “<어서오세요 305호에>라는 웹툰은 동성애자에 관한 얘기를 재밌게 그려진 작품이다. 읽으면서 동성애자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들지 않았다”며 “이 웹툰 덕분에 성소수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동성애자에 대해 가지고 있던 잘못된 인식을 이 웹툰을 통해 고치게 됐다”고 말했다. 철저한 취재로 탄탄한 구성을 갖춘 웹툰은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한 간접 경험을 하게 해준다. 김경아(법 14) 학우는 “<동네 변호사 조들호>를 통해 법학도로서 법적 문제에 대해 더 자세히 생각해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윤 학우 또한 “미생을 보면서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미리 엿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이번에 경영 수업 발표로 미생 웹툰을 자료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 한 학우가 친구의 SNS 계정의 프로필 커버를 유심히 보고 있다.프로필 커버는 인기 웹툰 〈미생〉을 소재로 한 화제의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 숙명인에게 추천하는 웹툰
윤 학우와 김 학우 모두 추천-하고 싶은 웹툰 1위로 <죽음에 관하여>을 선정했다. 두 학우 모두 한 회당 9.95평점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이 웹툰의 작품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이 죽은 후 신과 함께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옴니버스 형식의 웹툰이다. 옴니버스 형식이란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몇 개의 독립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주제나 인물로 연관성을 가지도록 하는 형식이다.

또 시니, 혀노 작가의 작품인<죽음에 관하여>의 연관 검색어로 ‘명언’이 같이 뜰 정도로 작가가 다양한 명언을 남겼다. 5화에서 한 남성이 힘든 경제적 상황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은 못하고 자신의 적성에 맞지도 않은 일만 계속한다. 하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 좌절한 남자는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다. 그가 죽기 직전 신과 대화를 나눈다. 그 때 이 남성은 신에게 “저에게 여유를 좀 주지 그랬어요...”라고 말한다. 이에 신은 “시간은 남이 만들어 주지 않는다”며 그 남성에게 한 번의 기회를 준다. 이처럼 많은 이야기들은 독자가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본지는 <죽음에 관하여>를 제외하고 3가지 웹툰을 더 추천하려고 한다. 그것은 바로 <강변살다>와 <선천적 얼간이><미생>이라는 만화다. 우선 연애가 서툴거나 아직 연애를 해보지 못한 여대생을 위해 네이버 웹툰에 있는 <강변살다>라는 작품을 추천한다.

<강변살다>는 20대 여성이 연애를 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부드럽게 잘 표현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강변살다>는 멜로와 로맨스 웹툰 작품들로 유명한 박윤영 작가가 매주 화요일마다 연재 중인 웹툰이다. 현재 62화까지 연재됐다. 한 20대 여자 주인공인 이강변이 부산에서 상경하면서 친구인 난주와 함께 살면서 소개받은 모델과 사랑에 빠지는 연애 이야기다. 하지만 진부한 사랑 내용이 아니다. 실제 여대생들이 연애하면서 빠질 수 있는 고민, 답답함 등 실제 남자와 여자가 사귀면서 겪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그대로 풀어낸다. 사실적이면서 여성적인 그림체도 여성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로맨스를 좋아하는 학우들은 꼭 한 번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과제 폭탄에 시달리는 학우들에게는 <선천적 얼간이>를 추천한다. 현재 시험이 끝난 후, 스트레스를 풀 여유도 없이 과제를 하느라 힘든 학우들이 많다. 그런 학우들에게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선사해줄 하나의 작품이다. <선천적 얼간이>는 작가 본인에게 있었던 일들을 소재로 웹툰을 그리는 옴니버스 형식의 일상툰(일상에 겪을 수 있는 일을 소재로 그린 웹툰의 줄임말)이다. 독특한 그림체와 상황을 받아드리는 특이한 시각은 독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준다.

본교의 예비 사회인들에게 <미생>을 추천한다. 어떤 진로를 선택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을 학우들에게 <미생>은 삶의 예고편이 돼 줄 것이다. 윤태호 작가의 작품으로 한 남성이 회사라는 사회에 적응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바둑기사를 꿈꾸던 주인공 ‘장그래’는 등단하지 못하고 결국 취업을 선택한다. 대기업에 계약직으로 들어가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바둑’과 연관지어 설명한다. 미생의 의미를 알면 웹툰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윤 작가는 탄탄한 구성을 갖춘 작품을 위해 바둑 기술과 회사 생활에 대한 철저한 취재와 자료조사로 유명하다. 자료조사를 많이 했다는 것을 보여주며 작품의 질을 증명했다. <미생>은 현재 케이블에서 인기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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