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지난 토요일 우리학교 2015학년도 논술시험이 있었다. 이른 토요일 아침, 숙대신보 기사 마감을 끝내고 학생회관에서 나왔더니 수많은 수험생 인파들이 본교 캠퍼스를 에워싸고 있었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기자의 수험생활이 떠오르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재수까지 하면서 수많은 모의고사와 두 번의 수능, 10여 개의 대학별 논술고사들을 치러낸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 힘든 수험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단 한 가지의 목표는 ‘대학’에 가는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번 주 기자가 취재해야하는 기획기사의 주제는 ‘우리는 왜 대학에 왔는가’였다. 수능 날과 각 대학별 논술고사가 있는 주와 맞물리면서 일주일 간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수험생들은 대학에 가겠다고 난리인데 정작 대학생들은 대학생활에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취재 중 만난 한 학우는 “4학기 째 다니고 있지만 얻는 것 없이 매번 학기들을 보내기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우는 “대학생활을 의미있게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취업할 때가 되자 기업이 원하는 활동만이 강조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다.

저마다 이유는 달랐지만 그토록 그리던 대학에서 다들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대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 전 tvN드라마 <미생>에서 들은 대사가 떠올랐다. “끝인 줄 알았는데 시작이었다” 신입사원인 장그래가 입사 첫 날을 보낸 후 내뱉은 독백이다. 우리 역시 고등학생 때는 대학교만 오면 끝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그저 어린 고등학생을 향한 어른들의 위로였다는 걸 대학에 오고 나서야 깨달았다.

취재를 위해 여러 학생들을 만나면서 우리는 어쩌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생활에 대한 회의감으로 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고등학생 시절 대학을 가기위해 살던 것처럼, 대학생이 되어서는 취업을 위해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취업까지는 아니더라도 단순히 대학졸업장을 따기 위해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의 대학생활도 언젠가 끝이 날거다. 그리고 그 끝에는 새로운 시작이 있다. 끝을 바라며 사는 사람이 또 다른 시작을 만난다면 어떨까. 아마 또 다른 허무함과 회의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될 것 같다.

나 또한 재수 끝에 들어온 대학에서 한동안 허무함을 느꼈던 사람으로서 우리 대학생들이 시작과 끝을 단정 짓지 말고, 오늘 하루에 의미를 느꼈으면 한다. 수험생활의 하루도, 대학생활의 하루도 소중한 우리 삶의 한 조각이니까.

사회부장 신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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